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딘버러의 '대표상품' 프린지 축제

에딘버러 프린지 축제 참관기

등록 2004.08.07 18:14수정 2004.08.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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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에딘버러시의 대표 상품 중 으뜸은 '에딘버러 프린지 축제'일 것이다. 참가 공연단만 600팀이 넘고 공연티켓 판매 부수가 100만장에 육박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여행객이 이 곳을 거쳐가는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물론, 이를 통한 숙박 및 쇼핑 등의 부수입이 지역경제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상상은 당연히 따라온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사무실 외관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사무실 외관조미영

'프린지 축제(Fringe Festival)'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류에 들지 못한 주변인들이 변두리에서 자발적으로 열던 축제이다.


세계전쟁 후 정서 순화와 단결을 목적으로 기획된 '국제공연예술제(International Festival)'가 뜻밖의 호황을 누리며 예상보다 많은 팀이 참가하게 되고, 여기에 사정상 정식 초청되지 못한 공연단들은 스스로 변두리 극장을 빌려 공연을 펼치게 되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호응을 얻어 'International Festival'과 더불어 가는 'Fringe Festival'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금도 8월이면 이 두 공연예술제는 같이 펼쳐지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바 있는 프린지 축제 때문에 이 곳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 보인다. 전세계의 공연단과 공연 기획자, 관광객은 물론 벤치 마킹을 위해 오는 사람들까지 방문객 구성도 다양하다.

많은 취재진도 이 곳을 찾는다!
많은 취재진도 이 곳을 찾는다!조미영

프린지 축제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공연자를 따로 심사하거나, 초청하지 않기에 참가를 희망하는 전 세계의 모든 공연자는 언제든 축제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단, 일체의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장소물색, 홍보 등을 스스로하고 적자에 대한 부담도 고스란히 본인 몫이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많은 공연 팀이 이 곳을 찾는 이유는 자신들의 작품을 검증할 수 있는 최고의 시험대가 이 곳 프린지 페스티벌이기 때문이다. 호평을 받은 작품들은 세계적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난타'가 좋은 예이다.

세계 각국의 공연 기획자들 역시 이 곳을 찾는데 공연의 흐름도 파악하고 좋은 작품을 초청해 가기 위해 여기에 온다.


프레스 센터 옆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
프레스 센터 옆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조미영

그 외에도 축제의 성공 원인이 궁금한 많은 이들이 이 곳을 찾는다. 16억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엄청난 규모의 축제를 이끌어내는 축제위원회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이마저도 시보조금은 대략 7%뿐이고, 입장권 판매 등의 사업수익과 스폰서로 사업비를 충당하여 자립도 90%에 달하는 축제위원회는 효율적인 운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순수 민간인으로 이루어진 소수의 전문 운영팀에 의한 인력 활용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축제관련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축제관련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조미영

우리나라에서도 이 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훗날의 공연을 위한 공연자들과 미래의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까지 한 번은 와 보고 싶은 갈망으로 푼푼이 돈을 모아 이 곳을 찾는다.

최근에는 각 지자체 별로 축제가 많아지면서 관계자들이 참관을 위해 오는데, 그 구성원을 보면 좀 의아하다. 자치단체장과 의회소속 의원들, 유력 단체의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정작 축제를 보고 배워야할 축제조직 사무국 직원들은 이들의 외유를 위한 뒷바라지만 하고 오지는 못한다. 조직의 대표쯤으로 상징되는 한 사람의 후일담을 들을 수 있다면 큰 만족이다.

아마, 수많은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이 곳을 다녀갔지만, 아직도 우리의 축제들에서 별다른 변화와 발전이 없는 것을 보면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을 하는 스태프들 - 사무실은 소수 정예부대로 꾸려진다!
일을 하는 스태프들 - 사무실은 소수 정예부대로 꾸려진다!조미영
축제의 수많은 자원봉사들은 꼭 필요한 존재다!
축제의 수많은 자원봉사들은 꼭 필요한 존재다!조미영

프린지 축제의 특징은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과 자유스러움이다. 이는 축제 장소에서도 잘 나타난다. 축제 기간에는 학교, 교회, 술집, 식당, 야외정원 등이 순식간에 공연장으로 변한다.

지역 내 극장에서 다 소화할 수 없는 많은 공연이 동시에 진행되는 탓이기도 하지만, 굳이 축제를 위해 대형 축제장을 조성하고 공연장을 건설하여 자연스러움을 깨뜨릴 의도도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도시 곳곳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나중에는 이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에딘버러 성 뒤쪽으로 가야 하니 근처 산책로를 따라 경치 구경을 하며 가면 되고, 오후엔 로얄마일에 위치한 공연장으로 가니 가게에 들러 쇼핑을 해야겠다. 내일은 대학교 내의 강당에서 공연을 봐야 하는데 학교구경은 그때 할까?" 등등 편식됨 없이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돌아다니게 된다.

이것은 축제분위기를 골고루 나눠주어 엄청난 관람객을 분산하는 효과와 함께 그에 따른 이익과 부작용도 함께 덜어낸다.

접근성이 뚝 떨어진 일정 공간의 행사장에 가서 주차문제, 오물처리 문제 등으로 고생한 기억이 있는 이들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뿐이랴, 식사 해결을 위해 턱없이 비싼 돈을 내고 형편없는 끼니를 먹기 위해 노점상을 기웃거려야 하고 지역 상점들은 축제장으로 빠져나간 인파들 덕분에 오히려 타격을 받기도 한다.

매일 발간되는 메트로 등의 일간지는 축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요자료이다.
매일 발간되는 메트로 등의 일간지는 축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요자료이다.조미영

그렇다고 에딘버러 프린지 축제가 모두 옳은 것만은 아니다. 나름의 여건에서 최상의 효과를 얻어내는 그들의 발상전환이 성공한 것이고 우리는 이런 효율성과 아이디어를 배워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이 곳에도 이상기류가 발생했다. 공연작품의 예술성과 상품성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장르에 있어서도 코미디와 쇼에 편중되어 진지한 작품이나 실험성이 강한 작품은 외면 당하고 있다.

복잡한 세상 탓인지, 그냥 웃고 즐기는 공연에 사람이 몰린다. 평단의 논평과 상관없이 박스오피스 순위는 흥미 위주로 상위를 차지한다.

폴 고딘 운영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나쁜 작품은 스스로 도태될 것이라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는 조직위원회와 함께 관람객들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축제운영위원장인 폴 고딘 감독
축제운영위원장인 폴 고딘 감독조미영
매일 아침마다 표를 사기위한 이런 줄을 만날 수 있다.
매일 아침마다 표를 사기위한 이런 줄을 만날 수 있다.조미영

올해로 58회째를 맞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8월 8일부터 30일까지 23일간 진행된다. 여전히 인터넷 티켓만도 벌써 10만장이 넘게 팔려나가고 수백 개의 공연장이 공연단과 관람객을 맞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어떤 좋은 공연이 이 곳을 통해 배출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거리 임시 무대에서는 이런 맛보기 공연이 시간별로 펼쳐진다!
거리 임시 무대에서는 이런 맛보기 공연이 시간별로 펼쳐진다!조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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