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촉진기금' 검은 거래 자금으로 전락

직원 7명 연루된 정통부... 뒤늦은 대책마련에 부산

등록 2004.07.29 14:06수정 2004.07.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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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감사원이 정보화촉진기금 사업 집행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정보통신부는 뒤늦게 기금운용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29일 감사원이 정보화촉진기금 사업 집행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정보통신부는 뒤늦게 기금운용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오마이뉴스 이승훈
정부통신부 공무원과 국책연구원 등 산하기관 직원 30여명이 정보화촉진기금 지원대가 등으로 해당업체로부터 금품을 상납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뒤늦게 정보화촉진기금 운용방식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통부 공무원과 국립대 교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등 총 33명은 직무수행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업체에 제공하거나 정보화촉진기금 지원을 미끼로 주식을 헐값이나 무상으로 취득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비위내용 무거운 13명 검찰에 고발

감사원은 29일 국회의 감사청구에 따라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정보화근로사업 및 정보화촉진기금 관리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미공개주식 부당취득자 33명중 비위내용이 무거운 13명에 대해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보화촉진기금이란 지난 96년 정보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통신사업자와 정부 출연금을 주요 재원으로 설치한 것으로 조성된 기금은 IT관련업체에 저금리로 지원돼왔다.

기관별로는 정통부 공무원 7명,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직원이 각각 18명과 3명, 한국디자인진흥원 직원 3명, 정보화사업자와 연구개발사업자 선정평가위원인 국립대 교수 2명이 적발됐다.

정통부의 경우 직원 7명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업체에 제공하고 그 사례비 명목으로 해당 업체의 미공개 주식을 무상이나 헐값에 부당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경우에는 직원 18명이 기술전수, 공동연구, 용역수행 업체로부터 사례비 명목으로 해당 업체의 미공개 주식을 부당 취득했고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경우 직원 3명이 정보화촉진기금 융자업체로부터 사례비 명목으로 해당 업체의 미공개 주식을 부당 취득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경우 직원 3명이 정보화근로사업의 일환으로 산업디자인 데이터베이스(DB)구축사업을 수행한 업체의 주식을 부당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대 교수도 사업자 선정 도운 뒤 주식받아 챙겨

정보화사업자 및 연구개발사업자 선정 평가위원이었던 국립대 교수 2명도 정보화사업자 및 연구개발사업자 등 해당업체에 높은 평가점수를 부여해 사업자로 선정되거나 연구비를 타낼 수 있도록 도운 뒤 미공개 주식을 받아 챙겼다.

감사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공무원과 정부출연 연구기관 직원 등은 직무와 관련해 직간접으로 사례를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정통부 장관 등 관계기관 장에게 미공개 주식 부당 취득자 33명중 21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하고 11명에 대해서는 인사자료를 통보하고, 이중 비위사실이 무거운 13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감사원 감사결과 정보화촉진기금이 장기적인 계획없이 방만하게 운영돼온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대학교 대학원 기숙사 건축자금 100억원이 중복지원됐고, 이 대학에 전자상거래 과정을 신설한 뒤 3년 만에 학과를 폐지해 18억원이 낭비됐다. 또 IT중소 벤처기업에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하면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술개발을 하는 5개업체에 4억5750만원을 중복지원하는 등 기금이 방만하게 집행됐다.

감사원, 정보화촉진기금 방만한 운영도 지적

감사원은 또 정통부가 2001년 IMT―2000사업자의 일시출연금, 1조3000억원으로 기금 수입이 일시적으로 늘어나자 지출규모를 8000억원으로 증액하도록 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한 뒤 한국정보통신대학교 학부설립자금 1041억원을 적정한 검토없이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1790억원을 투자해 28개 IT전문투자조합도 결성했으나 감사결과 총 31개 IT전문조합에 지원된 2539억원중 42.6%인 1082억원만 IT중소기업에 투자됐고 나머지는 주식투자 등 다른 목적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감사원의 감사결과 개인비리는 물론 기금운영 전반에 갖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정통부는 이날 정보화촉진기금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통부, 기금운용관련자 재산등록·운용내역 인터넷 공개 등 백화점식 대책 발표

정통부는 우선 기금운용과 관련된 공무원과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업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주식을 취득하는 등 비리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재산등록범위를 산하기관장뿐 아니라 관련 부서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기금운용과 관련된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한국전산원 등 6개 산하기관 부서장 48명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게 됐다.

정통부는 또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기금운용 심의위원회 위원 70%를 민간인으로 구성하고 기금운영계획과 사업추진현황, 결산내용 등 관련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 기금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와함께 정통부는 동일한 기업이 여러가지 사업을 명목으로 기금을 중복지원 받는 것을 막기위해 기금출연 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추가 비리 얼마나 더 드러날까 '촉각'

검찰은 이날 정보화촉진기금에서 수십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되는 정통부 연구용역을 따내도록 돕고 그 대가로 업체로부터 1억6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직 간부 윤아무개(50)씨와 김아무개(47)씨를 구속했다.

한편 감사원이 비리혐의자 13명에 대해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등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보화촉진기금 관련 추가 비리가 얼마나 더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사원이 밝힌 부당 주식취득 사례

다음은 감사원이 밝힌 주식 부당 취득 관련 사례다.

사례 #1
정보통신부 과장 ○○○씨는 2000년 2월경 ㈜△△ 대표이사 ○○○에게 2000년 △△기술 개발사업 계획을 미리 알려줘 다른 경쟁업체보다 빨리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으로 △△개발사업의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돼 정부출연금 14억4000만원을 지원받도록 했다.

또 위 대표이사 ○○○로부터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았을 뿐 아니라 ○○○에게 요구하여 자신의 형수가 위 업체 주식 500주를 1주당 5만원씩 2500만 원에 매입하도록 알선한 후 위 업체가 코스닥에 등록되자 2000년 5월 및 2001년 1월 위 주식을 처분하여 1억1296만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사례 #2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융자팀장 ○○○은 2000년 여름 무렵 정보화촉진기금 9억7천800만 원을 융자해 준 ㈜△△ 대표이사 ○○○로부터 "앞으로 잘 좀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 사례비 명목으로 주식 취득을 권유받고 2000년12월께 위 업체의 주식 6000주(액면가 500원)를 부인 명의로 액면가에 매수하는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체결해 시가 1272만원 상당의 위 업체 주식 6000주를 무상으로 교부받아 보유중이다.

융자담당 직원인 ○○○에게도 시가 848만 원에 상당하는 위 업체의 주식 4000주를 무상으로 교부받도록 한 후 위 업체에 정보화촉진기금 5억7300만원을 추가 융자해줬다.

사례 #3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본부장 ○○○은 1999년 12월께 △△시스템 등 2건의 기술을 전수하여 준 ㈜△△의 부사장 ○○○로부터 "앞으로 잘 협력하여 좋은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다"는 부탁과 함께 그 사례비 명목으로 주식 취득을 권유받고 7194주를 6597만원에 매입하는 등 2차례에 걸쳐 3만5970주를 8035만원에 매입했다.

그 후 위 업체의 코스닥 등록이 늦어지자 2001년6월 위 부사장 ○○○에게 위 주식을 처분하여 줄 것을 요구해 4억307만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사례#4

한국디자인진흥원 본부장 ○○○은 2000년 1월께 사업비 15억원을 지원하여 정보화근로사업 DB구축사업을 수행하게 한 ㈜△△ 대표이사 ○○○로부터 주식 취득을 권유받고 위 업체의 주식 400주를 1000만원에 매입하면서 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제3자 명의로 처리한 다음, 위 업체가 코스닥에 등록된 후 2001년 11월 위 주식을 처분해 2297만 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 정리=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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