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05년 이미 우리를 등졌다

[주장] 제국주의의 피해자 한국, 역사적 통찰력으로 파병 바라봐야

등록 2004.07.01 11:42수정 2004.07.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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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선일씨의 죽음 이후 이라크 추가 파병 여부가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감정적 반응을 피하고 이성적으로 차분히 접근하기 위해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의 시대적 배경과 한국이 부당한 전쟁에 참여해서는 안 되는 이유 그리고 반전평화 운동에서 일반서민들과 민주세력 역할의 중요성이다.

첫째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는 석유자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통해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세계 2위의 산유국인 러시아는 석유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만약 미국이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는 이라크를 움직여서 국제원유가격을 조작한다면 러시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요즈음 원자재의 블랙홀이라 일컬어지는 중국에게는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관건이다.

에너지난으로 제한송전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을 미국이 국제 원유시세 조작을 통해 경제적으로 압박할 수도 있다.(일본이 진주만 사건을 필두로 미국을 공격한 이유중 하나는 미국이 석유 수송로를 차단했기 때문임을 상기하자) 미국은 EU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큰 그림을 그리며, 대외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 유라시아 공략 전략가이자 전 미국 국가안보담당 특별 보좌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이란 책에서 "미국은 장차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강국의 부상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차세대 전략가들에게 충고하고 있다. 미국은 위의 전략을 실현하기 위하여 이라크를 불법 침공한 것이다.

둘째로, 한국이 비윤리적인 이라크 전에 참전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럴 만한 어떠한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던 대량살상무기는 이라크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연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없다. 즉 미국이 내세운 전쟁의 이유들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제는 미국이 이라크인들의 자유와 이라크의 민주화와 평화재건을 내세우지만 믿을 수가 없다.


세계 곳곳의 비밀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아부 그라이브에서 폭로된 포로학대를 보자. 지금도 기약없이 계속되는 미 점령군의 일반 이라크인들에 대한 억압과 전쟁 전보다도 열악해진 이라크 사회를 보자. 이라크인들은 외국 군대의 주둔을 요구한 적이 없지 않은가? 17억 무슬림(2003년 현재, 세계 인구의 약 28 %)들과의 대립은 이후 커다란 시장과 경제적 기회의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한국의 민항기, 재외동포들, 한국이 테러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 9·11 테러나 3·11 스페인 열차 테러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다. 한국은 미국의 침략적 세계전략에 휘말림으로서 미국과 아랍의 싸움에서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수 있다.


셋째로 중요한 국가적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서민들과 민주세력들의 주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전쟁의 여파는 일반 서민들이 가장 많이 겪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반전평화 요구를 불법화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국가권력의 남용이다.

일반 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국가적 선택의 순간에 서민들과 민주세력들의 정당한 정치적 운동을 막는다면 노무현 정권은 민주적 정권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은 개혁을 바라는 서민들과 민주세력들의 자발적 참여로 탄생했고 이는 유지, 계승되어야 한다. 참여정부는 국민들의 자주적, 민주적 지향에 참여하느냐, 아니면 지지세력들에 등을 돌린 채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에 참여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21세기 초엽 현재, 20세기 초엽 이후로(혹은 훨씬 전부터) 제국주의적 침략에 시달려 온 한국은 미국을 향한 제국주의적 야욕에 하수인으로서 동참할 것인가 아닌가의 기로에 있는 것. 1905년 태프트-가쓰라 조약으로 일본의 한국침략에 동의한 미국이 믿을 만한 상전이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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