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딘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자전거와 낚시질에 푹 빠졌었다. 자전거 꽁무니에 낚싯대를 묶고 강으로 낚시질을 하러 간다. 아버지가 타시는 신사용 자전거는 길이 잘 들어 페달을 세게 밟지 않아도 잘 나간다.
농부들이 일할 때 쓰는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강가에 도착하면 바지를 벗고 낚싯대랑 낚시도구를 머리에 이고 강폭이 좁은 데를 건너간다. 내가 단골로 낚시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낚싯밥을 던지기만 하면 자동으로 고기가 문다. 내가 애용하는 낚싯대는 대나무로 만든 것이다. 그 때도 접는 낚싯대가 있었지만 비싸서 못 사고 가느다란 대나무 낚싯대가 값도 헐하고 손맛이 좋아 즐겨 사용했다.
그 때는 '오염이니 공해' 따위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물이 깨끗했다. 또 고기도 많아서 낚시 바늘을 물에 넣기 바쁘게 손바닥 만한 붕어가 올라왔다.
고기가 너무 안 잡혀도 재미가 없지만 너무 많이 잡혀도 별로 재미가 없다. 낚싯대를 수면에 드리우고 처음에는 이 생각 저 생각 많은 생각을 하지만 낚시에 몰두하다보면 나중에는 아무런 생각도 안난다.
저녁나절, 노을이 물들 무렵 고기가 제일 잘 잡힌다. 낚시 바늘을 떡밥으로 동그랗게 만들어 잔잔한 수면 위에 던지면 '퐁당' 소리와 함께 파동이 인다. 강가 포플러 숲에서는 매미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린다. 낚싯대에 잠자리도 와서 앉는다. 하얀 구름이 수면 위에 비치고 저녁노을이 붉게 물든다.
그렇게 한참 낚시에 열중하고 있는데 강 건너 편 쪽에서 갑자기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들어보니 누가 물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 소리에 낚싯대를 풀 섶에 집어 던져놓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OO가 물에 들어가서 안 나와요.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는데 아까부터 보이지 않아요."
내가 건너온 강폭이 좁은 곳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물 속에 들어간 한 아이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자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것 같았다. 나는 옷을 입은 채로 물 속에 뛰어 들었다. 강바닥으로 잠수를 하여 팔을 저으며 바닥을 살폈다.
5분 정도 물 속을 살피는데 하얀 물체가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숨을 깊이 빨아들인 다음, 다시 잠수를 하여 들어가 보니 사내아이였다. 손으로 그 아이의 팔을 잡아 당겨 내 어깨에 메고 일어섰더니 물이 목까지 왔다. 그렇게 깊은 곳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