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간 '전여옥 표절' 진실게임

전 대변인, <오마이뉴스>·유재순씨 등에 5억원 손배소

등록 2004.08.31 12:51수정 2004.09.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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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31일 오후 4시 20분]

오마이뉴스를 상대로 5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전여옥 대변인.
오마이뉴스를 상대로 5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전여옥 대변인.이종호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31일 자신의 저서 <일본은 없다>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한 재일 언론인 유재순씨와 관련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등을 상대로 총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로써 10여 년째 지리하게 끌어오던 전여옥씨의 표절 논쟁은 결국 법정으로까지 옮겨져 이제 법정에서 그 진실이 가려질 전망이다.

전 대변인은 소장을 통해 "이미 약 10년전 표절시비를 일으켰다가 흐지부지 된 허위 사실을 (유재순씨는) 작가로서의 양심을 버리고 또다시 인터뷰 등을 통해 원고에게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다"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기사, 과장기사, 추측기사를 작성해 그것이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거나 개인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됐다"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또 소장에서 "오마이뉴스 등은 비방을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특히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공직에 종사하고 저술활동을 하는 원고로서의 그 도덕성이나 순수성, 작가로서의 명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 "허위기사로 도덕성, 명성에 치명적 타격 받게 됐다"

전 대변인은 지난 6월 10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일본은 없다>를 둘러싼 표절 의혹 제기에 대해 "10년전 내 (일본)경험으로 직접 쓴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유재순씨 밖에 못쓰냐"며 의혹제기를 반박하고는 "이제는 내가 공인이고 공당에 있기 때문에 (의혹제기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 대변인은 또 그에 앞서 <서프라이즈>에서 표절의혹을 거론한 것을 지칭한 듯 "이 문제와 관련 언론사에서 어떤 입장을 갖고 나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언론사도 같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유씨는 물론 언론에 대해서도 적극 법적 대응을 할 방침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일본은 없다> '표절의혹' 제기땐 법적 대응"
6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은 전 대변인이 지난 6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일본은 없다> 표절의혹 관련 문답 전문이다.

- 저서 <일본은 없다>를 둘러싼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은.
"이 책은 10년 전 내 경험으로 직접 쓴 책이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에서 신행정수도에 대해서 얘기한다고 할 때 기자실에 있는 기자들은 다 쓰는 것 아니냐. 일본에 대해서는 유재순씨밖에 못 쓰나. 아주 간단한 이치다. 그게 10년 전인데 뒤에서만 시끄럽게 하지, 전면에는 한 번도 안 나타난다. 소송한다고 해서 변호사까지 구해놓고 기다렸는데 (소송을) 안 건다. 좀 황당하다.

지금까지 내가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그 분이 일정한 기관에 몸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신문사와 보조를 맞춰서 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같은 여자끼리 싸우는 것도 그렇고…. 그러나 지금은 서프라이즈 같은 곳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 언론사에서 어떤 입장을 갖고 나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언론사도 같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 유씨의 주장을 앞세워서 언론의 논객이 입장을 밝혔을 경우, 그것도 고소의 요건이 충족이 된다.

이제는 내가 공인이고, 공당에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겠다. 그 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증거가 다 있다. 특히 요즘 들어서 이 문제가 아주 증폭되고 있다. 그 배경이 어디인지 생각하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씨는 전여옥 대변인이 자신의 글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씨는 전여옥 대변인이 자신의 글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전씨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오마이뉴스>는 당사자인 유재순(46, 재일 르포작가)씨를 6월 15일 밤 도쿄시내 와세다대학 인근 유씨 자택에서 만나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유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얼토당토않은 매스컴 플레이를 통해 거짓말만 늘어놓지 말고 책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라. 자신이 취재해서 쓴 내용이라면,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 일본인을 만나 인터뷰를 했는지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전 대변인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유씨는 이어 "8년동안 일본에 살면서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내용들이 <일본은 없다>에 아무 가감없이 절반 이상이 그대로 차용됐다"고 밝히고 "원래 <일본인,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출간할 예정이었는데 이같은 사실은 당시 내가 일본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말해서 일본독자들도 다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씨는 이후 출간한 <하품(下品)의 일본인> 서문에서 이같은 사실을 이미 폭로한 바 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유씨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면서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전씨가 반론 인터뷰를 요청할 경우 이를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오마이뉴스가 이런 기사를 톱기사로 비중있게 다룬 사실을 주목한다"며 "기사를 통한 사회적 파장과 전여옥 의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책임을 피해가려는 듯한 오마이뉴스의 반론 인터뷰 수용 입장은 우선 비겁하다"고 반론인터뷰를 거부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 "진상규명의 계기된다면 환영할 일"

전 대변인의 소송제기에 대해 <오마이뉴스> 정운현 편집국장은 "전여옥 의원은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발행된 단행본의 표절의혹에 대해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오마이뉴스>의 관련보도는 그 일환이었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또 "<오마이뉴스>는 유재순씨와의 심층인터뷰와 관련자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전씨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전씨의 소송을 계기로 이 표절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이어 "법정으로까지 이 문제가 비화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전씨가 소송을 한만큼 진상규명의 계기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전씨의 소송을 결과적으로 환영하며 앞으로의 전개과정을 독자들에게 소상히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대변인은 31일 오후 국회 중앙기자실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번 기회에 철저히 시비를 가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기초 자료도 모으고, 1달간 소장도 검토했다"고 밝히고 "소송 대리인 외에도 10여 명의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100% 승소를 확인하고 소송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전여옥 대변인 "100% 승소 확인하고 소송낸 것"
유재순씨 "전씨가 소송 걸어올 땐 본격 대응할 것"


이번 소송의 피고는 유씨 인터뷰 기사를 작성한 박철현 <오마이뉴스 재팬> 기자, 정운현 편집국장, 오연호 대표 등 오마이뉴스 관계자 3인을 비롯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유재순씨, 그리고 <서프라이즈> 논객 김동렬씨 등 총 5명이다. 소송 금액은 5억원으로, 피고들이 연대하여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체류하다가 오늘 일본으로 되돌아간 유씨는 3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장거리 전화통화에서 "전씨가 소송을 걸어온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지난 10년간 나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이번 건과 별도로 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일본은 없다>는 전씨가 KBS 도쿄특파원 근무경험 등을 토대로 지난 93년 출간한 책으로, 100만부 이상이 팔렸는데 출간 직후부터 표절시비에 휩싸였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해온 전 대변인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출마, 당선되어 현재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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