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은 무제한 발행, 입장인원은 제한?

무책임한 KTF의 무료이벤트... 과열경쟁에 고객만 피해

등록 2004.08.19 11:24수정 2004.08.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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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의 놀이동산 무료 이용 안내 이메일.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캐리비안 베이와 설악워터피아에서는 손님의 안전과 쾌적한 이용을 위하여 1일 정원초과시 입장이 제한됩니다"라고 쓰여 있다.
KTF의 놀이동산 무료 이용 안내 이메일.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캐리비안 베이와 설악워터피아에서는 손님의 안전과 쾌적한 이용을 위하여 1일 정원초과시 입장이 제한됩니다"라고 쓰여 있다.
나는 이동통신 KTF 고객이다. 지난 18일은 KTF에서 실시하는 '굿타임 써머데이 무료무료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그 중 하나로 KTF 고객들은 캐리비안 베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주머니도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무료 행사라 나는 많은 기대를 했다.

놀이공원 무료 입장 서비스, 고객은 무조건 기다려라?

번호 이동성 제도가 시작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KTF 경쟁사인 SK텔레콤도 11, 17일에 음식점 등 각종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위 '레인보우데이'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 KTF가 야심차게 시작한 것이 '굿타임 써머데이 무료무료 이벤트'다. 이 이벤트는 각종 놀이공원 무료 입장과 음식점 무료 메뉴 제공 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물놀이 공원인 캐리비안 베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난 18일 캐리비안 베이를 무료로 이용하기 위해 나는 오전 6시에 집을 나섰다. 집이 수락산 쪽이라 용인에 위치한 캐리비안 베이에 가기 위해서는 일찍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캐리비안 베이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강남역에 도착한 것이 7시 20분경. 가 보니 강남역에는 무료 이용 행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다시 1시간 정도 기다려 캐리비안 베이로 가는 버스에 올라 다시 1시간 정도 이동했다. 그렇게 해서 캐리비안 베이 입구에 도착하니 오전 9시 30분. 집을 떠난 지 3시간 30분만에 목적지에 겨우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고생의 시작이었다. 캐리비안 베이 무료 이용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휴대폰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아 놓은 쿠폰과 이용권을 교환해야 했다.

10시도 채 안된, 놀이공원으로는 이른 시간인데도 이용권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줄은 끝이 없었다. 나와 함께 간 일행들은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다. 행사를 주관한 KTF 측이나 캐리비안 베이에서도 별다른 안내나 설명이 없었다. 다만 기다리라고 할 뿐.


그렇게 기다린 지 30분이나 되었을까. 캐리비안 베이 관계자들이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 계시면 오후 4시에나 입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반인 유료 입장을 하시면 바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나. 무료 이용하려고 힘들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무료 이용 서비스를 받으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더구나 아기를 데리고 힘들게 기다리고 있는 젊은 부부들에게 그런 안내는 더욱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오전이었고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유료 입장으로 마음을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일 입장객 제한된 놀이동산에 무제한 무료 이용 쿠폰 발행

그렇게 기다리기를 1시간, 10시 30분 정도 되었을 때 확성기에서는 내 귀를 의심할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KTF 무료 이용 서비스는 이미 마감되었으니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뭐라고? 어렵게 기다리고 있는데 마감됐으니 돌아가라고? 설명인 즉, 캐리비안 베이는 1일 입장객을 1만3천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미 그 수가 넘었으니 더 이상 무료 이용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용인까지 와서 줄 서서 기다린 사람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 화나는 것은 KTF측의 대응이었다. KTF으로부터 행사 마감에 대한 어떠한 안내나 사과의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게다가 KTF는 입장 불가 방송 이후에도 무료 이용 쿠폰과 이용권을 교환해줘 사람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행사가 종료됐는데 교환해 주면 어떡하냐고 사람들이 항의하자 KTF측은 그 대신 에버랜드 자유 이용권을 주겠다고 했다. 물론 사과의 의미로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계획한 일정을 날린 사람들의 실망감을 보상할 수는 없었다.

캐리비안 베이 측에 왜 입장할 수 없냐고 항의했더니 "순서를 기다려라"는 말만 반복했다. 설명인즉 캐리비안 베이는 오전 9시와 오후 2시 30분 하루 두 번 입장객을 받는데 오후 2시 30분에 여유분이 생겨서 '혹시나' 입장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 '한번' 기다려 보라는 것이다.

그 때가 11시경이었는데 오후 2시 30분까지 기다려 보라고? 입장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혹시나 모르니 한번 기다려 보라고? 이렇게 무책임한 안내가 또 있을까.

이날 입장 불가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왜냐하면 캐리비안 베이는 하루 입장객이 1만3천명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KTF측에서는 무제한으로 무료 이용 쿠폰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KTF측에서는 '입장을 못할 수도 있다'고 미리 설명했다고 한다. KTF측의 주장대로 행사 안내 이메일 등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캐리비안 베이에서는 손님의 안전과 쾌적한 이동을 위하여 1일 정원 초과시 입장이 제한된다"고 쓰여 있기는 했다.

쿠폰은 무제한으로 발행하고 입장은 무제한으로 되지 않는다니.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이상한 거다. 캐리비안 베이 1일 입장객이 정해져 있다면 그걸 염두에 두고 쿠폰을 발행해야 하지 않을까. '무제한'이라는 허울 좋은 말을 붙이기 위해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을 우롱하고 있는 거 아닌가.

여기에 대해 KTF측은 "무료로 입장하려면 일찍 가서 기다리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이쯤 되면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하는 건지 무료 행사한다고 생색내려 한 건지 헷갈린다.

KTF는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 무료 이용 행사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쿠폰은 1일 선착순 1000명으로 다운로드가 제한되어 있다. 영화관 무료 이용은 다운로드를 제한하면서 놀이동산 무료 이용 쿠폰은 무제한으로 남발하다니.

똑같은 무료지만 영화관과 물놀이 동산 이용은 질적으로 다르다. 놀이동산은 아무리 무료라고 해도 수영복이나 먹을 것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하고 무엇보다 긴 시간을 들여 해당 장소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KTF가 이런 행사로 고객들에게 좋은 시간을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다. KTF에 항의했지만 특별한 사과를 들을 수 없었다. 입장을 못할 수도 있다고 안내했으니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쿠폰을 무제한으로 발행한 것에 대해서는 별 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날 나는 오전 11시 30분이 넘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맥이 빠져 집에 왔더니 이미 하루가 다 가버렸다. 뭣 때문에 오전 6시부터 그 부산을 떨었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번호 이동성 제도가 시행되면서 각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요금 제도는 물론 각종 무료 행사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무책임한 '공짜'는 역으로 고객에게 짜증과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좀더 고객을 배려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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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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