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애기나리는 5월 초 한라산을 오르는 길에 만났습니다.
드문드문 피어 있는 애기나리는 그 작은 꽃을 달고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나리꽃들 중에서는 하늘말나리와 몇 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그리니 겸손한 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나리꽃을 중국에서는 '백합'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백합이라고 부르는 꽃도 '나리꽃'이죠. 그러니 애기나리의 꽃말은 백합의 꽃말을 따라 '순결'이라고 하면 될 것 같고, 거기에 '애기'자가 들어가니 '참 작고 소중한 순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의 색도 은은한 아이보리라고 해야 할지 초록이라 해야할지 모를 화사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꽃입니다. 그러나 그 수수함이 순수함으로 다가오고, 치장하지 않은 아름다움의 여운을 길게 남기는 꽃입니다.
성형미인, 화장미인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수수한 맨 얼굴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