영업정지 처분이 KTF에 대한 특혜?

통신위의 불법 보조금 제재조치 둘러싸고 업체들 논란

등록 2004.06.07 16:14수정 2004.06.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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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통3사와 KT재판매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통신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통3사와 KT재판매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오마이뉴스 이승훈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불법 보조금 지급 등에 대해 정부가 영업정지라는 고강도 제재조치를 내렸다.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개사와 KT(PCS 재판매) 등이 정부의 불법적인 단말기보조금 지급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고쳐지지 않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통신위의 조치가 KTF 가입자의 번호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내려진 점을 들어, KTF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도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통신위가 밝힌 영업정지 기간은 SK텔레콤이 40일로 가장 많고 KTF와 LG텔레콤은 각각 30일, PCS 재판매 사업자인 KT는 20일이다. 사업정지는 이동전화 가입자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위해 순차적으로 시행되며, 구체적인 시기와 순서는 정통부 장관이 정하게 된다.

정통부 장관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게 되면 업체들은 해당기간 동안 번호이동 가입자를 포함한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 가입자들은 이 기간 중에도 기기변경, 명의 변경, 요금제 등 가입사항 변경 등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

과징금으론 이통사 불법행위 근절 역부족

통신위의 영업정지 처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2년 10월에도 SK텔레콤 30일, KTF 20일, LG텔레콤 20일, KT재판매 10일의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었다. 통신위가 이번에 다시 고강도 수위인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그동안 수차례의 과징금 부과에도 이통사업자들의 불법보조금 지급이 근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신위는 지난 2월 이통3사에 3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향후 불법행위가 계속될 경우 최고경영자 형사고발 및 영업정지를 시키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다.

통신위는 이날“이통사들에 수차례 불법 보조금 지급 중지를 요청하고 강도 높은 경고를 했음에도 불법영업은 계속돼왔다”며 “조사결과 사업자들은 보조금 지급 중지를 명령한 지난 2월 27일 당일에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위법행위를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통신위는 “번호이동 관련 과당경쟁이 지속되면서 법인 특별판매, 방문판매, 계열사 임직원 등을 통한 판매 등 비정규 유통망에 의한 보조금 지급경쟁으로 혼탁정도가 더욱 가중됐다”고 덧붙였다.

통신위가 이번에 영업정지 일수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은 것은 ▲불법행위 적발 건수 ▲불법행위 발생 지역의 범위 ▲위반 기간 ▲불법행위 주도 여부 등이다.

지난 3월에서 5월까지 통신위에 적발된 불법보조금 지급 건수는 SK텔레콤 3030건, KTF 1842건, LG텔레콤 1910건, KT 1080건 순이었다. 또 단말기 시장가격 준수율은 SK텔레콤 49.7%, KTF 54.1%이었고 LG텔레콤이 68.7%로 가장 높았다.

통신위 “통신시장 침체 우려 때문에 법집행 안할 수 없다”

박승규 통신위 상임위원이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승규 통신위 상임위원이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훈
통신위 이동형 사무국장은 “통신위원들이 적발건수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시장조사결과를 종합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SK텔레콤의 경우 시장 조사 결과와 합병인가 조건 위반을 감안해 영업정지 일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정지로 통신 내수시장의 침체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국장은 “통신위원회는 불법행위에 대해 사후 규제를 내리는 법집행기관으로 불법행위를 시정하는 것이 가장 우선 목표”라며 “경제상황에 대한 고려는 부차적인 것이며 내수 위축우려 때문에 법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통신위에서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이통3사의 이목은 이제 그 시기와 순서를 정할 정통부 장관에게로 쏠리게 됐다. 언제, 누가 먼저 영업정지를 당하느냐에 따라 업체들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의 경우 필요한 행정처분 절차가 모두 끝나야 하기 때문에 관례상 약 한 달안에 내려지게 된다. 따라서 정통부의 처분은 KTF가 번호이동성의 대상이 되는 7월 이후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7월 이후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면 KTF는 이들의 영업정지 기간동안 타사로 옮겨 가려는 가입자의 발을 묶어 둘 수 있게 된다. 가입자를 지켜야하는 KTF는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되는 것으로 ‘매’가 돼야할 영업정지 조치가 오히려 특혜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KTF가 통신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과징금은 안된다며 3사가 함께라도 좋으니 이번엔 반드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영업정지로 KTF 고객 번호이동에 차질... 특혜 논란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SK텔레콤은 즉각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SK텔레콤은 “KTF 고객들의 번호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것은 가입자를 지켜야하는 KTF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치”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F 고객의 이동이 가장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7월에 영업정지 조치를 당하게 되면 번호이동성제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후발사업자들은 영업정지 일수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불법 보조금 지급 적발 건수가 SK텔레콤이 절대적으로 많고 합병인가 조건도 위반했는데 영업정지 기간의 차이 10일은 너무 작다는 것이다.

KTF는 “이번 심의결과를 검허히 수용하지만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한 제재조치로는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LG텔레콤도 “시장에서 열세에 있는 LG텔레콤이 보조금 지급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동등하게 처벌받는 구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분기에 25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LG텔레콤으로서는 과징금 처분을 피한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번호이동 시차제가 시행되는 12개월 중 1달간이나 영업정지를 당하는 것도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일단 정통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영업정지 처분의 구체적인 시행시기와 순서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도 이번 조치를 시장에서 공정경쟁의 계기로 삼자는 것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KTF 고객의 번호이동으로 또다시 불법·과열경쟁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하반기 이동통신 시장은 한동안 냉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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