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61

악인은 지옥으로 (9)

등록 2004.08.13 11:33수정 2004.08.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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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곳도 있었다.

전임 왜문 문주로 선무곡 외곽에 위치한 독채(獨寨)가 자신들의 것이라는 망언을 했던 삼희랑(森喜朗)이 머무는 전각이 시뻘건 화마(火魔)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다.


그의 침상에는 사람 대신 비릿한 육향을 풍기는 혈편들이 뿌려져 있었고, 그 사이 사이로 잘게 부서진 뼈 조각들이 널려있었다. 아예 분시(粉屍)를 해버린 것이다.

같은 시간 또 다른 곳에서는 왜문 호법으로 재직시 제이차 암흑대전 당시 선무곡의 처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 성적 노리개로 사용한 것을 정상적인 상행위(商行爲)였다고 우기던 영야무문(永野茂門), 오야성량(奧野誠亮), 미산정육(梶山靜六), 도촌의신(島村宜伸) 등의 거처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들 모두는 똑같은 신세였는데 날이 시퍼런 작두로 손가락 끝서부터 일 촌 간격으로 잘려지고 있었다. 물론 엄청난 양의 선혈이 뿌려졌고, 비명은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또 다른 곳인 강등륭미(江藤隆美)의 처소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는데 그의 입 역시 좌우로 길게 찢겨있었다.

그는 호법으로 재직 시 왜문이 선무곡을 병탄한 덕에 선무곡이 발전하였다는 망언을 하였고, 문주의 신총 방문에 대하여 타 문파에서 가타부타 하는 것을 옳지 않다는 망언을 하였으며, 최근에는 왜문이 과거 선무곡의 종주였다는 망언을 한 놈이었다.



앵정신(櫻井新), 교본용태랑(橋本龍太郞), 촌산부시(村山富市)의 처소도 다를 바 없었다.


천지를 진동시킬 듯한 비명을 지른다는 것은 비슷하였지만 이들은 다른 자들과는 달리 외부에 상처가 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놈처럼 발부둥치는 이유는 귓속으로 들어간 뱀 때문이었다. 이놈들이 좁고 답답한 곳에 들어가 발버둥치며 뇌를 파고들었기에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이들은 왜문이 제이차 암흑대전을 일으킨 것이 외세로부터 선무곡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헛소리를 하였고, 선무곡을 병탄한 것이 지극히 합법적인 것이었으므로 왜문에게는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다는 망언을 한 죄로 이런 꼴이 된 것이다.


소택일랑(小澤一郞)이라는 자의 처소는 다른 곳과 달리 비명이 들리지는 않았다. 길게 찢겨진 입안 가득히 제 간이 처박혀 있었기에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간이 진짜로 쓴지 어떤지 맛을 보라며 처박은 결과이다.

그는 선무곡 합병에 대하여 문주가 굳이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망언을 했던 자이다. 그렇기에 혀가 잘렸고, 입이 찢겼으며, 이빨이 모조리 부러졌고, 간이 얼마나 부었기에 그런 망발을 하였는지 알아보겠다며 배를 갈랐던 것이다.


며칠 후, 왜문 문주의 처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일년에 한번 전임 문주와 호법 등 수뇌들을 모두 불러 왜문의 발전을 위한 자문을 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탁자마다 다리가 부러지도록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향긋한 주향을 풍기는 술이 술잔마다 가득 따라져 있었다. 마땅히 화기애애하여야 할 자리이건만 상석에 앉아 있던 간담교토 고이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참석하여야 할 사람들 가운데 이할 가까이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임문주인 삼희랑은 화재가 발생된 이후 실종된 상태인지라 그렇다 쳐도 다른 사람들은 이러면 안 되는 것이다.

문주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라도 마땅히 불참 이유를 밝혀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기별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불참하였다.

참석자 가운데 어떤 이는 차기를 노리는 석원신태랑과 안배진태가 동시에 불참한 것은 모종의 음모 때문일지도 모른다면서 즉각 경계를 강화토록 명을 내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며칠 후, 왜문에는 대대적인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전임 수뇌들 가운데 상당수가 홀연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곧이어 그들이 언제 어떻게 실종되었는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졌다. 하지만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하여 봉쇄령(封鎖令)이 내려졌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그 어느 누구도 왜문을 벗어나거나 들어올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즉각 삼엄한 경계가 세워졌으나 깊은 밤 왜문을 벗어나는 그림자들이 있었다.

그들을 본 사람들이 말하길 석원신태랑과 안배진태 등을 비롯하여 회합에 불참했던 인물들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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