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평화가 이 땅에 자리잡게 하소서

6·15 남북공동선언 4주년에

등록 2004.06.15 12:35수정 2004.06.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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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첫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후로 벌써 4년이 흘렀다.

나이 탓인지 또 한번 세월의 빠름을 절감하게 된다. 그 역사적인 순간들을 지켜보며 감격해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새 4년이 지났다니, 정말이지 세월은 화살과도 같다. 이 화살과도 같은 세월 속에서 '6·15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이름의 그 역사적인 사건은 점점 더 멀어지고, 어느덧 아득한 과거지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세월 속에서 많은 일들, '역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큰 사건들은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우리 동시대인들의 세월 속에서 가능하면 역사적인 사건들이 좀 더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 역사적인 사건들이 우리 민족 모두에게 참으로 좋은 일들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절로 간절해진다.

생각하면 지난 4년은 민족 분단 60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의 길이만을 놓고 보면 잠깐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라도, 분단 60년의 아픔과 장벽을 조금이라도 허물고 치유한 것으로는 참으로 중요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민족통일에 대한 희망을 안고 그 희망을 향해 한발짝씩 걸음을 옮겨왔다는 사실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지난 4년 동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해교전' 등 돌발 사태도 발생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 출범과 함께 '대북송금특검'이 실시되는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악재들도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남북 교류와 민족의 화해를 추구하는 갖가지 형태의 물꼬들은 점점 시대적 대세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록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그에 따른 시대착오적인 책동들이 이런저런 형태의 부작용들을 만들어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며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민족 통일을 지향하는 시대적 대세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지고 확실해질 것이다.


이 시대적 대세 안에는 이미 역사 발전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

한국천주교의 공식 기도문 중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가 있다. 이미 10여년 전에 제정되어 전국의 모든 성당들이 해마다 8월이면 이 기도를 집중적으로 바치고 있다. 8월은 조국 광복과 함께 민족의 분단이 시작된 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천주교의 최고 기구인 '주교회의'는 1965년에 6월 25일과 가까운 주일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제정하였고, 1992년에 그 명칭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변경했다. 그리고 북한 교회를 위한 기도 운동, 통일 준비 기금을 위한 2차 헌금 실시 등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힘써오고 있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과 가장 가까운 주일이 27일이다. 그래서 올해는 27일(교황주일)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안에는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운회 주교)'가 있는데, 이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광복 59주년인 올해 기도의 날을 앞두고 전국 각 본당과 수도회, 신학교, 단체별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9일 기도'를 바쳐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전례용 안내서를 전국에 배포했다.

또 한국천주교의 공식 기도문인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는 '9일기도' 기간에만 한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바쳐줄 것을 요청했다.

전국의 많은 신자들이 이달 19일부터 27일까지 참여하게 될 9일기도의 지향은 △민족 분단의 상처 치유를 위하여(19일) △서로 용서하는 마음을 위하여(20일) △남과 북의 진정한 화해를 위하여(21일) △북한 형제 자매를 위하여(22일) △갈라진 민족의 일치를 위하여(23일) △신앙을 고백하기 어려운 북한의 형제 자매를 위하여(24일) △북한 복음화를 위하여(25일) △평화통일을 위하여(26일) △사랑의 완성을 위하여(27일)이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지난해 전교구가 참여한 가운데 경기도 파주 도라산 역에서 '민족 화합을 위한 대미사'를 봉헌했던 것과 달리, 올해엔 민족화해와 일치의 날 미사 및 행사를 각 교구별로 치르기로 했다.

 한편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26일 오후 4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대강당에서 '남북화해와 남남화해-남북한 사회의 변화와 한국천주교회의 사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갖는다.

 김운회 주교 기조연설에 이어 △남한사회 변화와 한국천주교회의 사명(조한범 박사, 통일연구원) △북한사회 변화와 한국천주교회의 사명(유호열 교수, 고려대 북한학과) 등에 관한 주제발표와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책임교수, 장긍선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본부장 신부, 북한이탈주민 정현무씨, 김유신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신부 등의 토론으로 진행된다. (문의 : 02-756-2781~2,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3)

천주교 대전교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선교를 위한 기도'를 모든 본당에서 미사 중에 바치고 있다. 처음에는 미사 전후에 바치는 본당이 많았으나 교구장의 당부에 의하여 지금은 거의 모든 본당들이 미사 때마다 '영성체 후 기도' 다음에 이 '선교를 위한 기도'를 바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교구의 공식 기도문인 이 '선교를 위한 기도'는 단순히 '선교(宣敎-복음전파)만을 목적하거나 시야를 그 범주 안에 국한시키고 있는 기도문이 아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간절하게 희원(希願)함으로써, 진정한 복음 전파는 북한 동포들을 포괄할 때 온전히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대전교구의 이 '선교를 위한 기도'는 교구장 경갑룡(요셉) 주교께서 지금은 '만주 감자농장'으로 크게 고생하는 황용연(바오로/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신부가 교구 사회복지국장으로 일할 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는 내용을 담은 선교 기도문을 지어 보도록 부탁함으로써 만들어졌다.

지난 4월 17일 태안 성당의 '새 성전 건립 기공식'에 참석하신 대전교구장 경갑룡 주교님은 미사 강론 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을 때 교황 대사이신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님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 대전교구에서 몇 년 전부터 '선교를 위한 기도'를 제정해서 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열심히 하느님께 기도를 한 결과로 오늘과 같은 일을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셨다는 내용이었지요."

그러면서 경 주교님은 "교황님을 비롯해서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반겨하고 환영하고 축하해 주었던 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의를 되새기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서장을 연 그 일이 우리 대전교구민들의 지속적인 기도의 결과임을 믿으면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선교를 위한 기도'를 바쳐줄 것"을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나는 지난 4월 17일의 태안 본당 새 성전 건축을 위한 미사 중에 들었던 교구장 주교님의 그 말씀을 오늘 즐겁게 기억한다. 그리고 그런 말씀을 들려주신 주교님께 깊이 감사한다.

오늘도 오후에는 백화산 산행을 할 예정이다. 물론 산을 오르내리며 묵주기도를 할 터이다. 오늘은 다른 지향들은 다 접어두고 오로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지향만으로 묵주기도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은 화요일, 우리 성당에서는 평일미사를 저녁에 드리는 날이다. 미사 후에 남성 레지오 쁘레시디움들의 주회가 있는 날이어서 신자들이 평일미사에 많이 참례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 저녁에는 특별한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하려고 한다. 미사예물 봉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적으려고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 4주년을 맞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라고. 오늘 저녁미사는 나와 우리 가족에게는, 그리고 많은 형제 자매들께도 더욱 뜻 깊고 기쁜 미사가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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