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려나?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분투기(13)

등록 2004.07.22 07:30수정 2004.07.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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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뮤직이 유료화된다니 이제 인터넷으로 음악 듣기는 다 틀려버렸네…."


최근 벅스뮤직의 유료화 선언 이후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런 한탄을 하는 세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음반을 살까 말까 한 40대에서 50대 사이의 아저씨들이었다.

a 가입자가 1600만, 하루 이용객이 400만이나 된다는 벅스뮤직,   음반업계로서는 본때를 보일 아주 좋은 타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가입자가 1600만, 하루 이용객이 400만이나 된다는 벅스뮤직, 음반업계로서는 본때를 보일 아주 좋은 타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 김정은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이나 TV 음악프로그램을 보고 듣거나 더더구나 음반을 사서 듣는 행위 자체가 어색한 아저씨들이 야근이라도 하거나 집안에서 PC로 잔무를 처리하는 중에라도 가장 손쉽게 최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이트가 바로 벅스뮤직이었던 것이다.

남자 동료들의 불만섞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무리 음반업계가 음반을 하나라도 더 팔아먹기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벅스뮤직을 유료화시킨다고 해서 과연 음반업계가 의도했던 노력 만큼의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었다.

만약 별 효과없이 시범 케이스의 의미가 강하다면 기껏 최신음악과 동떨어진 기성세대들이 간만에 쉽게 신곡을 접하고 친해질 수 있는 아주 좋은 통로마저 단절시켜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마치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워버리는 격이 될까 하는 노파심에서이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와 MP3

가입자가 1600만, 하루 이용객이 400만이나 된다는 벅스뮤직의 규모는 음반업계로서는 본때를 보일 아주 좋은 타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왜 남의 창작물을 허락도 없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불법으로 제공하느냐"고 말이다. 물론 맞는 얘기이다.

결국 음반업계의 지속적인 투쟁(?) 탓에 국내 최대의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도 유료화를 선언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 벅스뮤직에서 실시간 일반에게 제공되는 디지털 음원은 엄밀히 말해 mp3가 아니다.


물론 벅스뮤직도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게는 만들었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mp3를 직접 다운받아서 듣는 것보다 음질에서 많이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곳에서 음악을 듣는 이유는 회원가입만 하면 비교적 최신곡들이 빨리 올라와 다양한 구색을 갖춘 곳에서 누구나 공짜로 실시간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좀 음질이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신청곡만 골라 틀어주는 라디오를 듣는 기분으로 이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료화를 하게 되면 어느 정도의 가격과 부과방식으로 요금이 책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돈을 모두 지불한 사람들이 이런 음질의 차이를 감안하면서까지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까?

새로운 컨텐츠 가치를 창출하고 더욱 높이는 게 중요

역사적으로 볼 때 인쇄기부터 복사기, VCR이라는 새로운 복제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기성 산업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하며 거센 반발을 해왔다.

예를 들자면 쿠텐베르크에 의해 서양의 인쇄술이 시작되기 전 양피지를 사용하여 일일이 손으로 쓴 고급 양장본 책 한 권의 값은 너무 비싸서 부유층만이 소장할 수 있었다. 당연히 돈이 없는 대다수의 서민들은 문맹이었고 문맹을 벗어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인쇄술이 발전하고 그 인쇄술로 칙칙한 신학서적이나 논문이 아닌 발랄한 내용의 로망스소설이 제작되자 이런 종류의 소설들은 당시 식자층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큼 유행하여 이동도서관이라는 신종 대여업까지 등장했다.

물론 대여업 초기에는 이 대여업으로 서적판매가 줄어들거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대여를 통해 연애소설을 접한 대중들은 문맹을 벗어나려는 동기가 부여되었고 서적 대여가 아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적을 구매하기를 원하는 구매계층을 확대시켰다.

결과적으로, 낡은 출판모델을 도태시킨 것은 이동도서관이라는 존재였지만 동시에 이동도서관은 대중서적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낳았다. 이 와중에서 주목할 내용은 대중서적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출판사들은 번성했지만 엘리트만 상대하던 출판사들은 소멸했다는 점이다.

문화산업에 있어서 어떠한 신기술이 나타날 때 언제든지 기성 제작사들로부터 앞에서 언급했던 반발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부유층 엘리트만 상대하던 출판사는 재미있는 책들이 보급되면 서민들의 문자해독률이 증가하여 새로운 구매층이 창출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인기 콘텐츠가 더 많이 공급될수록 VCR의 수요층이 더 증가하리란 것을 초기의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미 MP3 나 MP3 플레이어와 같은 디지털 음원 관련 산업 또한 변화하는 시대의 대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신기술 때문에 음반이 팔리지 않는다며 지적재산권을 내세워 무조건 MP3 불법다운을 문제 삼으면서 MP3 불법다운과 별 관계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문제 삼는 것은 이미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조류를 거스르려는 제 밥그릇 지키기 면이 강한 점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음반 제작사들은 스스로가 만든 음반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지나치게 과민하지 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시켜 자신의 컨텐츠 가치를 더욱 최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말로만이 아닌 적극적인 지적재산권 관리기술의 정교화 노력 필요

물론 창작물의 지적재산권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열매를 따먹기에는 더욱 시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섣부른 열매 따먹기는 자칫 새로운 산업의 수요 위축을 가져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음원을 다운해서 듣지 않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는 오히려 그 곡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광고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고 본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음반과 멀어진 중년 남자계층을 신곡으로 불러들였듯이 말이다.

단, 불법 MP3 복제에 대해서는 말로만 MP3 불법복제를 외칠 것이 아니라 음원에 복제관리기술인 DRM (Digital Rights Management)기술을 체택하고 그 기술을 더욱 정교화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철저히 선행되어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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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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