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43

칠성님들의 구름차 3

등록 2004.06.18 04:12수정 2004.06.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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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는 꽃구름에 다가가 인사했습니다. 그러자 구름에 앉아있는 아저씨들은 또 한번 정신 없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 아이는 누군가? 계성 자네가 키우고 있는 배우지망생인가?”


“원성이 키우고 있는 화가 지망생 같은데,”

“목성이 키우고 있는 체조 선수 같구만 그려.”

“연성이 키우고 있는 문학소녀 아가씨 아닌감?”

“명성이 키우고 있는 가수 지망생 인것 같구만. 어디 노래나 한곡 불러보게”

“복성이 키우고 있는 요리지망생일거야, 언제 우리 술상 한번 봐달라고 부탁해 봄세.”


“예끼, 이 사람아. 동성이 키우고 있는 우등생 아가씨가 틀림 없는데, 이런 어린 아씨한테 술상을 들게 하다니…. 내가 키우고 있는 경찰지망생한테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체포하라고 시키겠네.”

그러더니 모두들 다시 껄껄껄 웃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바리가 말했습니다.


“전 그냥 바린데요, 전 운동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고 노래도 못 하고 아무 것도 잘 하는게 없는 그냥 바리에요.”

아저씨들은 다시 말문이 터져나왔습니다.

“이것 보게, 이 아씨가 바리 아씨네.”

“아이구 겸손도 하여라. 겸손한 걸로 치면 내가 키운 아이임에 틀림없어.”

“아니네 여보게, 이사람아, 얼굴 예쁜거 보면 내가 키운 배우 지망생이야.”

”아니라니까, 지금까지 온 것 봐서는 아주 용감해서 여군지망생감이네.”

백호가 물었습니다.

“어, 그런데 왜 여섯분만 계십니까?”

바리 역시 그 말을 듣고 보니 일곱 명이 아니라 전부 여섯 명 뿐이었습니다.

맨 앞줄에 앉은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동성이라네. 분명히 지금 인간세상에 나가서 누구한테 글을 가르치고 있을게 틀림없네.”

“아이구 동성 이 사람, 제발 인간세상에 나가서 애들 글 가르치는 일 좀 하지 말라니까…”

“요즘 아이들이 워낙 공부를 안한다니 않나.”

“그럼, 요즘 운동 안하는 아이들 자네가 직접 내려가서 운동 시키지 그러나, 농구 시키고 축구 시키고 씨름 시키고…”

“나도 그러고 싶네, 가서 장기알도 사오고 싶네, 허허허허.”

또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동성군님이 어디에 가셨습니까?”

백호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인간세상에 내려가서 아이들한테 글을 가르치는게 얼마나 되었는지 모른다네.”

“틈만 나면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난다네,”

“창문가에 서있다가 공부 안하고 조는 아이들 깨우기도 하고,”

“이해 못하는 아이들 귀에서 몰래 몰래 속삭여주기도 하고,”

“아예 선생님이 되어서 교실 들어가 분필 잡고 가르치는 경우도 봤네.”

“우리도 전부 그래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그래서 인간세상에 나가서 신기한 물건을 많이 사오지.”

“허허허허허.”

업장군이 앞으로 나와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지요? 예전엔 오늘이 아니더라도 자주 찾아주시더니 왜 요즘엔 꼭 이때에만 오십니까?”

“요즘 세상이 하도 뒤숭숭해서, 아이들을 강하게 만들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이 많다네.”

“업장군 자네 아들들은 다들 잘 크는가?”

업장군이 여전히 고개를 숙여 말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이렇게 업장군과 칠성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꽃구름 속에 숨어있던 꽹과리가 갑자기 하늘로 솟아올라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쨍쟁쟁 쨍쟁쟁

칠성님들이 오시는 것을 알려주던 소리와는 달랐습니다.

칠성님들이 전부 웃음을 잃고 순식간에 얼굴빛이 붉게 변했습니다.

백호가 물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꽹과리가 말했습니다.

“동성군님이 도움을 부탁하고 계십니다. 동성군님이 도움을 부탁하고 계십니다.”

“뭐라고?”

놀란 바리가 토끼눈을 뜨고 말했습니다. 칠성님 중 한분이 말했습니다.

“그래, 내가 뭐라고 그랬나, 그러게 내가 뭐라고 그랬어.”

“이런 뒤숭숭한 시절에 밖에 나가서 애들 가르치는 일을 좀 그만 하라고 했더니…”

“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무슨 일이냐구.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업장군이 물었습니다.

“동성군님께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그리고는 꽹과리를 보고 말했습니다.

“지금 동성군님이 어디에 계시요?”

“언덕배기, 사설학원, 언덕배기, 사설학원…”

칠성아저씨들은 전부 웅성거리기만 했습니다. 동성군을 빼놓고는 아무도 인간세상에 나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 터주신이 말했습니다.

“바리야, 우리는 이곳을 당장 떠날 수가 없으니, 네가 가서 동성군님을 좀 데리고 오너라. 바깥에 나갔다가 무슨 큰일을 당한게 틀림없어.”

백호가 말했습니다.

“그래, 바리야, 저 언덕배기까지 금방 달려갈 수 있으니까, 우리가 가서 동성군님을 모셔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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