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 행정수도이전 헌법소원 비판 눈길

김종철 연대 법대 교수 "국정결정과정의 과도한 사법화 초래" 우려

등록 2004.08.03 10:54수정 2004.08.0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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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하 행정수도특별법)은 국민투표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헌법소원과 관련, 헌법학자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가 서울변호사회가 매월 발행하는 <시민과 변호사> 8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헌법소원의 법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종철 교수는 우선 “행정수도이전과 같은 국가중대사가 헌법재판소의 합헌성심사를 받게 된 것은 헌법에 의한 지배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 같아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의 조정이 정치과정을 통해 해소되지 못하고 헌법재판이라는 특수한 사법적 절차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돼 국정결정과정의 과도한 사법화를 초래해 민주주의원리의 왜곡과 국정운영의 비효율현상이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특히 “신행정수도이전에 대한 정책론적 입장의 여러 가지 이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헌법소송적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제도의 본질에서 요구하는 기본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번 헌법소원은 무엇보다 침해된 기본권 부분에서 타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종철 교수가 헌법소원에서 제기된 청구인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내용이다.

행정수도특별법이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 침해

청구인들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사실이 불문헌법에 해당하므로 수도이전은 국민투표를 거쳐야만 합헌성을 갖추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설령 수도가 불문헌법의 내용이라고 해도 그 변경을 반드시 국민투표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적 정당성이 없다”며 “무엇보다 제72조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할 것인지의 여부는 대통령의 재량사항이지 헌법적 의무로 보지 않는 것이 통설”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국가중요정책에 대해 ‘필수적’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실현 원리로서의 대의민주주의와 의회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귀결될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책국민투표는 대통령이 원하는 국가정책이 국회의 반대에 부딪쳐 유산될 위험에 처한 경우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해 결정토록 마련된 예외적인 국회우회절차”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헌재가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의 내재적 제한을 확인한 것도 부의권을 남용해 국회를 무력화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한 법률과 이를 집행하려는 정부의 활동을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와 의회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납세자로서의 권리와 재산권 침해

청구인들은 납세가 수도이전의 재원이 되며 수도이전은 위헌법률에 의한 것이므로 특별법제정에 의해 세금을 행정수도이전에 사용하는 것을 막을 헌법상의 권리가 있고 또 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종철 교수는 “조세의 징수가 위법한 것이 아닌 한 재산권 침해의 주장은 있을 수 없고, 납세자로서의 권리침해부분도 허용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납세와 재정집행간의 관계는 특정돼 있지 않아 납세자의 지위를 다툴 수 있는 주관적 관련성을 인정받기 힘들지만 납세자의 지위에서 재정의 효율적 집행에 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원리에 의해 국민의 재정통제권으로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재정통제권은 청원권 등의 행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구현되는 것이지 개별적 재정집행의 정당성을 문제삼아 납세자로서의 기본권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설령 예외적으로 납세자의 지위에서 재정통제권을 인정하는 경우라고 해도 재정집행의 필요성이 헌법에 의해 특별히 요구되는 경우이거나 재정작용에 대한 헌법적 작용이 있는 경우로 한정돼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그런 헌법의 명문규정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적법절차원리에서 파생되는 청문권 침해

청구인들은 헌재가 국가권력행사의 제한원리인 적법절차의 원리로서 공권력의 행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처지에 있는 모든 국민은 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청문권을 인정한 바 있는데 이번 행정수도특별법의 제정과정에서 국회 차원의 공청회가 없어 청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회법 제58조 제5항은 제정법률안에 대해 공청회나 청문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단서조항은 위원회의 의결로 생략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며 “국회가 관련위원회의 의결로 공청회를 거치지 않은 것이 어떤 사유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국회법에 따라 부여된 재량을 행사한 것이므로 헌법상 국회에 부여된 자율권보장의 차원에서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설령 국회 청문절차 생략이 자율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청문절차는 어디까지나 여론수렴과정에 불과하고 그 내용에 입법자가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의 실체적 내용이 아니라 일부절차를 문제삼아 법 전체의 위헌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청구인들은 행정수도특별법에 의해 서울특별시의 법적 지위가 변경될 것이 예상되므로 공직수행과정에서 종전에 누렸던 지위와 권리가 박탈 내지 침해돼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행정수도특별법은 신행정수도건설기본계획의 수립과 시행에 관한 기본을 정하는 법으로 서울특별시의 지위에 대한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아닌 만큼 서울특별시의 지위가 직접적으로 변경되지 않아 공무원의 지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아가 특별시는 의회유보사항인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회가 입법으로 변경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갖고 있어 설령 이 법이 서울시의 지위에 영향을 주어 해당공무원이 종전에 누리던 무형의 이익이 변경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무담임권이나 직업선택의 자유의 침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체계정당성 원리위배 및 평등권침해

청구인들은 특별법 제6조 제4항이 정부에 속하지 않는 헌법기관의 이전계획에 대해 대통령의 승인을 받기 전에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것은 국회를 대통령의 하위기관으로 취급하고 있어 통치구조에 관한 헌법의 기본원리를 어겼다는 주장과 특정지역 선정이 다른 지역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철 교수는 “행정수도특별법은 원칙적으로 행정기관의 이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므로 다른 헌법기관의 이전은 별도로 정하는 것이 옳은데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의 이전계획승인절차에 은근슬쩍 포함시킨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규정은 국회의 동의를 통해 입법권의 행사에 갈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둠으로써 실체적인 측면에서 위헌소지를 없애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이를 두고 국회의 지위를 무시하고 통치구조의 원리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국회의 권한을 보장하고 헌법위반을 범하지 않기 위한 규정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라며 “이런 주장은 법규정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고, 통치구조의 기본원리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도이전에 있어 지역특정은 불가피한 것”이라며 “수도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충청권선정의 합리적 이유가 입증된다면 이 규정 자체가 다른 지역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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