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신임 대법관 "사법개혁은 '접근'과 '참여'로"

등록 2004.08.25 12:04수정 2004.08.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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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영란 신임 대법관.

김영란 신임 대법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법원이 법률소비자와 너무 동떨어지면 개혁의 효과도 피부에 닿지않아 효과가 없다. 결국 (법원은) 법률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법률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많이 열어주는 것이 여러가지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접근'과 '참여'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법관이 된 김영란 신임 대법관은 25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6년 임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법부의 개혁 방향'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김 신임 대법관은 "(대법관으로서) 정말 책임감이 무겁고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야하기에 (저에 대한) 기대가 많은 점을 알고,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두려우면서도 즐겁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김 신임 대법관은 국가보안법 및 호주제 등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드럽게 답변을 피하면서 소신있고 당당한 의견을 펼쳤다.

김 대법관은 "국가보안법 문제는, 어제(24일) 인권위원회에서도 폐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저로써는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겠다"며 "순수 법률적으로 보면 조문이나 형법이 달라질 것이 없으니까, 나에게 국보법에 대해 폐지냐 개정이냐 등을 묻는 것은 정치적인 선택을 하라는 것으로 제 정치적 견해가 상징적으로 보여질 수 있어 답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법관은 "(제가) 법률가이기에 정치적 성향이 뭔지를 묻는 것에 답하면 앞으로 재판을 해나아가는 판사로서 한쪽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사전에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기자들이 무거운 질문들을 계속해서 하자 "재미있는 질문 좀 해주세요"라고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다. 또 잠시 기자들의 질문이 끊어지자 "좀더 물어보세요"라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성의 감수성으로 소수자의 감수성도 표현"

a 김영란 신임 대법관.

김영란 신임 대법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대법관은 사회의 마지막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의 개념을 만든다. 한편 법관 승진 코스로 볼 때 대법관 자리는 마지막이기도 하다. 때문에 시민사회에서 대법관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징적인 자리다. 이런 점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커리어가 중시돼서 대법원에 올라올수록 일이 어렵고 힘들어졌다. 상당히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면 대법원의 일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대법관의 자리가 승진의 마지막 자리로 인식되는 것도 알고 있다. 대법원은 사건을 처리하는 기능도 있지만 정책 법원으로써의 역할도 있다. 그렇기에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대법관 구성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것에 부응하는 조그만 하나로 제가 대법관으로 제청돼서 다양한 세계관을 반영토록 하려는 것 같다.


여성의 감수성으로 소수자의 감수성도 표현될 수 있다. 저의 소명이 시대적 소명이기도 한데, '판사란 판결로써 말한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겠지만, 판결하고 사건을 처리하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시대적) 소명에 맞는 길을 열심히 찾아보는 역할을 해야될 것 같다."

- 대법관 제청과정에서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외부의 입김이 있지 않았냐는 의혹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열렸었고, 문제가 있다고 해서 올해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제청절차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 대법관 제청절차의 모든 것을 비공개로 해서 몰랐는데, 국회 청문 절차에서 청문회 자료를 보고 알게된 것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3명의 후보와 자문위가 추천한 후보들 중에 (제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대법원장이 결정해 저를 국회에 대법관 자격심사를 요청했다. 시민단체가 추천 등록한 일부 공개된 후보와는 무관하게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 중에 한 명이다. 모양이 그렇게 된 것은 오해에서 생긴 것 같다. 외부 입김은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다. 사개위에서 (대법관) 구성원의 다양화를 생각하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 친동생이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재직중인데, 만약 동생이 내린 판결이 대법원에 상고됐을 때 그것을 뒤집을 자신이 있나.
"글쎄요.(웃음) 동생이라고 봐 줄 수 있나. 원리원칙대로 해야한다."

- 국회에서 표결의 찬성비율이 70% 정도였다. 찬성률에 대해 만족하나.
"찬성과 반대가 200대 60정도라고 하던데…. 전년도 보다 많은 찬성 아니었나.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외부 입김에 흔들리는 판사는 판사 자질이 없는 것"

- 제청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일부 판사들이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흔들리나.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법관이기에) 당사자 중에 한 사람이라 뭐라 하긴 그렇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런 염려는 우려에 있어 그런 것이지, 외부 단체의 입김을 의식해서 판사들이 흔들린다면 판사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 여성적 감수성으로 소수자적 감수성을 표현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남성적 감수성이 지배하고 있다. 소수자로 여성이 포함되기에 그런 뜻에서 이해하는데 훨씬 쉽겠다는 의미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문학작품을 읽는 것을 즐겨해서 책을 보거나 다양한 영화, 음악을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또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다. 주변 여성 판사들에게도 자기만이 즐길 수 있는 여가시간을 많이 하려고 한다. 운동은 잘 못하는 편이다."

- 선배 대법관들에게 인사를 했을텐데 뭐라고 하나.
"다들 굉장히 환영한다. 그러면서 '일이 많다'고 하면서 '대법관이 되면 하루만 좋다, 일이 많으니까 건강에 조심해라'고 말하신다. 1년이 지나면 몸이 많이 상하기에 특히 건강에 조심하라고 이구동성 이야기한다. 실제 일이 많으신 모양이다."

- 10년 이상의 선배들과 같이 판결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나.
"그런 모든 것을 판단해 시킨 것이니까 당당하게 의견을 말하라고 한다. 선배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해야겠지만, 실제로 일하는데 있어서는 당당하게 의견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제 나름대로의 대법관 모습 만들 것"

- 대법관이 돼서 뭐가 제일 좋나. 피부에 느껴지는 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 겪어봐야 알지 않겠나. 대법관들이 외로운 분들이라는 느낌이다. 넓은 방에서 혼자 일이 많아 환담을 나눌 시간적 여유도 없고, 그러니까 외로운 자리가 되는 것 같다. 사건에 대해서도 외롭게 결정을 하고. 좋다 나쁘다는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나 주위 친구들은 뭐라고 하나.
"강 전 장관이 내가 물러나니까 네가 되고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 그 친구 (법무부장관) 물러날 때 굉장히 즐거워했지 않았나."

- 조무제 대법관의 후임으로 들어오게 됐다. 조 전 대법관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도저히 제가 따라갈 수 없는 만큼의 훌륭한 분이다. 부산지법에 있을 때 항소부 부장판사로 계실 때 멀리서 봐도 존경스러웠다. 그렇지만 (조 전 대법관을) 따라할 수 없고, 제 나름대로 어떤 모습을 만들어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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