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가슴속 노래, 처음 공개

대구MBC 라디오 다큐<위안부,노래에 새긴 恨의 기억> 15일 방송

등록 2004.08.11 15:37수정 2004.08.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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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박옥선 할머니와 함께 .. (오른쪽 허문호 PD)
<나눔의 집> 박옥선 할머니와 함께 .. (오른쪽 허문호 PD)허문호 PD 제공
위안부 할머니들이 60여 년 동안 가슴에 지니고 있던 노래가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대구문화방송은 광복 59주년을 맞아 '8·15 기획 특집 라디오 다큐멘터리 2부작 <위안부, 노래에 새긴 恨의 기억>(기획: 조용범, 글ㆍ구성: 이은주, 취재ㆍ연출: 허문호 PDㆍ이하 위안부 노래)을 오는 15일(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라디오(표준 FM 96.5Mhz)를 통해 방송한다.


매년 8월이 되면 '시기별 특수'를 만난 듯, 8·15특집물이 쏟아지지만, <위안부 노래>는 라디오 다큐멘터리라는 특징을 최대한 살려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별화했다는 게 제작진들의 설명이다.

제작진은 "기존의 위안부 관련 프로그램들이 일반적인 증언 중심이었다면, <위안부 노래>는 1930∼1940대를 지낸 위안부들이 그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잊기 위해 불렀던 노래가 개인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가와 이 노래가 현재 시사하는 바를 재조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상황에 대한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다큐멘터리 중간중간에 '재연ㆍ상황극'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위안부 노래>는 1부 '가슴으로 부르는 낮은 노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들이 일본 군인들에게 듣고 배웠던 군가들의 음악사회학적 의미를 분석한다. 2부 '노래는 그 소녀들을 기억한다!'에서는 할머니들의 가슴에 담아두었던 애틋하고 한 많은 사랑 노래와 다음세대가 표현하는 '위안부의 恨'을 다룬다.

<나눔의 집> 역사관
<나눔의 집> 역사관허문호 PD 제공
또한 나눔의 집 ㅂ할머니가 부른 "꽃이 핍니다. 열아홉살 가슴에 꽃이 핍니다 (중략) 열아홉살 가슴에 새가 웁니다" 등의 노래말과 함께 "나는 일본 부대 위문공연도 가기도 했었고, 부대에서 창가도 했다"는 이야기도 담겨있다.

또한 민중가수 이지상씨가 노래한 '사이판에 가면'(민병희 작사, 이지상 노래)도 포함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취재ㆍ연출한 허문호 PD는 "원래 이 다큐멘터리는 5월경에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8월에 와서야 전파를 타게 되었다"고 말하며 "8월만 되면 관성적으로 위안부나 일본과의 관계를 고민하다가 8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나라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총 130여 명이고 그들이 평균 나이는 80여 세. 이들이 겪은 아픈 역사를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그리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라며 "<위안부 노래>가 아픈 역사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의 교육자료로도 활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대사 조명에도 발상의 전환 필요"
<위안부, 노래에 새긴 恨의 기억>의 허문호 PD

▲ 허문호 PD
- 2년 전부터 <위안부 노래>를 기획, 자료를 채록했다던데?
"당시 신문 한 쪽에 난 짧은 기사를 봤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음악사회학을 전공하던 조수아 필저라는 학생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육성노래를 채록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아이템을 얻었다.

할머니들의 가슴 속에 담은 한을 증언으로만 기록해왔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조수아는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할머니 사진과 육성을 함께 구성한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거기도 가 볼 계획이다."

- 할머니들이 많은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었나?
"사실 노래를 기억하는 할머니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해방이후 술집을 전전해야 했던 배춘희 할머니의 경우 러시아, 일본어, 당시 노래와 현대가요까지 모두를 알고 있었다. 노래를 잘 불렀던 박옥선 할머니는 일본군 부대에서 위문공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의 기억이 주요한 자료가 된다."

- 증언을 채록하는 것 보다, 노래를 녹음하고 기록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그렇다. 할머니들은 13∼14살 때 겪어야 했던 육체적 고통에 대한 탈출구로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그것도 한국말로 부르면 안 되기 때문에 일본어로 바꾸어 불렀다.

<아리랑>이나 <고향의 봄>이라는 리듬에 일본가사로, 동요까지도 일본어로 불렀던 그들이었다. 그 분들에게 노래를 청하는 과정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기억을 다시금 끄집어내는 것이기에 쉽지만은 않았다."

- <위안부 노래>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3월이 되면 3·1절, 8월이 되면 8·15 등 기념식만 치르면 잊혀지는 우리의 현대사 인식방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이 프로그램도 원래 5월경에 방송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결국 또다시 8월에 전파를 타게 되었다. 아쉽다. 올 3월에는 이승연 누드 파문으로 위안부 문제가 반짝 떴다가 또다시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현대사의 아픈 기억과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노력은 몇몇 기념일에만 집중되면 안 된다. 이와 같은 비판은 언론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과거 청산 문제를 12월에 방송하거나,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3월에 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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