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하려거든 우리를 밟고 가라!" 도보행진 출발

[현장] 전쟁피해자들, 파병반대 전국 도보행진... 24일 부산 출발

등록 2004.07.14 19:22수정 2004.07.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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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자이툰 부대 선발대 파병을 앞두고 국회파병반대모임이 '이라크 전쟁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추가파병 재검토 촉구'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파병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전쟁에서 심신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이라크 파병반대 전국 도보행진을 계획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 손자들까지 전쟁 피해자로 만들 수 없다“

태평양전쟁피해자, 한국전쟁민간인학살피해자, 베트남 전쟁피해자와 함께 국적포기필요없는나라만들기모임 회원, 평화와인권을염원하는국민들이 함께 하는 '전쟁피해자와 함께 하는 이라크파병반대 전국도보행진'(이하 '이라크파병반대 전국도보행진')이 오는 24일부터 8월 2일까지 10여일 동안 계속된다.

이들의 전국 도보행진은 하루 20~40km 강행군을 통해 전국을 돌면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부당성과 이에 수반되는 고통 등을 알릴 계획이다.

전국도보행진단은 24일 부산을 출발→ 마산, 경산, 대구(25일)→ 고령, 합천(26일)→ 거창(27일 낮)→ 광주(27일저녁)→ 전주, 군산(28일)→ 대전(29일)→ 천안(30일)→ 평택(31일)→ 매향리(1일 낮)→ 서울(1일 밤)→ 서울 외통부, 국회, 청와대, 광화문(2일 낮)→ 2일 저녁 서울에 도착한 후, 8월 3일(화) 자이툰 부대 수송기 이륙지에서 마지막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국도보행진의 한 관계자는 "'내가 일본 전쟁피해자인데, 내 손자들까지 미국 전쟁의 피해자로 만들 수 없다'며 많은 전쟁피해자들이 이 행사에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고령으로 인해 걷기 어려운 분들은 휠체어나 차량으로 이동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25일 도착, 월남전 참전 용사도 도보 행진 참석

한편 대구에서는 월남전 참전 용사들 중 일부도 도보행진에 참석한다. 월남참전유공전우회 대구지부 지동춘 지부장은 “대구 지역에 회원들이 많긴 하지만 직장도 있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라크파병을 반대하는 뜻을 밝히기 위해 도보 행진에 참석하기로 했다"며 "옛날에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전쟁터에 나가 돈이라도 벌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자신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생계 문제는 책임질 수 있는 상황 아니냐?"며 돈벌기 위해 지원하겠다는 젊은이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했다.

지 지부장은 "어떤 형식로든 전투병 형태의 파병은 안된다"며 "민간 차원의 봉사활동이나 지원활동 등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이라크에 가려면 전쟁 피해자를 밟고 가라"
[인터뷰] 파병반대 전국도보행진 준비하는 박정희씨

▲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박정희 간사
- 도보행진 기획 의도는?
"지난 21일 김선일씨 피살은 이라크전의 참상이 직접 피부로 와 닿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파병 반대론자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계속 '파병강행'만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파병 반대'목소리가 필요한 것 같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파병반대보다는 전쟁의 고통과 참혹함을 온몸으로 겪었던 전쟁피해자들이 쏟아내는 '전쟁의 참혹함, 전쟁의 부당성'등에 보다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과 함께 전국을 도보로 행진하면서 무고한 생명이 파괴되는 폭력적인 행위인 전쟁에 대해 "이라크에 가려면 우리 전쟁피해자들을 밟고 가라"며 온몸으로 저항하고자 한다."

- 그동안 이라크파병반대운동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이라크 파병반대국민행동 관계자분들도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의 참석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사실 파병반대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실천은 촛불시위에 참석하거나 서명하는 것 뿐 아닌가. 이번 도보행진을 계기로 점차 커지고 있는 파병반대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정치권에 보여줘야 할 것 같다.

- 전쟁피해자들은 고령이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많을텐데, 이에 대한 보완책은?
"사실 전쟁 피해자 대부분이 70, 80대 고령이다. 건강한 분들을 중심으로 도보 행진 참석자를 모집하고 있다. 일부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차량 또는 휠체어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각 지역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인권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대거 이 행사에 참가함으로써 전쟁피해자 분들이 많은 힘을 얻으실 것 같다.

- 도보행진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실 한국정부는 침략전쟁피해자들의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자기 나라 국민을 미국 침략전쟁의 공범자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며, 이 도보행진을 통해 또 다른 전쟁피해자 양산을 막고자 한다"

자세한 문의 : 국적포기필요없는 나라만들기 모임 (http://cafe.daum.net/pacificwar) · 대구경북권 준비 -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박정희 간사(053-257-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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