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가 SK텔레콤 불법행위 눈감았다"

'처벌 유보' 결정으로 '종이호랑이' 되기를 자처한 통신위

등록 2004.07.27 17:37수정 2004.07.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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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7일 열린 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지난 달 7일 열린 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오마이뉴스 이승훈

권위를 갖춘 시장의 심판이 돼야할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가 '종이호랑이' 되기를 자처했다. 지난 26일 통신위가 SK텔레콤의 반복되는 불법보조금 지급에 대해 가중처벌을 하기는커녕 추가제재를 유보했기 때문이다. 특정업체 봐주기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그동안 시장 혼탁을 주도하거나 경쟁사의 영업정지 기간에 위법행위를 하는 사업자에 대해서 즉각적이고 강력한 처벌 방침을 수차례 밝혀왔던 통신위가 스스로 천명했던 원칙을 저버린 것은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와 신뢰를 저버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통신위 내부 토론 : "강력히 제재해야" - "제재수위 낮춰야"

이날 통신위 전체회의에서는 SK텔레콤에 대한 강력한 제재 주장과 제재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들은 회의에서 “이미 지난 달 7일 전체회의에서 또다시 불법 보조금 지급행위가 생길 경우 영업정지기간 연장, 대표이사 형사고발 등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를 예고했었다”며 “그런데도 SK텔레콤이 이를 무시하고 보조금을 지급한 만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제재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자체 시장안정화 노력과 내수시장의 침체에 대한 우려, 소비자 편익 침해 등을 들어서다.

결국 통신위는 논의 끝에 “SK텔레콤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면서도 “7월 13일 이후 SK텔레콤이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의 지속여부에 따라 가중 또는 경감 처분하기로 했다”는 이도저도 아닌 결론을 내렸다.


처벌유보 결정에 대해 김인수 통신위 사무국장은 “이번에 처벌을 유보함으로써 사업자 스스로 부담감을 가지도록 했다”며 “즉각적인 제재보다는 향후 사업자들이 시장 안정화를 지속하는지 여부를 반영함으로써 위법행위 재발을 사전에 억제토록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업계 "통신위가 SK텔레콤에 면죄부 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통신위가 이미 저질러진 불법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통신위의 우유부단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은 “7월 초 SK텔레콤이 ‘공짜폰’을 앞세워 경쟁사의 가입자를 부당하게 빼앗아 부당이익을 챙기고 나서 처벌수위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자정노력을 벌인 것뿐인데 통신위가 처벌을 유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통신위가 SK텔레콤의 꼼수에 놀아난 것”이라며 “통신위는 앞으로 SK텔레콤의 자정 노력과 상관없이 불법행위로 얻은 부당이익에 대해서 SK텔레콤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의 공공연한 불법행위... 영업정지 처분 후 '보조금 지급' 더 늘어나

SK텔레콤 대리점
SK텔레콤 대리점오마이뉴스 이승훈
이러한 후발사업자들의 반발은 SK텔레콤의 불법보조금 지급 행위가 너무나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통신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달 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SK텔레콤은 총 1499건의 불법 보조금 지급 행위를 저질렀다. 또 단말기의 정상가격 판매 준수율은 29.5%에 불과했다. 지난 달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전인 49.7%보다도 낮아진 수치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후 오히려 보조금 지급 행위가 늘어난 셈이다.

지난달 7일 열린 103차 통신위원회에서 KTF와 LG텔레콤이 각각 30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때 3~5월까지 3개월 동안 통신위에 적발된 보조금 지급 건수가 각각 1842, 1910건이었다.

그런데 약 40일 동안 적발된 SK텔레콤의 보조금 지급건수가 30일 영업정지 처분에 육박하는 1499건임에도 통신위가 SK텔레콤의 자정노력 여하에 따라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한 것은 아무래도 SK텔레콤 봐주기라는 게 후발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 5월 25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는 SK텔레콤에 대한 독점 규제 연장을 발표하면서 향후 SK텔레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합병인가조건 위반 여부와 병합 심리해 가중처벌 할 것을 정통부에 건의했다.

진대제 장관도 통신위 통한 불법행위 근절 의지 밝혀

진대제 장관도 통신 시장의 불법행위 근절 의지를 밝혔다. 이통3사가 지난 달 24일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며 내놓은 ‘클린마케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시장에서 불법행위가 발생 시 통신위를 통한 신속한 시정조치와 시장혼탁 주도 사업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하겠다는 방침이 그것이다.

통신위도 마찬가지다. 그간 통신위는 시장혼탁 주도사업자와 경쟁사의 영업정지 기간 중 위법행위 사업자에 대해서 즉각적이고 강력한 처벌 방침을 여러차례 천명해 왔다.

업계는 이번 ‘처벌 유보’ 결정은 통신위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통신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미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40일 영업정지라는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받은 와중에 또 다시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나 뒤늦은 자정노력를 했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처벌을 피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위가 이번 시장안정화 방안에는 과징금, 영업정지, 대표이사 고발 등만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며 처벌을 유보했지만 이는 시장에서 공정한 심판자로서 반칙을 바로잡아야할 통신위가 원칙을 내던지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으로 시장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처벌 유보를 통해 사업자들의 자정노력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불법보조금 지급행위가 이번에 처음 발생한 것이라면 몰라도, 보조금 지급행위가 고질적으로 반복되어 온 것이란 점을 감안할때, 오히려 또 다른 불법행위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만약 KTF나 LG텔레콤이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에 보조금을 지급해 가입자를 빼앗아 온 후에 다시 자정 노력을 기울이면 통신위는 그 때도 향후 자정노력을 보고 처벌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업계 "통신위 KTF·LGT의 불법행위도 봐줄 셈인가?"

시장상황에 대해 낙관하고 있는 쪽은 통신위의 처벌 유보가 시장 안정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사업자들로부터 형평성과 시장안정화 의지 자체를 의심받고 있는 통신위의 행보가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핸드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7월 1일부터 SK텔레콤이 비정규 유통망을 통해 ‘공짜폰’을 뿌려대는 바람에 이제는 손님들이 정상 판매가로는 핸드폰을 구입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통3사는 물론 현장 대리점들도 편법을 동원한 보조금 지급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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