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난 수박 먹고 혼났습니다

백설공주는 사과먹고 탈나고 저는 수박먹고 탈났답니다

등록 2004.08.08 13:31수정 2004.08.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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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찌는 더위에 몸에선 자꾸 시원한 것을 달라고 합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연신 먹을 것을 찾아대구요. 냉장고에 채워넣은 음료며 아이스크림 등이 금방 동이 나고 맙니다.


"엄마, 나 사과 먹고 싶어요."
"뭐라구? 사과가 어디 있는데?"
"가게에..."

아이들은 참 단순합니다.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모든 것은 다 가게에 있지요.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과일가게로 가려는데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막내 아가씨가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사돈 어른과 함께 편찮으신 우리 시아버님을 뵙고 가는 길에 우리집에 들러 시원한 수박을 한 통 주고 가신다는 전화였습니다.

마침 과일을 사러 나가려는 참에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몹시 반가웠습니다. 얼마 후 아가씨 내외와 사돈어른이 오셔서 바빠서 집에는 못들어오신다며 1층 현관 앞에서 수박 한 통을 내려 주고는 가셨습니다. 화순에서 전북 고창에 사돈어른을 모셔다 드리고 아가씨네는 인천까지 가야 하는 먼길이니 서둘러야 합니다.

그런데 차를 많이 타고 와서인지 수박이 닝닝한 것이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원해지면 먹으려고 냉장고에 수박 넣을 자리를 만들려 잠시 식탁 위에 올려놓은 사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막내 녀석이 "수바 이쩌, 수바!"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그 둥그런 수박이 식탁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더니 산산히 부서져 버렸습니다.

"문남혁! 저리 안 가!"
"엄마 수바 아야, 수바이 꿍 해쪄."
"으이구, 누나한테 가 있어."


깨진 수박은 제가 아는 수박과는 좀 달랐습니다. 가장자리는 주황 빛깔인데 한 가운데가 진한 빨간 색인 것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식탁에서 떨어져 멍이 들었나보다고 생각했지요. 하여튼 깨진 수박을 수습(?)하고 흘러내린 수박물을 닦아내다가 한 조각 떨어진 수박을 한 입 먹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a 문제의 그 수박입니다. 가운데가 유난히 붉은 빛을 띠고 있죠? 이런게 '창난 수박' 이라네요.

문제의 그 수박입니다. 가운데가 유난히 붉은 빛을 띠고 있죠? 이런게 '창난 수박' 이라네요. ⓒ 박미경


수박을 먹은 순간 아침부터 아파오던 머리가 뽀개질 듯하더니 머리 전체가 쏟아져내리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속은 메시껍고 어질어질한 것이 전신의 힘이 쭉 빠져 버렸습니다.


머리가 아파서 그런가 보다며 남편이 부랴부랴 약국으로 달려가 진통제를 사왔습니다. 하지만 계속 속이 울렁거리더니 결국 속을 하얗게 비워내고 말았죠. 이건 체한 거라며 남편이 다시 약국으로 가 급체에 먹는 약을 지어다 주었습니다. 약을 먹고 식은 땀을 흘리며 한 숨 자고 나니 속도 개운해지고 머리도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얼마 후 남편은 동창회 모임이 있다며 나갔다 들어왔습니다. 남편은 동창회에서 수박이야기를 했다가 한 소리 들었다고 합니다. 수박이 일부분만 비정상적으로 빨간 것을 '창'이 났다고 한답니다. 어떤 이유인지에 대한 설명은 못들었지만 먹으면 큰일 난답니다. 그것도 모르고 먹었냐며 얼른 내다 버리라고 해서 전부 버렸습니다.

멀리 고창에서부터 달려온 수박을, 일부러 생각해서 갖다준 걸 먹지도 못하고 버리려니 속이 쓰리긴 했지만 어쩌겠습니까, 버려야죠.

여러분, 더울때 수박 많이 드시죠? 모든 수박이 다 그런 건 절대 아니구요, 혹 수박을 쪼갰는데 색이 이상하면 아깝다고 드시지 마세요. 저같이 탈이 날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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