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 100년' 멀티플렉스로 만나다

꿈과 환상을 현실로 엮어내는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록 2004.07.12 17:56수정 2004.07.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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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 김강임


사면이 바다인 제주는 해안경승지가 일품이다. 꼬불꼬불 이어진 해안도로는 섬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바다와 인접한 경계선에는 자연의 신비가 일렁인다.

제주공항에서 1118번 남조로를 타고 가다보면 가장 끝 부분이 남원이다. 제주 남원읍은 성산일출봉과 중문관광단지 중간에 있으며, 특히 남원해안경승지 '큰엉'에서 바라보는 태평양 바다는 광활한 대지를 연상케 한다. 더욱이 '큰엉'의 비경과 함께 어우러진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은 마치 순백의 궁전처럼 자연림과 어우러져 있다.


한 시대의 역사를 조명해 볼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이다. 그러나 영화 박물관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대신 느끼게 해준 영화. 비록 영화를 좋아하지 않거나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일지라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한 편의 잊지 못할 영화가 있으리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은 영화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영화사 전시실과 영화 기자재 및 포스터 그리고 각종 영화자료를 볼 수 있는 자료 전시실을 함께 갖추고 있는 영화박물관이다.

1996년 6월 5일 남원해안경승지 큰엉에 문을 연 영화박물관은 3만여평의 부지에 100년의 영화세상을 만날 수 있는 멀티플렉스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영화박물관은 일반인들도 영화의 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기초부터 첨단까지 영상물과 제작방식을 다양하고 흥미로운 볼거리로 제공하며, 직접 생생한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

a 반가운 얼굴들

반가운 얼굴들 ⓒ 김강임


아열대 자연림을 뚫고 영화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니 한국의 영화계를 지켜온 반가운 얼굴들이 오는 이를 반긴다. 잠시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얼굴들. 이 얼굴들을 화면에서나마 이렇게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이 참 영광이다. 스타들은 항상 우리 곁에 멀리만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말이다.


그러나 영화박물관에서 스타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예전에 보았던 영화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한때 영화계를 빛내 주었던 숨은 꽃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울고 웃으며 가슴 아파했던 인생의 희로애락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a 영화의 인물 속으로

영화의 인물 속으로 ⓒ 김강임


1층 관람실로 들어가면 그 동안 궁금했던 영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의 탄생에서부터 성장, 디지털 영화에 이르기까지 영화발달 100년사를 첨단 시청각 시설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 동안 살아가는 데만 급급해서 우리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온 영화 속 인물들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a 한 편의 영화를 만들려면...

한 편의 영화를 만들려면... ⓒ 김강임


관람실에는 1920-1950년대 실제 사용되었던 영상제작기계가 진열돼 있었다. 삼각대, 매거진, 돌리, 촬영기, 영사기, 편집기 등이 전시된 관람실에는 가난했던 영화계의 살림살이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나간 시절의 추억과 감동이 감춰져 있었다.

불을 훤히 밝혀진 관람실의 분위기는 영화관에 온 것 같다. 특수분장 및 메이크업, 애니메이션, 촬영 체험, 북한 영화코너, 기타 전시실 등은 관람객들의 바쁜 일정을 붙들고 있다.

영화박물관을 찾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가족과 연인, 친구 혹은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a 영화속 포스터...

영화속 포스터... ⓒ 김강임


특히 연인들끼리 다양한 키스를 실연해 볼 수 있는 '키스 미학 코너'에는 젊은이들이 웅성거린다. 역시 관심사는 제각기 다르다.

이곳은 영화 백화점으로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 즉 초창기 영화 제작기, 국내외 우수영화 포스터, 각종 영화상을 상징하는 상패와 트로피, 시나리오, 국내외 유명영화인 소장품, 영화촬영 의상, 영화를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뛰어난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있다.

a 나도 주인공이 되어...

나도 주인공이 되어... ⓒ 김강임


지하 관람실 영상 의상소품실에는 궁중의상에서부터 서민의상,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혼부부 한 쌍이 임금과 왕비가 되어 보는 순간이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왕비는 임금 앞에서 수줍은 듯 포즈를 취한다. 아마 영화도 저렇게 만들어졌으리라.

2층 관람실에는 영상합성체험을 통해 멋진 절벽 연기를 연출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같이 동행한 독자 한 분이 '클리프행어'의 멋진 연기를 시도해 본다. 이처럼 멀티채널 사운드, 이미지 체험으로 영화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a 야외장 풍경

야외장 풍경 ⓒ 김강임


영화 박물관 야외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짭짤한 바다 내음과 야자수의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다. 남국의 풍경은 항상 이국적이다. 야외 전시장에는 영화 '조스'에 등장하는 무서운 상어 한 마리가 바다 한가운데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a 야자수와 상어

야자수와 상어 ⓒ 김강임


산책로에는 그 동안 영화에 출현했던 조형물들이 남국이 풍경과 어우러져 신비를 자아낸다. 영화 '쉬리',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은행나무침대', '서편제',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의 조형물과 스타들의 얼굴이 산책로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남원해안경승지 큰엉과 연계한 2km의 산책로는 깊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제주 바다는 쪽빛바다만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잿빛 바다도 의미가 있다.

아마 영화 속 그리운 얼굴들이 희뿌연 안개에 젖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평소 스크린에서만 만나봤던 얼굴들이 제주의 자연경관에 어우러져 있으니, 순백의 궁전은 더욱 꽉 찬 느낌이다.

a 산책로에는 스타의 얼굴들이...

산책로에는 스타의 얼굴들이... ⓒ 김강임


바다로 통하는 계단을 딛고 절벽으로 내려가니, 바다와 연계한 또 하나의 영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거무튀튀한 갯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는 영화 속 조형물들이 파도를 삼키고 있으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듯하다.

a 갯가에는 또 한 편의 영화가...

갯가에는 또 한 편의 영화가...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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