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득
나 역시 새벽에 일어나 작업을 시작해서 하루 서너 박스씩을 가락시장에 올린다. 지금까지 60여 박스를 보냈다. 그중 상품(고추가 구부러진 것)이 20여 박스나 된다. 상품 가격은 특상품(반듯하고 좋은 것) 가격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 엊그제부터 풋고추 특상품 한 박스(10kg)의 경매 가격이 6천원이고, 상품 가격이 2천원 정도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며칠 전에는 한 박스에 2만원을 훨씬 넘었다. 3만원을 넘을 때도 몇 번 있었다. 그때는 정말 힘들어도 농사 지으면서 살아갈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폭락했다. 이유는 물량이 많고, 소비가 줄었다는 것.
내가 고추 2천주를 심는데, 들어간 비용을 계산해보니 아직 본전도 수확하지 못했다.
고추모 값으로 24만원이 들었고, 고추모 심는데 들어간 품값으로 5만원, 고추말뚝(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줄을 띄우기 위해 고추 사이사이 막아두는 것) 값으로 22만4000원이 들었다. 게다가 약값에, 비료값으로 12만원 정도가 들었고, 내가 일한 품값을 하루 일당 4만원정도로 계산하더라도 나는 지금까지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
한 박스에 6천원, 아니면 2천원이라니. 사실 고추 한 박스를 가락시장에 올리는 금액만 따져도 2천원이면 농사꾼한테 돌아오는 돈은 거의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운반비가 한 박스당 500원이고, 박스 제작비가 650원이고, 경매 수수료가 경매 값의 약 2% 정도가 공제된다. 그러니까 한 박스를 경매받기까지 들어가는 금액(원천징수되)만 1400원이 들어가는 것이다. 거기에 고추모 값 등의 재료비를 빼면 나는 밑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