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처럼 가슴 아린 사랑 이야기 '내 집으로 와요'

만화가 하라 히데노리의 작품 세계

등록 2004.09.09 11:35수정 2004.09.09 14:23
0
원고료로 응원
만화가 이제는 더 이상 어린이들의 노리개 감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만화를 접하고 즐기는 사람도 다양하고 그 만화에서 다루는 분야나 깊이의 수준 또한 전문가 이상이다.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고 엄청난 양의 소재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여러 연령층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는 -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그렇듯이 - 사랑이다.

사랑을 소재로 만든 만화를 순정만화라고 한다. 하지만 하라 히데노리의 작품을 순정만화라고 정의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 그의 작품에는 사랑도 있지만 꿈과 희망도 있다. '언제나 꿈을'에는 만화가의 꿈과 희망 그리고 자전적인 독백이, '섬데이'에는 이제 막 사회에 나와 고생하고 노력하는 비즈니스맨의 고락이, '겨울 이야기'에는 재수생의 희비가 있다.


a <내 집으로 와요> 1권

<내 집으로 와요> 1권 ⓒ 대원씨아이

'내 집으로 와요'. 하라 히데노리는 스토리텔링이 놀라운 작가다. '내 집으로 와요'는 남자 주인공 미키오와 미키오 보다 5살 많은 여자 주인공 아야가 동거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요즘 우리에게는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사랑을 주제로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대화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자극적인 소재와 일상적인 대화. 무언가 어울리지 않지만 그 불균형은 찾기 힘들다.

게다가 남녀간의 교제에 있어 있을 수 있는 많은 이야기와 갈등이 있다. 특히 연상의 여자와의 교제에서 사회적으로 여자가 먼저 큰 성공을 거둘 경우 - 아야는 피아니스트로 큰 성공을 거둔다 - 일어날 수 있는 갈등, 일과 사랑 사이에서의 갈등 같은 일상적이면서 정말 있을 법한 누군가 한번쯤은 겪어 보았을 법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 하라 히데노리는 그림을 통한 심리 묘사와 구도 설정이 탁월하다. 중후반부터 미키오가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사진 작가로 여러 대회에 출품하면서 찍은 아름다운 구도를 가진 사진 아니 그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을 아무리 사실적으로 그린다고 해도 실제 사진만큼의 섬세함과 자세함을 나타낼 수는 없다. 반면 감성적인 터치는 실제 사진보다 더욱 강렬할 수 있다.

특히 미키오의 신인시절 대회 출품작인 아야의 사진 두 장은 처음 얼핏 보면 묘한 기분이 느껴지는 똑같은 사진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아야의 아린 가슴, 현재 둘의 상황, 지금까지의 모든 스토리가 모두 담겨져 있다.


책 양쪽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그 두 장의 사진에 나타난 아야의 미묘한 시선, 눈빛의 변화가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하나의 그림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고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살 많은 여자와의 동거. 그리고 사랑.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은 만국 공통어다. 조금은 자극적인 소재를 너무나 일상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하라 히데노리의 '내 집으로 와요'. 조금은 우울한 계절 가을, 옛사랑의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미키오와 아야의 사랑이야기에 동참해 보자.

내집으로 와요 1

하라 히데노리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1999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