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된 일... 전여옥씨 표절 증명 자신있다"

[인터뷰]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씨 "인민재판은 원치 않아 "

등록 2004.09.01 21:56수정 2004.09.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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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씨.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씨. ⓒ .

"오히려 잘된 일이다. 누가 거짓을 얘기하고 누가 진실을 얘기하는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9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일본은 없다>의 표절 의혹을 제기해 저자인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씨는 아주 단호한 어조로 "정면대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유씨는 1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국제통화에서 "몇 퍼센트를 표절하거나 도용했든 허락없이 남의 것을 가져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도용'"이라고 강조한 뒤 "저한테 한마디 없이 자료와 취재기, 원고를 가져다 책을 냈다"며 "도덕적·윤리적 문제나 저작권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이번 소송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정치인 자질이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씨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

"자질이 없는 사람이 의원이 된 것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 전여옥 대변인이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는데.
"나도 정면대응하겠다. 오히려 잘된 일인지 모른다. 사회정의가 살아 있음을 알리기 위해 정면대응하겠다. 몇 퍼센트를 표절했든 또는 도용했든, 남의 것을 허락없이 가져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 대변인은 이 책과 관련해) 10년 동안 거짓말을 해온 셈이다. 때에 따라 말을 바꾸었다. 내가 먼저 나서서 이 문제를 꺼낸 게 아니다. 나와 그를 동시에 잘 아는 사람들이 제기한 것이다. 그에게 죄가 없다면 아는 사람들의 입에서 표절문제가 나올 수 있었겠나.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 그가 정면대응해왔으니까 저도 정면대응하겠다. 누가 거짓을 얘기하고 누가 진실을 얘기하는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 전여옥 대변인과 공개토론할 생각은 없나.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당할 수 있겠나. 주위에서도 '이번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몸부터 챙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말솜씨 하나는 알아주니까 대변인으로 발탁되지 않았겠나. 내가 한마디 하는 동안 그는 열마디 할 것이다. 공개토론보다는 법정이 편하다. 법정에서 차근차근 밝히겠다.

네티즌들이 모금운동을 하겠다고 해서 그만두라고 했다. 남의 힘 빌리지 않고 내 힘으로 진실을 밝혀내겠다. 진짜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겠다. 또 나는 선이고 그는 악이라는 식의 이분법도 원하지 않는다. 여론을 등에 업고 하는 인민재판도 원하지 않는다. 진실이 무엇인지만 봐줬으면 좋겠다."

"인민재판 원하지 않는다, 오직 진실만..."

- 전여옥 대변인이 표절했다고 확신하나.
"정확하게 표현하면 '도용'한 것이다. 당사자인 나한테 한마디 하지 않고 자료와 취재기, 원고를 가져다 책을 냈으니까. 도덕적·윤리적 문제나 저작권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난 그를 친한 친구로 믿고 자료를 일방적으로 줬다. 그가 현장에 못간 경우에는 현장취재해서 보내준 경우도 있었다. '책 쓴다'는 한마디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한국의 특파원들이나 잡지사 기자들은 내가 어떤 내용을 취재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당당하게 진실만 얘기할 것이다. 저를 변호하겠다고 자청한 사람도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서두를 이유도 없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이유도 없다."

- 앞으로 표절을 어떻게 증명해낼 생각인가.
"(지금은 그 방법에 대해) 밝힐 수 없다. 내 방식으로 하겠다. '올곧게 살자'는 게 내 신조다. 재판에도 그렇게 임할 생각이다. 이길 것이다."

- 이번 소송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매우 크다. 정치인 자질이 없는 사람이 의원이 됐다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또한 저작권문제를 바로 세워야 한다. 도용이든 표절이든 남의 것을 가져갈 때는 본인한테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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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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