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황토 위에서 참되었다

황토와 함께 하는 건강생활

등록 2004.07.05 11:31수정 2004.07.0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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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은 다음과 같이 황토를 노래한다.

우리는 유사 이래
하늘보다
황토 위에서 참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역사를
이와 반대로 써 왔습니다
민중이란 섬기는 사람이 아니라
날마다 일하는 사람입니다
정든 쇠스랑 박고 바라보면
재 너머로 넘어가는
끝없는 황토길이 우리 절경입니다 / 고은의 <황토> 중에서


요즘 웰빙바람과 함께 황토는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새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이 아토피성피부염으로 고생하는 것이 큰 문제로 부각되면서 황토를 이용해 집을 짓는 것은 이제 어디서고 찾아볼 수 있으며 아파트도 황토를 이용하면 분양 걱정을 않는다는 정보다. 그래서 아파트건설업체들도 황토성분의 건축자재 개발에 열심이다.

실제 ㄷ 아파트건설업체는 주로 황토 성분을 사용해 유해물질을 없애는 친환경 건축자재들을 개발했는데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의 실험에서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새집 증후군 유발 물질을 82.5%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황토지압보도, 황토산책로, 황토체험마을, 황토공원이 나라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으며 황토찜질방은 사람으로 터져나고, 황토 속옥, 황토이불, 황토마스크팩, 황토 팩, 심지어 황토로 만든 쌀독, 보온병, 콩나물시루가 나오는가 하면 황토관(棺)까지 등장한다.

음식과 식품엔 황토메주된장, 황토양파, 황토마늘, 황토배추, 황토배, 황토한우, 황토포크, 황토토종닭, 황토소금, 황토쌀, 황토곶감, 황토오리구이가 나왔는가 하면 황토참붕어증탕, 순황토 한정식 카페까지도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황토흙가루를 파는가 하면 도심 한복판에서는 황토명상방이 성업 중이다.

또 황토가 병원에까지 등장한다. 서울 강남의 ㅊ병원에는 최근 황토방이 들어섰다고 한다. 산모문화센터를 신축하면서 산모의 회복을 돕기 위해 황토방이 생긴 것인데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황토방의 효험을 확인하기 위한 산모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이 병원 최고의 인기 공간으로 되었다는 정보다.


황토란 무엇인가?

한국토종야생산야초연구소장 전동명씨는 "황토는 우리 조상 대대로 이용되어온 보배로운 흙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황토벽돌로 집을 짓고 황토물을 가라앉혀 그 물을 마셨으며 소에게도 황토를 먹였다. 또 광목자루에 쌀을 씻어 황토흙에 묻힌 다음 그 위에 불을 놓아서 밥을 해먹기도 하였고 약으로 쓰인 것은 물론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벽을 긁거나 입으로 핥아 먹기도 하였을 정도니 그렇게 말할 법도 하다.

의성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을 보면 황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좋은 황토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설사와 적백이질, 열독으로 뱃속이 비트는 것같이 아픈 것을 치료한다. 또 약에 중독된 것, 고기에 중독된 것, 입이 벌어지지 않은 조피열매에 중독된 것, 버섯에 중독된 것을 푼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보면 "황토는 흙 중에서 가장 약성이 강하여 약재에 넣는 흙으로 많이 쓰이며, 대부분의 약재들은 어느 정도 독성이 있는데 황토를 섞음으로써 독이 약화되고 독성이 없는 약재일 경우라도 황토가 그 약재의 약성을 높여준다"고 쓰여 있다.

황토흙을 물에 타서 가라앉힌 것을 지장수(地漿水)라고 하는데 <동의보감>은 이렇게 적고 있다.

"성질은 차고 독은 없다. 여러 가지 중독을 푼다. 산에서 독버섯을 먹었을 때는 오직 지장수로만 나을 수 있다."

황토는 지름 0.002∼0.005mm인 입자로 이루어진 퇴적물인데 중국 황허강 유역 등에 많이 쌓여 있다고 한다. 황토는 가는 모래로 되어 다량의 탄산칼슘(CaCO3)이 함유되어 있어 있으며 부서지지 않고 끈끈하며 차진 성질을 지니고 있고 물을 부어주면 찰흙으로 변한다.

황토는 표면이 넓은 수많은 벌집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스폰지 같은 구멍 안에는 원적외선이 다량흡수, 저장되어 있는데 열을 받으면 발산하여 신진대사 및 혈액순환을 활성화시켜 인체의 노화방지, 만성피로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일본 미생물 연구회에서 발표한 '흙 속의 효소'에 대한 연구를 보면 '양질의 황토는 카탈라아제 효소가 들어있어 체내의 독소인 과산화지질을 중화시키며 노화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프로테아제효소도 함유되어 있어 생물체 내에서 암이나 종기, 기타 부패한 세포를 분해시킨다고 한다.

한국 원적외선 협의회의 백우현 교수는 '황토와 일반 흙의 원적외선 방사 비교 실험'을 통해 열을 가했을 때 일반 흙보다 황토가 월등하게 많은 양의 원적외선을 방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반 온돌방과 황토방에 불을 때고 누웠을 때 황토방에 누운 쪽이 척추 부근의 신진대사가 훨씬 더 활발하다는 것도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다.

우리나라 황토에서 자란 인삼, 은행잎은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고, 발효식품인 김치, 된장, 간장, 새우젓 등은 황토 표층 밑에서 자란 것이 발효가 잘 된다.

황토의 좋은 점은 보통 다음 9가지를 말한다. 황토는 숨을 쉬며(공기가 잘 통함), 습도조절 능력이 우수하고, 항균 효과가 뛰어남은 물론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또 냄새를 없애는 효능이 좋은가 하면 방열효과가 좋고, 높은 온도를 오랫동안 지속하며, 원적외선 방사량이 많다.

참고로 황토와 동물과의 관계에서 보면 소는 여물을 먹고 난 뒤 황토로 제독을 하고, 개는 속에 탈이 날 때 황토구덩이에 배를 깔고 단식을 한다. 또 닭은 쑥밭 근처의 황토흙으로 목욕하여 병을 치료하고, 곰은 상처를 흙탕물에 담가 치료하며 잉어가 병이 나면 연못에 황토를 넣어 처방하기도 한다.

a 황토목욕

황토목욕 ⓒ 뉴스툰

황토목욕법

눈이 피로해 눈꼽이 끼거나 가벼운 안질에 걸렸을 경우에 지장수로 씻으면 효과가 있고, 채소나 과일에 잔류된 농약을 씻어내는 데도 화학세제보다 더욱 안전하다는데 전동명씨의 누리집엔 황토목욕법도 나온다.

황토욕법의 방법은 야산의 경사지에서 흙을 1m정도 파고 들어가 목만 내놓은 채 흙으로 온몸을 덮은 뒤 휴식을 취하면 된다. 황토욕을 하기에는 여름철이 좋으며 일 년에 단 한번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황토목욕은 집안 목욕탕에서 집에서도 할 수 있다. 무명자루에 황토 한두 되 정도를 담아서 묶어 이 자루를 섭씨 38~40도 정도 물이 담긴 욕조에 넣으면 물에 황토가 옅은 노란색으로 퍼지는데 이때 욕조에 들어가면 된다. 욕조에 몸을 담근 뒤 15분 정도 지나면 몸속의 노폐물이 제거되고 피부미용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또 황토를 무명자루에 5kg정도 넣어 아랫목에 묻어준 다음 시간이 지나 자루가 뜨거워지면 꺼내서 아픈 곳에 갖다 대거나 베고 누워도 좋다. 한번 만든 황토자루는 1주일정도 쓸 수 있으며 감기가 걸렸을 때도 황토자루를 만들어 등에 대고 하룻밤 자고 나면 몸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황토는 여성들의 마사지 미용법으로 사용된다. 길이 7cm정도 되는 작은 가제 주머니에 죽염이나 볶은 소금, 레몬즙과 황토를 섞어 반죽한 것을 넣고 세수를 한 직후에 주머니를 얼굴 군데군데에 대고 꾹꾹 눌러주었다가 피부에 흙의 감촉이 느껴지면 떼어낸다. 이 미용법은 피부가 매끈해지는데 지장수를 이용하여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황토를 먹고, 바르며, 집을 짓는 데도 유용하게 쓰이지만 천에 염색하여 쓰기도 한다. 화학염색은 염색과정에서 이미 공해물질을 배출하는데 천염염색은 그렇지 않다. 요즘은 팬티, 런닝셔츠 등 속옷과 함께 생활한복, 이불도 나오고 있다. 천연섬유에 원적외선이 나오는 황토염색의 옷이라면 피부가 숨 쉬는데도 좋지만 황토의 여러 가지 좋은 효과를 입는 동안 늘 누릴 수가 있을 것이다.

'저 붉디붉은 황토의'란 시에서 장진숙은 "그를 그답게 키워낸 것은 / 붉디붉은 저 황토의 뜨거움이었다고 / 불 인두로 지지듯 허름한 / 방명록(芳名錄)에 새겨두고 왔지요”라고 말한다. 동학혁명가 녹두장군 전봉준을 황토의 뜨거움이 키워 냈다고 읊조리는 것이다.

그저 되는대로 살려면 이런 정보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일생을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꾸미려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 중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황토생활을 다시 활용하면 바람직할 것이다. 당장 황토집에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지장수를 만들어 마시고, 황토를 이용해서 만든 음식을 먹고, 황토 속옷과 이불 등으로 늘 원적외선을 안고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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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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