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를 살려주세요"

[태우의 뷰파인더 33] 누구에게나 목숨은 하나뿐입니다

등록 2004.06.22 09:51수정 2004.06.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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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이여, 제발 여기서(이라크) 나가 달라, 제발. 난 죽고 싶지 않다. 난 죽고 싶지 않다. 난 살고 싶다. 당신들 목숨이 중요하다면, 내 목숨도 중요하다. 여기서 제발 떠나달라”


인터넷에서 본 김선일씨의 공포에 질린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단 하나뿐이며, 그 어떤 명분이나 논리도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는 나중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게 이라크인의 생명이든지, 미국인의 생명이든지 모든 생명은 다 존귀하다. 어리석은 나는 그 당연한 진리를 이제서야 피부로 느낀다.

책과 매스컴을 통해 그저 이라크와 미국의 일이라고만 느껴왔던 전쟁이 김선일씨의 절망에 찬 호소로 우리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자꾸 상상하기도 싫은 마지막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겁이 나고 두렵다.

그가 아니라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내 어머니와 내 연인과 내 친구들은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그가 납치된 이유는 오직 하나다. 그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3번째로 제일 많은 군대를 이라크에 보낸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인 것이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나를 살려달라! 파병 철회하라!"는 푯말을 흔들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나를 살려달라! 파병 철회하라!"는 푯말을 흔들고 있다김태우

김선일 씨 무사귀환과 파병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
김선일 씨 무사귀환과 파병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김태우
21일 광화문에서 보았던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우리의 아들, 우리의 형, 우리의 친구인 김선일씨의 납치에 대해 정부는 책임을 지라고 외치고 있었다. 계급장을 떼고 분양원가 토론을 벌이자던 김근태 의원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파병반대를 위해 단식농성을 했던 임종석 의원은 무엇을 하느냐고,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토론해보자던 노무현 대통령은 왜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국민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느냐고 외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엔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한국인 피격 사건이 일어났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조직적인 테러활동에 의해 피격사건이 일어났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앞으로 더욱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전재산”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잃으면 어머니는 모든 걸 다 잃는 것이다. 어머니는 또 말했다. “우리 아들이 없으면 나도 산 목숨이 아닙니다”라고.

이번 사건은 참여정부의 평화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치에는 현실적으로 비본질적인 요소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선일 납치 사건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전쟁을 반대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오직 본질적인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전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처럼 목숨은 누구에게나 단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만약에 전쟁을 일으켰다면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 더 이상의 살상은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목적은 이것뿐이다.

시민들의 손에 들린 촛불이 김선일 씨의 무사귀환을 빌고 있다.
시민들의 손에 들린 촛불이 김선일 씨의 무사귀환을 빌고 있다.김태우

늦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촛불을 밝혔다
늦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촛불을 밝혔다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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