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하려거든 우리를 밟고 가라"

전쟁피해자와 함께 하는 전국도보행진 이틀째 대구 현장

등록 2004.07.26 03:11수정 2004.07.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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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도착 직후 '파병반대', '전쟁반대'를 외치며 이동하고 있는 광경
대구에 도착 직후 '파병반대', '전쟁반대'를 외치며 이동하고 있는 광경김용한
"우리는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우리는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입니다."김용한



"파병을 하려거든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

지난 24일 부산을 출발해 10일간의 일정으로 대구, 고령, 광주를 거쳐 서울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한 '전쟁피해자와 함께 하는 이라크파병반대 전국도보행진단(이하 전국도보단)'이 25일 이틀째 걷기 지역인 대구에 진입했다.

지역의 각 단체들이 피켓을 준비한 채 대기하고 있다
지역의 각 단체들이 피켓을 준비한 채 대기하고 있다김용한
전국도보단은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체가 되어 오프라인을 통해 결성한 ‘국적포기없는나라만들기모임(이하 국포모)’, 평화유랑단, 이라크파병반대 시민행동 등의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철회'의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청년들
'이라크 파병철회'의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청년들김용한
부산 서면을 출발한 전국도보단은 ‘이라크파병반대’라고 쓰인 빨간 깃발, ‘전쟁반대 이라크 파병반대’라고 적힌 녹색 현수막을 든 채 이동을 하면서 파병 반대에 대한 시민홍보전에 집중했다.

민간인 학살지로 꼽히고 있는 경산코발트 광산 둘러보기와 위령제, 파병반대를 촉구하는 약식집회 등을 한 뒤 대구에 입성한 전국도보단은 미리 남부정류장에 대기해있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합류하며 ‘파병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드높였다.

전교조대구지부, 땅과 자유, 대경총련, 대구참여연대, 대구경북통일연대, 평화통일시민연대, 정신대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등이 함께 자리를 했다.


또한, 이번 모임의 주체인 국포모를 비롯한 태평양전쟁 당시의 전쟁피해자인 정신대 할머니, 원폭피해자, 베트남전쟁 피해자,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 등이 도보행진에 나서고 약식집회 때 증언을 해주는 의미 있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이날 전국도보단원 중에는 부산에서부터 출발해서 대구에 도착한 최봉태(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변호사) 대표, 경산에서부터 합류한 문정현(평화유랑단·소파개정국민행동 상임대표) 신부, 원유술(대구종교인평화회의 공동대표) 신부, 한기명(범민련대구경북지부) 대표 등이 함께 했다.


도보단의 활동을 영상에 담고있는 문정현 신부
도보단의 활동을 영상에 담고있는 문정현 신부김용한
문정현 신부는 직접 카메라로 도보 단원들의 활동 그림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고, 젊은이들보다도 더 넘치는 에너지로서 도보단에 합류하여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우리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파병을 하려거든 우리를 밟고 가라”, “이라크 민중 대미항전을 지지한다”는 원색적이지만, 전쟁반대를 확연하게 나타내주는 종이 현판을 들고서 거리행진에 나서는 도보단의 모습도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중증장애인들이 파병반대를 위한 도보단에 함께했다.
중증장애인들이 파병반대를 위한 도보단에 함께했다.김용한
특히, 전국도보단 행진에는 부산에서부터 합류하여 참가한 최창현(밝은내일 인권찾기회) 대표 등 5명 가량의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자리를 빛냈다.

문정현 신부는 “각 분야에서 파병반대의 운동을 하고 있는데, 정신대할머니, 월남전 피해자, 원폭피해자, 태평양전쟁의 피해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말하는 절규의 소리를 우리는 잘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여성, 어린아이 참가자들이 내리쬐는 땡볕에 불편해 하고 있다.
여성, 어린아이 참가자들이 내리쬐는 땡볕에 불편해 하고 있다.김용한
문 신부는 “우리 정부의 민족자주의 문제는 빵점이며, 노무현 정부는 미국에 알아서 기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모든 나라가 파병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파병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결사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신부는 “노무현 정부가 파병을 강행하려 한다면 이 정부에 있어서는 이 건(파병)이 노무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우리를 더 이상 죽이지마라"는 팻말을 들고 이동하는 유창렬씨
"우리를 더 이상 죽이지마라"는 팻말을 들고 이동하는 유창렬씨김용한
전국도보단에는 어린 학생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단지 걷는 일이지만, 파병 반대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이러한 작은 물결들이 파병을 저지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전범의 국가의 국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이 기(기수)를 잡았다.”(변상철 국포모 회원·서울)

“전쟁을 겪으신 분들이 파병은 반대하는 이유만으로도 의미가 깊다.”(박유진 대학생·대구)

“전쟁의 참혹함을 생각할 땐 전쟁만은 있어서는 안 된다. 전쟁은 별 이익도 없으면서 파병을 하는 것은 무엇이냐.” (이태준 한국민간인학살피해자 공동대표 겸 경산코발트광산 회장)

“전쟁은 무서운 것이고, 인류를 망하게 하는 것, 명분 없는 전쟁이기에 파병을 반대하는 것이다.” (최창현 밝은내일인권찾기회 회장)

“전쟁 피해자에 고통, 아픔을 시민들이 잘 알았으면 좋겠다.”(박정희 국포모 운영자)

“전쟁피해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전쟁은 결코 막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고, 내가 한 걸음, 걸음마다 걷는 만큼 평화가 조금이라도 당겨질 수만 있다면 좋겠다.”(금정연 부산 출발자·대구)

“전쟁피해자분들과 함께 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전쟁을 거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변홍철 땅과 자유 회원)


잠자리채도 함께한 '파병철회, 전쟁반대'
잠자리채도 함께한 '파병철회, 전쟁반대'김용한
한편 전국도보단은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남부정류장, 범어로타리, 반월당, 동성로를 거쳐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파병반대를 위한 시민선전전, 약식집회를 개최한 후 대구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전국도보단은 26일 오전 10시 곽병원 지하 강당에서 도쿄 우천사 유골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뒤 거창(26일), 광주(27), 익산(28일), 대전·천안(29일), 평택·매향리(30일)를 거쳐 오는 31일 서울에 집결하여 전쟁 반대와 이라크 파병 반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파병 반대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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