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교는 "대안적 교육"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대안학교 이야기] 제4회 대안학교 협의회 열어

등록 2004.06.11 18:04수정 2004.06.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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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름다운 헌산중학교

아름다운 헌산중학교 ⓒ 정일관

제4회 대안학교 협의회 모임이 6월 10일부터 11일까지 1박 2일간 경기도 용인 헌산중학교에서 열렸습니다.

원경고, 영산성지고, 경주화랑고, 양업고, 간디고, 푸른꿈고, 세인고 등 기존 대안학교들과 헌산중, 성지송학중, 지평선중, 용정중, 이우학교, 산마을고, 한마음고 등 최근에 생긴 대안학교, 그리고 올해 새로 개교하여 회원이 된 달구벌고등학교까지 15개 대안학교의 교장과 교사가 모였습니다.

다소 더운 날씨에도 전국 곳곳에서 달려와서 한 자리에 모인 이번 대안학교 협의회는 지난 2월 양업고등학교에서 연수를 가진 후 4번째로 이루어지는 모임으로 대안 중학교에서 자리를 마련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a 양희규 대안학교 협의회 회장

양희규 대안학교 협의회 회장 ⓒ 정일관

양희규 협의회 회장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이쑤시개 하나라도 아껴서 설립하였다는 달구벌 고등학교의 장정자 교장의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또한 최근 안병영 교육부 장관이 다년간 후, 달라진 위상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헌산중학교의 오병갑 교장 선생님이 교육 활동을 소개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였습니다.

이어서 대안학교 초기 교육과정 수립에 앞장섰던 영산성지고등학교 송기웅 교사가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하여, 다시 한 번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연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a 영산성지고 송기웅 교사의 교육과정 발제

영산성지고 송기웅 교사의 교육과정 발제 ⓒ 정일관

이 발제에서 송 교사는 대안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관계 법령과 근거 자료, 연구보고서들을 쭉 짚어보며, 아직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나 지침이 없으므로 창의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앞으로 그런 규정이나 지침이 마련되어도 기존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수용하여야 한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양희규 회장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대안학교에 관한 몇 가지 생각들'이란 발제문에서 양 회장은 “매우 다양하고 많은 대안학교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교육이 이제 국가 주도에서 시민 주도로 나아가고 있으니 모든 학교는 대안적 교육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a 대안학교 협의회 교장 분과 모임

대안학교 협의회 교장 분과 모임 ⓒ 정일관

또한 양 회장은 “대안교육의 시대적 의미는 '해방'에서 '자기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90년대 학교는 '수용소'로 비유될 만큼 억압적이었지만 2000년대의 학교는 '여인숙'으로 비유될 만큼 무력하고 잠 만자는 가치를 상실한 학교이므로, 어서 깨어나 열정적인 자기실현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어서 “대안학교의 철학은 '행복한 사람을 기르는 것'으로 설정하고 건강과 사랑과 자유와 지혜를 통해 행복을 가꾸어나가는 학교를 만들어가자”고 역설하였습니다.

a 대안학교 협의회 교사 분과 모임

대안학교 협의회 교사 분과 모임 ⓒ 정일관

다음 순서는 교장 분과와 교사 분과로 나누어 분과회의를 가졌습니다. 교장 분과에서는 대안학교 교사 연수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그 실현방안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교사 분과에서는 이미 풍부하고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해외 이동 수업에 대한 논의들을 하였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진지한 모임을 가진 대안학교 교장 교사들은 이렇게 해서 일정은 마무리되었지만 곧바로 학교 근처의 지산 콘도로 자리를 옮겨 다시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 다 못한 미진한 마음들과 현재 학교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주고받으며 후발 학교는 답답함을, 선발 학교는 새롭게 봉착되는 어려움들을 털어놓으며 위로와 정보를 주고받았습니다.

a 와우정사 철불 앞에서

와우정사 철불 앞에서 ⓒ 정일관

모두가 쉽지 않은 대안학교를 운영해 나가고 있지만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유지하듯이 60개의 대안학교가 한국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자부심들을 키워나갔습니다.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다음날은 아침 식사를 하고 원하는 사람들만 모여 학교 근처의 호국 사찰인 와우정사(臥牛精舍)를 둘러보았습니다. 우리나라 기존의 사찰 형식을 본받지 않으면서 특이하고 아름다운 와우정사를 보면서, 창조적인 다양성이 곧 건강함이라는 진실을 새롭게 새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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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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