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보도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오마이뉴스 신미희
기자협회 40년사를 담은 영상기록 역시 이같은 움직임을 반영했다. 식전행사로 상영된 '민주언론 40년'이라는 제목의 영상물은 60년대 정권에 맞서 언론악법 철폐를 위해 싸우는 선배기자들의 모습부터 저항의 시대(70년대), 암울한 침묵의 시대(80년대), 언론자유 투쟁 시대(90년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특히 74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선배기자들 모습과 80년 강제해직 장면 등이 나올 때는 장내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장에는 당시 투쟁의 주인공인 동아투위와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선배 기자들이 대거 참석, 자리를 빛냈다.
해직기자 선배들은 '언론자유 수호투쟁'의 정통성을 찾으려는 기자협회의 노력을 무척 고무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또 노 대통령이 과거사 청산 추진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자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냈다. 과거 군사정권 아래서 비민주적 언론탄압과 강제해직, 인권유린을 당한 당사자로서 과거사 청산은 바로 그들의 몫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74년 강제해직 뒤 30년간 자유언론수호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아투위는 지난달 '동아일보 백지광고와 대량해직 등 유신치하 언론민주화운동 탄압에 대한 진상규명 및 배상에 관한 특별법(시안)'을 만들어 국회 입법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도 최근 70년대와 80년대 해직언론인을 대상으로 해당 언론사의 복직권고 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그러나 해직언론인들의 과거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은 현직 후배기자들의 도움이 매우 절실하다고 선배 기자들은 입을 모았다. 조양진 동아투위 총무는 "기자협회가 해직 선배들에 대한 실질적인 명예회복과 배상 등의 문제에 적극 나서줘야 30년 묵은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선배기자들은 이날 기자협회 기념식이 단순한 축하연으로 그치지 않고 기자정신 회복, 언론사주와 자기검열로부터의 독립 등을 선언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영상 '민주언론 40년'은 마지막으로 기자협회에게 물었다.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얻은 언론자유 가까이 와있다"는 자막과 함께 "우리는 과연 공정하고, 진실한가"라는 질문으로 끝을 맺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바로 기자협회 소속 회원 7000여명의 몫이자, 우리 한국언론의 역할인 듯하다. 과연 기자들은 국민들로부터 우려 대신 기대를, 질책 대신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 "기자들은 지금 입 다물고 있다" | | | 현직 중견기자 3인의 기자사회 성찰기 | | | | "정확한 사실확인 과정없이 먼저 인용보도하고 보자는 성급한 취재 편집관행은 한국 저널리즘의 질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자승자박 행태가 되고 있다.… 비판이 지면과 전파를 타고 뉴스공간에서 넘쳐난다. 이름을 내건 논객치고 현존 권력을 비판하지 않으면 '팔불출의 펜'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누가 '사과나무'를 심는가>
"그 많은 이땅의 기자들은 대부분 숨을 죽이고 있다. 경륜을 자랑하는 선배그룹부터 패기만만한 후배그룹까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그간 언론개혁을 외치는 일부 중소언론사 기자들의 목소리는 의미는 있었지만 다른 한쪽의 외면으로 미명에 그쳤다." <기자들은 지금 입 다물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자들, 특히 신문기자들은 일종의 아노미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은 살기가 힘들다.… 현재와 미래, 육체와 정신적인 혼란을 나타내는 이 세 가지 문제-근무조건 악화, 정체성 혼란, 비전부재-로 인해 신문기자들은 존재의 위기까지 느끼고 있다." <나는 끝까지 기자로 살겠다>
현직 중견기자들이 익명으로 털어놓은 기자들의 자화상이다. 사실확인과 검증·분석이 사라진 저널리즘, 불공정행위와 독과점·상업성이 집적된 언론시장에 대한 기자들의 침묵, 비전없이 표표히 떠나는 기자들. 한결같이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3인1색이다.
기자협회가 17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2004년 대한민국 기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특보를 펴냈다. 제호는 '아프다, 묻는다, 나아간다'. 말 그대로 기자들 심정이다. 그들이 당면한 현실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최근 신문보도 행태를 비판한 한 기자는 '마음속의 칼'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는 권력을 겨냥한 일부 언론의 비판보도에 대해 "'사랑의 매'보다 '증오의 칼'을 숨긴 글"이라며 "맹목적인 북때리기에는 울림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 "모든 제도적 질환과 다층적 갈등관계의 원인을 권력의 리더십 탓으로만 돌리는 논법은 이제 싱싱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언론시장의 문제를 짚은 또다른 기자는 "기자사회는 없고 회사원들의 집합체만 존재하고 있는 딱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사주체제 언론사 기자들에 대해 "한국언론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 눈을 감았고 언론개혁 물타기를 위해 반대논리 개발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우리만 잘되면 그만이다'는 자사이기주의도 한국언론을 병들게 한 주요원인으로 꼽혔다.
지금 척박한 삶일지라도 기자로서 끝까지 살겠다고 다짐한 또다른 기자는 악화일로에 있는 근로조건 문제를 들춰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일해야 한다, 툭하면 불려나가고 휴일반납과 야근을 밥먹듯 해야 한다, '3D업종'이 된지도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지'도 이미 오래다, 사람사는 꼴이 아니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정체성 혼란도 겪고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 마음 먹었던 기자로서의 포부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아니면 몸담고 있는 회사의 논리에 억지로 꿰맞춰져서 또다른 부속품으로 기능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그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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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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