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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태풍 민들레가 지나가면서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오는 걸 보고 있자니 언젠가 우리 둘째놈이 하던 얘기가 생각난다. 어느날이던가 창문으로 비가 내리는 걸 보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달려오더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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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도깨비의 눈물이 비가 된다는 강혁이 ⓒ 박미경
"엄마, 비가 왜 오는 지 알아?"
"글세. 비가 왜 오는 건데?"
"아기도깨비가 울어서 그래!"
"아기도깨비가 왜 우는데?"
"엄마한테 혼나서 그러지!"
아기도깨비가 엄마에게 혼나면 슬퍼서 눈물이 나고 그래서 비가 온다는 걸 난 그때야 알았다. 아마 우리 아이는 엄마에게 혼나면 엉엉 울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비를 보면서 엄마에게 혼난 아기도깨비를 생각해 냈을지 모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있었나 보구나, 아이를 야단치고 혼내면서 아이를 슬프게 만들었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내가 아이를 혼내고 야단칠 때, 아이는 속으로 얼마나 울음을 곰삭이고 있었을까 생각하니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갈수록 아이들을 키우는 게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 있고 당당하고 예의 바른 아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그게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아니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것보다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이기적인 나를 버리는 게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아이의 모습은 곧 나의 모습일테니 말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이의 모습에서 어느 순간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에서 내 모습을 보고 아차 싶은 순간도 있다.
아이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엄마도 했으면서, 아빠도 그러는 데….”하는 표현이 있다. 아이를 혼내거나 야단치기 전에 먼저 내 모습을 한 번 돌아보자.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이 혹 부모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지 먼저 살펴봐야겠다. 아이를 나무라기 전에, 아이의 말과 행동 중에 잘못된 부모의 말이나 행동이 비춰진다면 먼저 고쳐야 할 일이다.
비를 보면서 엄마에게 혼난 아기도깨비를 생각하는 우리 아이, 아이의 눈에 있는 티끌을 탓하기 전에 내 몸에 붙은 재를 먼저 털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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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 동면에 있는 할머니집 고추 밭에서….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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