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를 아시나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와인감별사

등록 2004.09.09 11:31수정 2004.09.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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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단맛 나는 와인부터 시작하면 받아들이기가 편합니다. 차츰 단맛을 조금씩 없애면서 부드러운 레드와인을 접하고 이후에는 자신의 입맛에 맞추면 됩니다. 가장 좋은 와인은 가격을 떠나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이죠. 아무리 비싼 와인이라도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후회하기 마련 아니겠어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직업 ‘소믈리에’. 이는 쉽게 말해 와인 감별사 또는 와인웨이터로 와인 시음을 통해 와인 맛을 평가하고 손님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 주는 직업이다. 아직까지는 일반화되지 않은 ‘소믈리에’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이제 1년 정도의 경력을 갖춘 김만홍(26)씨. 경력은 짧지만 직업관이나 그 열정만큼은 오랜 시간 종사한 프로 못지않다.

“‘소믈리에’는 와인웨이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믈리에’는 와인만을 전문적으로 다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와인을 기본으로 식음료를 모두 담당하고 전반적인 관리를 하는 직업이죠.”

그가 처음부터 와인에 관심을 갖고 뜻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톰 크루즈 주연의 <칵테일>이라는 영화를 보고는 술이라는 대상과 바텐더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군 복무를 하면서 칵테일과 전반적인 술에 대해 공부를 했고, 제대 후 바텐더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의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와인이었다.

지난해 세종대 ‘와인 마스터’ 1년 과정을 수료한 그는 프랑스로 연수를 다녀올 정도로 ‘소믈리에’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와인 마스터’ 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대전 최초의 와인숍&바 ‘까사비노(대전 둔산동)’에서 매니저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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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시음은 와인을 즐기는 것과는 다릅니다. 시음하기 4시간 전에는 흡연하지 않고 커피나 자극적인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진한 향수나 스킨로션을 사용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게다가 밝은 조명과 하얀 테이블이라는 조건을 갖춰야 하죠. 맛, 색, 향이 중요하거든요.”


와인 시음에 있어서 그만큼 시각, 후각, 미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요즘은 청각도 중요시하고 있다. 와인 병마다 따는 소리가 다르기 때문. 병 따는 소리만 들어도 와인의 맛을 아는 전문가가 있을 정도로 그만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소믈리에’라는 직업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생산된 와인이라 하더라도 저장 상태나 조건에 따라 와인 맛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다가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셀 수 없듯이 와인의 종류와 맛도 셀 수 없이 많다. 지금껏 수백 가지 와인 맛을 맛봐온 그 역시 “아직 한참을 마셔봐야 한다”고 겸손해 할 정도.


그는 손님들의 취향에 맞춰 와인을 권해주고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객관적 표본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맛이 주관적이듯 손님의 기호에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와인의 역사나 어울리는 음식을 권해줘야 하기에 다양한 지식 겸비는 필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와인을 즐기면서 마시는 일반인들과 달리 ‘소믈리에’는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와인을 마신다. 기억을 해야 하기에 메모는 필수다. 와인 공부라는 것이 끝이 없기에 그는 국내에 출판된 와인 관련 서적을 모두 통독했다. 여기서도 모자라 외국서적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고충 속에서도 와인에 대해 얘기하는 그에게서 열정이 묻어난다. 전문 지식을 갖춘 와인 마니아들 때문에 항상 채찍질 하면서 공부를 하는 그이지만 오히려 즐겁다고 말한다.

“이 일 때문에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직업에 종사했으면 제가 과연 지금처럼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했을까 싶어요. 자세하고 깊게, 끊임없이 공부해야 된다는 것이 ‘소믈리에’의 매력 같습니다.”

그는 아직 자신을 ‘소믈리에’라고 칭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소믈리에’라는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좀더 연륜을 쌓고 자신감이 생긴 후에 당당히 자신을 소개할 생각이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도 꿈을 향한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언젠가는 ‘소믈리에’라는 제 타이틀을 내세운 매장을 갖는 것이 꿈이랍니다. 제 인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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