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경치? 위협적인 경치?

[현장] <아! 여기는 D.M.Z> 셋째날의 기록

등록 2004.07.30 15:51수정 2004.07.3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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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Demilitarized Zone)에서 지난 27일부터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역사 체험 캠프가 열리고 있다. 5박 6일 동안 DMZ를 횡단하는 이번 행사에서 참가 학생들은 중요지점은 도보로 나머지는 차량을 이용, 이동하면서 평화와 역사 그리고 생태의 현장을 경험한다. 이 행사는 피스DMZ(www.peacedmz.net), 고양파주환경운동연합, 평화네트워크, <오마이뉴스>가 공동 주최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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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쪽이들의 온전히 하나되는 연습


한 명의 반쪽이가 울었습니다.- 전재명(peacedmz.net 대표 반쪽이)

a peacedmz.net 에 올린 아빠의 격려문을 읽고 있는 성민철 학생.

peacedmz.net 에 올린 아빠의 격려문을 읽고 있는 성민철 학생. ⓒ peacedmz

안녕하십니까. 청소년 평화-생태-역사 체험캠프 인솔지휘자 전재명(주간 오마이뉴스 편집위원)입니다. <아!, 여기는 D.M.Z.> 현장보고를 기다리시는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께 '용감한 반쪽이'들의 두타연 평화행진이 있었던 세번째 날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7월 29일) 한 명의 반쪽이가 울었습니다. 두타연 행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밤에 있었던 일입니다. 어제 저는 고양환경운동연합 박평수 집행위원장과 부모님들과 친구들이 사이트에 올려놓은 격려문을 프린트하였습니다.

두타연 계곡 행진에서 또 한 번의 한계상황때 반쪽이들에게 격려문을 읽어줄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사정이 여의치 않아 낮의 프로그램을 마친 밤, 홍세화 선생의 특강을 끝내고 아이들에게 직접 읽게 했습니다. 21통의 부모님 격려문 포함 해 29통의 격려문을 모두 읽게할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술렁거렸습니다. 늘 마주하던 부모와의 낯선 만남이 시작된 것입니다. 애써 웃는 얼굴엔 흥분이 역력했습니다. 여러명의 격려문 읽기가 끝나고 한 아이가 단상에 올라와 프린트된 격려문을 받아들었습니다. 아이의 손이 떨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읽어내려가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성실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아이였습니다. 엄마 곁을 처음으로 떠나 본 아이였습니다.

눈물을 훔친 아이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끝까지 읽어내려갔습니다.다른 아이들도 코 끝이 찡해진 표정이었습니다. 서너명의 아이는 키득 웃었습니다. 순간, 그건 '위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아"로 불리던 아이들이 애써 그 분위기를 타지 않으려는 순간반응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었던 아이가 단하로 내려올때 유난히 박수소리가 크고 오래갔습니다.


두번씩 격려문을 받아든 아이들은 환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행사가 끝날 무렵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 부모님들은 늘 너희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신단다. 나의 경우도 여기 참석한 딸 아이와 대화가 부족한데, 너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은 아빠들은 늘 신호를 보내고 있단다..오늘,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제 너희들도 아빠에게 신호를 보내야 한다.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단다."


부모들의 격려문을 받아든 아이들의 방엔 여느 날보다 일찍 불이 꺼졌습니다.

반쪽이 알리미의 <아!, 여기는 D.M.Z.> 셋째 날

a 길에 주저 앉아 처음 먹는 감자덩어리 간식. 땀을 많이 흘릴 것에 대비해 소금과 함께 먹도록 했습니다.

길에 주저 앉아 처음 먹는 감자덩어리 간식. 땀을 많이 흘릴 것에 대비해 소금과 함께 먹도록 했습니다. ⓒ PEACEDMZ

아침 5시 30분, 반쪽이들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버스를 타고 두타연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두타연으로 가는 길목에 장애물이 있어서 버스가 진입할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이 그 때부터 반쪽이들의 행진이 시작되었다.

행진을 시작하기 전 진행팀의 송복남(peacedmz.net)선생님께서 "평화에 대해서, 오늘 여러분이 하는 일들과 연관지어 생각해보자"라는 주문을 내렸다. 반쪽이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면서 저마다 평화에 대한 생각들을 뭉게뭉게 피워나갔다.

평화란 무엇일까? 아름다운 자연속의 길, 양 옆에 지뢰라고 쓰여진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그 길을 걷던 나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바로 평화라고 생각했다. 발을 디딜때마다 지뢰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될 뿐더러 섬짓하지 않은가.

"감자가 이렇게 맛있는 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

크게 비탈지지 않은 길을 걸으며 천천히 자연을 감상하던 반쪽이들은 왠지 목적지에 다 온 것 같은 장소에 이르렀는데, 전투위령비가 있었다. 그곳에서 반쪽이들은 기념촬영을 하고 그늘에 옹기종이 둘러앉아 삶아 온 감자를 먹었다. "감자가 이렇게 맛있는 지 몰랐어!"라는 고1짜리 민철이의 말에 정말로 '그래 맞아!'라고 동의해주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앞사람하고 1M간격 유지! 속보로 걷는다! 터벅터벅.

계속 걸어가는 동안, 더운 날씨 때문에 지뢰라고 쓰여진 간판너머로 보이는 시원한 강물이 그렇게도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하나 둘 씩 지쳐가던 반쪽이들의 눈에 두타연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바윗돌이 들어왔다. 반쪽이들은 지뢰에 대한 걱정이 조금 앞섰는지 호수의 깊이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호수 언저리에서 발만 담그고 첨벙대며 쉬고 있었다. 그 순간, 군인 두사람이 나타났다.

당황한 반쪽이들은 얼른 물에서 나왔고, 대장님이 군인에게 달려갔다. 반쪽이들이 혹시 들어가서는 안될 곳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러나 병사는 친절했고, 오히려 두타연과 이 주변의 생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두타연은 정말로 아름다운 호수였다. 그 빛깔과 주변 산의 푸르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다.

평화란, 타인에게 경직되지 않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군인을 만날 때마다 겁을 먹는 우리 반쪽이들의 모습은 절대로 평화롭지 않다. 그리고 반쪽이들을 이렇게 만든 사회 역시 평화롭지 않은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다.

반쪽이들은 전재명 대장님과 박평수 선생님의 주문에 따라 억지로 노래도 부르고, 오리걸음도 하고, 일렬로 맞춰서 걸으며 마치 군인이 된 것처럼 '행군'을 했다. 군인처럼 행군하면서 느낀 몸의 피로라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몸이 피로하니까 평화에 대해 생각하던 것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단지 '나는 저 사람이 미워!'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중에 들으니 원래 설정한 코스보다 짧은 코스를 선택한 때문에 고통극복 프로그램을 추가한 것이라고 한다.

일렬로 맞추어서 행진한 반쪽이들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질서정연하고 조용해서 평화로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종의 억압으로 인해서 형성된 고요함은 절대로 평화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진행팀의 강압적인 행동에 화가 났었던 내 마음만 생각해 보아도.

어쨌든, 힘들게 행군한 보람이 있었던지 반쪽이들은 들어가기 힘든 군 부대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게 되었다. 점심은 바로 비빔밥! 김장김치를 담글 때 사용할 법한 커다란 양푼에 밥, 고추장, 나물을 넣어서 배식된 그 비빔밥은 양이 좀 많아 보였다. 그러나 배가 고팠던 반쪽이들은 양푼이에 구멍이 나도록 비빔밥을 박박 긁어 먹었다. 아마 3일동안 먹었던 음식 중에 최고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기나긴 행군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바로 양구 생태식물원이었다. 오후 4시 30분정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따갑게 쏟아지는 햇빛에 다들 그늘 생각이 간절했는지, 음지식물이 있는 지역에 모여앉게 되었다. 그곳에는 다양한 곤충들이 있고, 지렁이가 있고, 심지어는 뱀까지 있었다. 자연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그곳을 여러 반쪽이들이 관찰할 때 즈음, 중1짜리 동수의 말이 귀에 들려왔다.

"여긴 지뢰 없겠지?"

오랜 시간 지뢰에 대한 경고가 쓰여진 길을 걸어온 탓에 반쪽이들은 이미 수풀만봐도 지뢰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몸소 체험하면서 걸었으면서도 그러한 불안감에 휩싸여야만 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홍세화 선생님을 만나다!

a 오후 8시 30분 홍세화 선생의 특강. 아이들은 의외로 홍세화 선생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홍세화 선생의 '평화' 특강 동안 조는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왼쪽의 카메라를 잡고 영상을 담고 있는 사람은 EBS의 임동현 프로듀서입니다

오후 8시 30분 홍세화 선생의 특강. 아이들은 의외로 홍세화 선생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홍세화 선생의 '평화' 특강 동안 조는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왼쪽의 카메라를 잡고 영상을 담고 있는 사람은 EBS의 임동현 프로듀서입니다 ⓒ PEACEDMZ

D.M.Z.Story의 발표가 끝난 뒤 홍세화 선생님의 특강이 이어졌다. 선생님께서는 자연에 비해 연약한 존재였던 원시시대의 인간의 모습에서 자연을 지배하게 됨으로써 인간이 오만하게 되었음을 지적하고, 오만하게 된 인간이 더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씀하셨다.

그 결과 자연과 인간 모두가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며 자연을 보존하고 아끼는 것을 통하여 함께 살아나가자는 교훈을 반쪽이들에게 던져주셨다.

환경을 파괴하는 전쟁,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황 속에 대치하고 있는 남과 북. 아름다운 산 곳곳에 지뢰가 파뭍혀있는 슬픈 땅 대한민국을 밟아보며 아마 반쪽이들은 또 한 번 분단의 아픔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한반도에 '평화'가 실질적인 현실로 다가올 그 날을 기원하며, 지금은 밤 12시 48분.

18Km 두타연 평화행진에 지친 반쪽이들 중 하나인 알리미 박수빈(부산 예문여고 2학년)

'반쪽이가 쓴 나의 DMZ Story'

오늘은 DMZ Story 세번째 날입니다. 민간인 통제 구역 두타연계곡에서 반쪽이들은 여러가지 체험을 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서 일정에 차질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진행이 잘 되었습니다. 오늘도 역시 양구청소년야영장의 강당에서 반쪽이들이 정성들여 쓴 작품들중 우수작들을 발표하겠습니다.(우수작 심사자 : 김하윤. 반쪽이 알리미. 고 2)

a 두타연 계곡. 성큼 물에 뛰어든 아이들을 보며 수영을 시키고 싶었지만 저 앞의 짙푸른 웅덩이를 보곤 서둘러 생각을 접었습니다.

두타연 계곡. 성큼 물에 뛰어든 아이들을 보며 수영을 시키고 싶었지만 저 앞의 짙푸른 웅덩이를 보곤 서둘러 생각을 접었습니다. ⓒ PEACEDMZ

1조 이재윤 : 벌써 DMZ Story 셋째날이다. 오늘은 일어나서 덥지 않은 아침부터 출발했다. 그런데 중간에 장애물이 나타나는 바람에 버스를 타고 갈 곳을 걸어서 갔다. 중간에 감자를 먹고 다시 출발했다. 그늘이 있고 비포장도로여서 다행이지 그늘이 없고 시멘트 바닥이였으면 나는 찜쪄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두타연에서 휴식을 취한 뒤 출발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무의식에다 다리 감각까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시원한 물에다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그 다음 계속 걸어서 한 5분뒤 쯤 버스가 있었다. 그 땐 버스가 정말 반가웠다. 그 다음은 생태박물관에 갔다. 거기는 갈 때 엄청 더웠었다. 그리고 초롱다리를 건너니까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거기에서 우리는 좀 쉬다가 나무대신 벌레를 찾았다. 개미집에 있는 개미 애벌레도 보고 대벌레와 초스피드 지렁이, 뱀을 보았다. 나는 그 중 개미 빼고 전부 신기했다. 지렁이는 스피드 때문에 신기했다. 그리고 나와서 온실에 잠깐 갔다가 박수근 미술관을 방문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Q) 평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평화란 싸움이 없는 편안한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2조 성민철 : 오늘은 어제의 피곤함을 안고 일어났다. 힘들었었지만 EBS 취재 피디가 카메라가 찍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먼저 세수가로 가서 얼굴과 머리를 감고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어제와 다름없이 바로 버스로 갔다. 당연히 버스에서는 잠을 잤고, 자고 일어나니 도착했나 싶었는데, 무엇인가가 이상했다.

어이없이 버스가 갈 수 없는 길이라 해서 18km보다 더 많이 걸었다.먼저 우리는 전투 위령비로 갔다. 거기서 감자와 소금을 먹고 출발하였다. 감자를 길가에서 소금을 찍어먹어 본 적은 처음이다. 땀 흘려 걸어들어간 두타연에서 발을 담그고 있는데 군인이 와서 또 잠깐 왔다 가는가 했다.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정훈 장교의 설명을 들어야 했다. 목소리도 좋고 개성있게 생긴 군인아저씨가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시고 다시 계곡으로 가서 발도 담그고 사진도 찍었다. 참 뷰티풀이었다! 그리고 또 지옥의 시작. 걷기 시작했다. 나보다 어린 동생들이 많아서 투정도 못 부리고 열심히 걸었다. 열심히 걸었으면 보람이 있듯이 역시 우리의 희망 '밥'이 기다렸다.

세상 태어나서 양동이에 밥 먹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진짜 맛있었다.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를 더 미치게 했던 것은 아이스크림. "우와~! 이건 기적이다" 하고 군인아저씨들께 충성하며 맛있고 시원하게 먹었다. 이제 먹었으니 다시 걸어야겠지. 다시 걸었다. 잠시 뒤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가 보였다.

버스는 우리의 구세주다 ! 버스를 탔는데 바로 잠에 들었다. 일정을 거의 마친 거라 생각하며 박수근 미술관으로 갔다. 이 일정이 마지막이라 더욱 신났다. 난 미술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쉬었다. 그리고 이제 숙소로 와서 밥을 먹고 지금 DMZ Story를 쓰고 있다.

Q) 평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전쟁과 싸움 없이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조 임찬우 : 오늘도 5시 30분에 기상. 아! 너무 졸리다. 고생고생 해서 아침 먹고 엄청 빨리 출발했다. 내려서 걷는다. 졸려서 꾸벅꾸벅 존다. 아직은 내리막이다. 그런데 햇살이 정면으로 비춰서 무지 뜨거운데 계속 걷는다. 한번 쉬고 출발. 더 쉬고 싶다. 1차 목적지 도착. 전투 위령비에서 감자를 먹었는데 맛있었다.

드디어 두타연에 도착. 그곳에서 물 속에 발을 담그고 놀다가 사진 한 방 찍고 간다. 군인아저씨가 설명을 해준 덕분에 지식쌓고 간다. 흠. 이제 슬슬 발이 아파 온다. 조금만 더 가면 군부대에서 점심을 먹는다며 노래도 부르게 해서 힘들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얼음장 같던 땅굴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버스를 타고 생태 식물원에 갔는데 뱀을 봤다. 아쉽게 찍지는 못했다. 다시 출발. 박수근 미술관에 가서 열심히 구경. 추상화는 보기가 어려워서 자세히 안 봤다. 묘지로 가는 길이 있어서 올라갔다가 조장 누나와 이야기하다 내려왔다. 이제 다시 야영장으로 간다. 도착해서 저녁을 먹었는데 식판씻기 내기를 하다가 져서 식판을 다 씻었다. 여러모로 힘든 날이다.

Q) 평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힘든 길을 걸어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 느끼는 것이 평화 되었을 때의 그 느낌인 것 같다.

4조 성미량 오전5시 30분 숙소에서 춥고 기분 나쁜 기상을 했다. 내 침낭을 정리하고 6시30분에 아침식사를 했다. 입맛이 없어서 밥만 먹고 다 남겼다. 1시간 동안 밥을 먹고 준비하고 7시30분에 두타연 생태체험을 하러 버스에 타고 1시간 정도 간 다음 도보코스에 도착했는데 장애물이 있어서 차가 못 들어갔다. 원래는 전투 위령비까지 차로 타고 들어가는 거였는데 입구에 장애물이 있어서 차가 못 들어가고 한 2km를 걸어갔다.

그 땐 시원한 물 한 모금이 왜 이렇게 소중해 보이는지. 또 출발.난 걷는 걸 좋아하지만 이번엔 진짜 힘들었다. 다행히 흙길(비포장길)이라서 열이 안 올라오니까 어제보다 덜 힘들었다. 그렇지만 더 오래 걸어서 조금 힘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타연 계곡에 도착했다.

중위가 와서 설명을 해 주시고 사진도 찍고 놀다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군인 아저씨와과 사진을 2장이나 찍었다. 그 군인에게 지뢰를 토끼가 밟아도 터지냐고 물어봤더니 터진다고 했다. 터져 죽었을 토끼들을 생각했더니 너무 불쌍했다. 또 걸어서 한 30분쯤 걸었을까. 야생화 꽃씨를 날려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생략이 되었다.

부대에 가서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었다. 진짜 맛있었다. 또 매점 아저씨가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셨다. 이번엔 20분을 걷고 버스를 탔다. 또 식물원에 갔더니 여러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었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꽃은 참나리이다. 예쁘고 씨도 있었다. 초롱다리를 건너는데 기분이 좋았다..

Q) 평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평화란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그런 것인 것 같다.

"전쟁은 기념할 만한 게 아니지"
DMZ 스토리 참가 학생들에게 보내는 학부모들의 격려문

이 격려문은 4일차에 아이들에게 배달됩니다. 격려문을 읽으며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품안의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님들이야말로 이 땅에 온전한 평화를 만들어 가는 '반쪽이'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부모들의 격려문 내용입니다.

이재현 (이병규 아버지)

병규야. 병규와 또 함께하는 대원들이 어쩌면 이리도 의젓하고 대견스러운지 보고 또 봐도 가슴이 벅차네. 한계상황에서도 이렇게 이성적이고 풍요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데 대해 감동과 감사의 마음 가득이다. 전쟁기념관에서 맨앞에서 열심히 설명듣는 병규, 배식받고있는 병규 모습 사진으로 보고 무척 반갑더라. 밥 많이 먹고 힘내고 그리고 다른사람에게 도움이 될수있는 사람이 되거라. 사랑하는 아들. 끝까지 낙오하지 말고 힘내! 화이팅~

고천식 (고석현 아버지)

보고싶은 석현 !아빠는 dmzstory에 참가한 너의 모습을 이곳 저곳 사진을 통해 보면서 자꾸 가슴이 아프구나. 할아버지는 분단 1세대로 항상 고향을 그리워 하고 계시는 걸 너도 알고 있을꺼야. 많은 아픔을 겪고 계시는 줄 알면서도 통일은 나와 무관한 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만 생각했던것 같다. 그래서 반쪽이들의 155마일 대장정을 보며 반성하고 있지. 동서로 이어지는 국토순례를 통해 통일의 시대를 책임 질 반쪽이들은 많은 생각들을 하겠지? 더이상 반쪽이가 아닌 온전한 하나! 분단의 철조망이 갈라 놓지 않는 나라에 살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 . 석현아! 아빠가 열심히 응원해 줄께. 남은 일정 동안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자신의 감정과 이성을 다스리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걸으면서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끼길 바라며. 담에 기회가 된다면 아빠도 함께 참가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그리고 우리들의 반쪽이들 힘내세요. 진행하시는 선생님들에게도 큰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통일!

김명재 (김민선 아버지)

민선아! 많이 힘들지? 아빠는 민통선지역에 딱 한번 가본적이 있단다. 막내삼촌이 그 곳에서 근무할 때 면회를 갔었단다. 그땐 아빠도 군인일 때 였는데 그때 느낀 것은 적막할 정도로 고요한 곳이구나 하는 것이었단다. 아마 지금도 그러리리고 생각한다. 땅굴을 보면서 비무장지대를 걸으면서 분단의 체험을 하고 있는 너에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남쪽의 우리처럼 북녘의 청소년도 그런 체험을 하면서 어떤 설명을 들을까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보기에는 참으로 쓸모없는 땅굴을 그쪽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친구들끼리 말다툼은 하지만 몸싸움은 하지말라고 가르치던 어른들이 생각하기에도 무시무시한 지뢰니 총이니 땅굴이니 하면서 서로를 증오하고 죽이고 죽이는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빵 아줌마

딸내미 안녕^^ 전쟁은 기념할 만한 게 아니라는 네 말에 새삼 우리 딸이 컸구나, 란 것을 느낀다. 엄마하고 함께 나갔던 파병반대 촛불시위 현장이 생각나는구나. 그래, 전쟁은 기념할 만한 게 아니지. 굳이 기념해야 한다면 나와 남을 가르고 남을 적대시하며 살았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가를 뼈에 새기기 위해 기념해야 하겠지.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의 성장 덕분이니, 깊이 생각하고 나와 남을 이해하려 애쓰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 새삼 느낀다. 슈반, 민통선을 따라 걸으며 네 마음속에 메아리쳤을 것들을 소중히 지니고 오너라. 존재는 기억으로 구성된다. 네가 무엇을 너의 기억으로 삼는가에 따라 너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니. 수학수업 여덟시간 빼먹고 영어 포기하고 달려간 DMZ인데 본전 뽑고 와야지^^

류숙자 (환호 어머니)

환호야! 늘 마음 가득 아픔을 안고 사시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을 한다. 어쩌면 너의 의젓한 행진을 하늘나라에서 보시면서 격려를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태양과 가끔씩 너희 곁을 스쳐갈 바람과도 많은 인연을 맺기 바란다. 때론 힘든 상황 가운데서 누군가를(엄마?)원망도 할 수 있겠지만 마지막날엔 많이 성장해있을 너를 기대하면서 힘내기 바란다. 사진을 보면서 엄마 또한 너희들과 함께 행진한 뿌듯함에 잠긴다. 내일도 너희들의 힘찬 행진을 기대해보면서 .

문호진

따롱아!! 엄마야. 집이 그립다구? 니방에서 엄마가 구몬이랑 윤선생이랑 이런 학습지 안했다고 소리치며 야단치던 것 상상해봐 .또 오빠가 공부좀 할라치면 니방 곰돌이에 누워 너 약올리던것 생각해봐.ㅎㅎ 지금 니가 있는 상황이 어렵더라도 얼마든지 헤쳐갈 수 있는 걸 알지 이엄마는. 늦둥이 막내라 어리광 부리고 싶은 거지? 그래 나중에 오면 다 들어줄테니까 지금은 니가 역사 속에 한 인물이 되어 무언가 점 하나를 큰거 찍어야지 하는 맘으로 덤벼보는거야 알았지? 따롱이 어깨에 있는 점보다는 큰거로 말야. 엄마도 덩달아 새로운 마음으로 멋진 딸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해야하겠다 어깨 토닥여주시는 대장님 이하 여러 스탭분들께도 항상 감사드리고 챙겨줄 동생도 많이 만들고 올 때는 헤어지기 싫어 펑펑 울 수 있도록 서로서로 많은 걸 공유할 수 있길 바랄께. 엄마 꿈 꾸지 말고 임순남 선생님이 들려주신 호랑이 꿈 꾸어라. 안녕 내일도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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