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색다른 문화체험 어때요?"

제3회 OUT DOOR전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등록 2004.09.10 16:49수정 2004.09.1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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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나'들 - 여고생>(장용근 作)
<수많은 '나'들 - 여고생>(장용근 作)허미옥
그림 제목은 '수많은 '나'들- 여고생'. 그냥 보고 있으면 단순히 여고생 사진을 건 것 같지만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제3회 OUT DOOR전 EDGAR에서 전시하고 있는 장용근씨의 작품. 이 그림은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아주머니 등 수천명의 얼굴을 합성했더니 현재 보이는 여고생의 모습으로 표현된 작품.


행사 첫날. 삼덕동 문화1가. 오후 7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색다른 전시물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 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어제 밤부터 날을 꼬박 새며 만들었던 전시물이 청소아저씨 때문에 모두 찢어졌다'며 망치와 장비를 들고 분주하게 다니는 작가들도 볼 수 있었다.

"1년 동안 횡단보도에서 죽은 아이들의 모습"-박성호씨

(위)박성호씨 작품. (아래) 작품이 훼손된 골목
(위)박성호씨 작품. (아래) 작품이 훼손된 골목허미옥
이 날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닥 중간 중간에 있는 그림. 밟아야 할지, 지나가야 할지 서성대고 있는데 망치를 들고 이 근처를 지나던 박성호(사진) 작가를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이 그림은 1년 동안 횡단보도에서 죽은 아이들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는 박 작가는 "얼마 전 횡단보도에서 난 사고를 보고 이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한다.


또 "사람들은 길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니는 길 그리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어린이들을 다시 한번 고민했으면 한다"는 의미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림 중간중간에 있는 하얀 선은 자동차 바퀴 자국이다.

그는 "바닥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골목에 입체적인 형상물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설치물을 준비했는데 아침에 와 보니 모두 찢어져 있었다"면서 "아마 청소부 아저씨가 치워버린 것 같다. 이것이 현재 우리의 문화현실이다"고 아쉬워했다.


바닥에 작업된 작품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밟아버려 없어진다면 아쉽지 않겠냐는 질문에 박 작가는 "아마 2-3일 정도 있으면 이 그림들은 모두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 보수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1년 동안 횡단보도에서 죽은 아이들에 대한 기억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닥의 그림이 없어짐에 따라 나쁜 기억도 우리의 뇌리속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틀사랑'사진이 전시되고 있는 카페 '삼덕동 133번지'
'틀사랑'사진이 전시되고 있는 카페 '삼덕동 133번지'허미옥
독특한 전시, 민예총 사진반 틀사랑 다큐멘터리 사진

제3회 OUT DOOR전 전체 작품이 영화, 음악, 무용 공연과 미술전시라면 이 중에 독특하게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한 카페(삼덕동 133)가 있었다.

다큐멘터리 사진 전시를 기획한 곳은 한국민예총 대구지회 소속 사진반 틀사랑(대표 이정건). 이번 전시의 주제는 한창 뜨거운 주제인 국보법 철폐와 '우리는 과연 소비의 주체인가?'라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이정건 대표는 "일반적인 사진전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가능하면 다큐멘터리 사진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며 "뿐만 아니라 소비속의 소외 즉 '우리는 과연 소비의 주체인가?'를 촬영하기 위해 <상품미학 비판>(하우크 작)도 공부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한다.

틀사랑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삼덕동 133번지의 이원만 사장은 "이 카페를 시작할 때부터 사진을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했다"며 "디지털카메라 사진을 볼 수 있는 컴퓨터도 갖춰뒀고 필림을 볼 수 있는 라이트 테이블 등도 마련해뒀다"라고 한다.

틀사랑 창립멤버이기도 한 이 사장은 "예술작가 위주로 진행되는 OUT DOOR전이 틀사랑의 사진으로 인해 더욱 빛날 것 같다"며 "문화나 예술, 심지어 사진까지도 특별한 무엇이 아닌 생활주변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을 시민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다"고 밝혔다.

삼덕동 문화 1가, 골목 모습 점차 변하고 있어

거리와 작품 전시공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삼덕동 문화1가는 예전에 레코드 가게도 많았고, 경대 병원 근처라는 지리학적 위치 때문에 요정도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분위기를 탈피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고 한다.

각 카페를 찾는 시민들의 음악적 특성과 취향도 다르고 선곡방식과 전송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음악을 골라듣는 재미도 맘껏 느낄 수 있다.

서늘한 가을밤 삼덕동 문화1가에서 색다른 체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특히 24일 금요일 오후 7시에는 대구시향 공연 및 댄스 공연, 미술품 경매 등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더 볼거리가 풍성할 것 같다.

제3회 ‘OUT DOOR'전 전체 프로그램
제3회 ‘OUT DOOR'전 전체 프로그램
제3회 OUT DOOR전은 9월 9일-9월 29일까지 삼덕동 문화1가에서 개최되며 주로 오후 6시 이후에 이 곳을 지나야만 접할 수 있다.

* 행사관련 자세한 문의 : http://cafe.daum.net/hov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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