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자연 그리고 웰빙의 만남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 (27) 2004 횡성 한우 축제

등록 2004.09.10 00:26수정 2004.09.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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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4 횡성 한우 축제 애드벌룬

2004 횡성 한우 축제 애드벌룬 ⓒ 박도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


필자가 살고 있는 안흥 산골마을은 행정상 횡성군 안흥면이다. 그래서 나는 안흥 면민도 되고 횡성 군민도 된다.

식전 댓바람부터 노씨 내외가 번갈아 내 집에 와서 오늘이 횡성 한우 축제 개막 날인데 함께 구경 가자고 했다. 어제 그제 나들이 하고 돌아온 터라 오늘은 집에서 머문다고 거절을 하자 무척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그만 마음이 약해져서 함께 가자고 하자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떠서 나섰다. 마침 아내가 일찍 서울 볼 일 보러 갔기에 차가 있지만, 면허증이 모두 없어서 안흥면 사무소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군내 순환 시내버스를 타고 횡성 실내체육관 행사장에 이르자 막 축제가 시작하여 마치 큰 체육대회가 열린 듯 하늘에는 애드벌룬이 떠 있고 행사장 언저리는 온통 사람들로 붐볐다.

a 제36회 횡성군민체육대회장

제36회 횡성군민체육대회장 ⓒ 박도

a 축구 여자 일반부 예선전(강림면: 청일면) 장면

축구 여자 일반부 예선전(강림면: 청일면) 장면 ⓒ 박도

이미 공설운동장에는 2004 횡성 한우 축제와 아울러 제36회 군민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횡성군내 9개 면 대표 축구 여자부 예선전이 벌어진 바, 급조된 선수들이 기성 선수 못지않게 볼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세상 변화를 다시 절감하면서 운동장 옆 한우 축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행사 준비로 한창 바쁜 횡성군 한문희 축정산림과장을 잠시 붙들고 몇 마디 물었다.

a 행사장의 임시 외양간에 나온 한우

행사장의 임시 외양간에 나온 한우 ⓒ 박도

- 횡성 한우가 다른 지역보다 이름난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우리 지방의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 때문입니다. 아울러 한우들이 봄부터 여름 내도록 무공해 천연사료를 먹고 방목되기에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라서 육질이 다른 지방 소들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거기다가 횡성군민들의 소 사육 기술이 뛰어납니다.”


- 횡성군에서는 어떤 지원을 합니까?
“전 행정력을 한우 지원에 쏟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한우에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연 6억원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수소 정액과 사료 제공 등 일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송아지는 생후 5~6개월이 지나면 군에서 모두 거세시켜줍니다. 그래서 수소도 모두 암소 고기가 되는 거지요.”

- 네? 바야흐로 수컷 수난의 시대이군요?
“그런 셈이지요. 저기 운동장에 공차는 선수들 보세요. 몇 년 전이면 상상이나 했을 일입니까? 사람도 소도 수컷은 인기가 없습니다.(웃음)

오는 10월부터 한우 생산이력제가 시행됩니다. 횡성 한우 쇠고기는 포장지에 생산자 이름을 넣고 유사제품을 방지하고자 포장을 철저히 할 예정입니다. 소비자들이 믿고 사 드실 수 있게 할 겁니다.“

a 세상에는 별 일도 많다, 개 젖을 빠는 송아지.

세상에는 별 일도 많다, 개 젖을 빠는 송아지. ⓒ 박도

행사장에 대기 중인 싸움소들과 세계 여러 나라의 소들을 구경한 후 송아지와 함께 하는 놀이마당에서 귀여운 송아지들을 카메라에 담고 외양간의 소를 구경하고 내려오는데 진귀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송아지가 개 젖을 먹고 있었는데 송아지 주인은 둔내면 현천리 이석근(54) 씨라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프로에 나옴직한 일이 눈앞에서 펼쳐진 바, 어미 개가 젖을 너무 빨려서 무척 야위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축제

노씨 부부가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요기를 하자고 안흥면 선수단 본부 차일로 가자 인심 좋게도 사람 가리지 않고 국밥과 음료수 떡 과일을 내놓았다. 각 면 본부에서도 내 고장 네 고장 따지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즉석 돼지 불고기에 소주잔을 건넸다. 여태 후한 시골인심이 살아있었다.

a 체육대회장 뒤편의 각 선수단 본부. '금강산도 식후경'인 양 정작 대회장보다 더 붐볐다.

체육대회장 뒤편의 각 선수단 본부. '금강산도 식후경'인 양 정작 대회장보다 더 붐볐다. ⓒ 박도

요기 후 행사장 어귀로 가자 좌우에 축제에 맞춰 천막 수십 개가 늘어서 있었다. 한 쪽은 더덕 벌꿀 복숭아 포도 등 내 고장 특산품 소개 및 판매장이요, 다른 한 편은 서예전, 그림전, 한지 작품 및 천연 염색 체험전으로 종합문화 전시장이었다.

a 축제 대회장 조태진 횡성군수

축제 대회장 조태진 횡성군수 ⓒ 박도

막 행사장 테이프를 끊는 조태진 군수님에게 한우 축제의 의의를 여쭈었다.
“예로부터 횡성은 한우의 고장입니다. 이제는 전국 축제화하여 전 국민에게 양질의 한우 고기를 공급하며 우리 횡성 군민들에게는 소득 증대 사업과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자 한우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이 행사기간을 통하여 우리 횡성군의 한우와 더덕 안흥 찐빵, 그리고 무공해 청정 농산물 등 널리 알리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2004 횡성 한우 축제는 9월 9일부터 9월 13일까지 닷새간 열리고 있다. 제1일(9. 9)은 ‘경축의 날’이라 하여 군민화합과 무사 안녕을 위한 제례와 경축공연이 있고, 제2일(9. 10)은 ‘명품의 날’이라 하여 송아지 경매시장 체험과 한우왕 선발, 오케스트라 공연이. 제3일(9. 11)은 ‘애향의 날’이라 하여 한우 품평회, 소 한 마리 먹기대회, 한우 요라경연대회, 더덕 빨리 까기 대회 등이 있을 예정이다.

제4일(9. 12)은 ‘화합의 날’로 송아지와 함께 달리기, 한우왕 선발대회, 최우수 암소 알아맞히기, 더덕아가씨 선발대회 등이 제5일(9.13)은 ‘전진의 날’로 읍 면 풍물경연대회에 이어 이야기가 있는 한밤의 음악회가 모든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잠깐 둘러본 2004 횡성 한우 축제장이었지만, 지역 문화와 산업을 연계하면서 지역민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행사로써 좋은 전통이 뿌리내리리라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른 고장에서도 이와 같이 특성화된 사업을 개발해야만 ‘지방화시대’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a 세계 여러 나라 소들

세계 여러 나라 소들 ⓒ 박도


a 행사장 어귀의 특산물 전시 및 판매장

행사장 어귀의 특산물 전시 및 판매장 ⓒ 박도


a 천연염색 체험전의 작품들

천연염색 체험전의 작품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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