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한자어에 망초(莽草)라는 말이 있는데 '빽빽하게 우거져 있는 잡초'라는 뜻입니다. 한자로 이렇게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개망초는 아무 곳에서나 무리를 지어 피는 꽃을 가리키는 말인 가 봅니다.
6월초에 개망초가 하나 둘 피어난다 싶었는데 한 달여 만에 개망초 세상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오래 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인 한 분이 이슬을 머금고 있는 개망초 하나만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뭐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 흔하던 개망초들이 어디로 다 사라져 버린 것인지,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그 꼴이었습니다.
결국 바람에 이슬이 말라버리고 이슬을 머금고 있는 개망초를 담질 못했습니다. 한 달여 지천으로 피어있던 개망초가 서서히 내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너, 내가 여기저기 많다고 시덥지 않게 여겼지? 흔한 것이라도 흔하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