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되면 해당화가 핍니다. 계절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간절히 원하는 것은 아직 오지 아니하였습니다. 거기에다 그 계절을 상징하는 꽃까지 피어나니 그 안타까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한용운님처럼 애써 눈감아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오늘은 1987년 6·10항쟁이 있었던 그 날입니다. 저도 그 뜨거웠던 여름의 함성 속에서 함께 목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치며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시절, 20대의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하며 "이 다음에 우리 아들딸이 "아빠는 그 때 어디에 있었어?"할 때 자랑스럽게 "난 거기에 있었단다"하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 나니 나에게 그런 시절들이 있었는가 아련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6월 10일만 되면 그날의 사람들이 떠오르고 그 뜨거운 6월에 제가 서있던 자리를 기억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