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의 친구들', 노 대통령에게 노란 장미를 들다

[현장] 배신의 꽃... 다섯번째 '도롱뇽의 날' 행사 열려

등록 2004.08.07 23:03수정 2004.08.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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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다섯번째 도롱뇽의 날 행사가 열렸다.

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다섯번째 도롱뇽의 날 행사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a 7일 도롱뇽의 날 행사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전을 보고 있는 부모님들.

7일 도롱뇽의 날 행사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전을 보고 있는 부모님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노란색 장미는 '배신'을 뜻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후보 당시 조계종을 방문해 불교정책 10대 공약 중 가장 첫번째로 '전통사찰 보존과 수행환경보호를 위해 부산고속철도 노선 천성산·금정산 관통사업을 백지화하고 대안 노선을 검토하겠다', '나는 고향의 정기를 끊어 고향에 돌아오지 못할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후보시절 약속을 저버렸습니다. 우리가 이 꽃을 든 이유는 노 대통령이 '배신'을 했기 때문입니다."

7일(토) 오후 5시 '도롱뇽의 친구들'이 준비한 다섯 번째 도롱뇽의 날 행사. 이들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대구∼부산) 중 경남 양산 천성산을 관통터널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참가한 30여명의 손에는 활짝 핀 노란 장미가 쥐어졌다. 그들은 장미꽃을 흔들며 노 대통령이 고속철도 공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이 행사는 작은 규모였지만 천성산과 도롱뇽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전, 100만 도롱뇽 소송인단 서명운동, 천성산 지키기 학생대책위의 풍물놀이, 별음자리씨의 노래 공연 등 다양한 순서들이 이어졌다.

마침 광화문에 부모님과 함께 놀러 나온 어린이들은 사진을 보면서 신기한 듯 질문을 하곤 했다. 아들 규호군과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김영진(39·직장인)씨는 "언론을 통해 지율스님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하고 계신 것을 접했다"며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천성산과 무공해의 상징인 도롱뇽 사진을 아이에게 보여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물론 고속철도 공사도 중요하겠지만 되도록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진행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8월 초 현재까지 약 25만명의 시민들이 서명한 상태라고 한다.

"8월초 현재 '도룡뇽 소송인단' 25만명 서명"

a 퉁풀씨의 대금 연주. 그의 뒤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신의 꽃을 드린다'는 상징물이 그려져 있다.

퉁풀씨의 대금 연주. 그의 뒤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신의 꽃을 드린다'는 상징물이 그려져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청년환경센터 이헌석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소풍온풀씨는 "내가 좋아하는 '천상의 노래'라는 책에는 자비를 깨우친 사람은 누군가 소의 등을 때리면 자기 등이 부어오른다고 나와있다"며 "도롱뇽과 천성산이 아프면 내 마음 뿐 아니라 몸도 아플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할 수도 있지만 100만명을 모으는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고속철도 나빠요. 고속철도 천성산 파괴했어요. 도롱뇽도 사람도 죽습니다', '천성산 살리기는 노무현 대선공약, 약속지키는 대통령 원해', '빨라야 22분 그대로 뚫을 건가', '고속철도는 도롱뇽의 목숨보다 중요치 않다'는 등의 피켓을 흔들며 지지의사를 보였다.

사회자 이 대표는 "지율스님이 단식을 시작한지 40일이 지났고 25만명의 국민들이 반대 서명을 했음에도 정부는 어떤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다"며 "하루 빨리 책임있는 답변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신석준 사회당 대표는 "청와대에서 '시민단체와 불교계에서도 찬성했는데 왜 지율스님은 반대하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25만명의 국민과 불교에서 억조창생(億兆蒼生)이라고 하듯 수많은 생명이 뒤에 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도롱뇽을 살리고 천성산을 살리는 것이 이땅에 사는 모든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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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한편 천성산 지키미를 자원한 내원사 지율 스님은 이날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40일째 단식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기존 구간 백지화와 새로운 노선 검토' 등 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법적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4월 8일 1심에서 패소했다. 곧바로 항소한 뒤 지난 6월 3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14일 부산고등법원 '도롱뇽 소송' 항고심 재판부는 고속철도공단측에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공사중단을 권고했지만, 공단측은 아직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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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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