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카메라 나가지 마라, 날치기 찍어야지"

공정거래법 개정안 강행처리 전야... 한나라 중대결심?

등록 2004.09.14 20:25수정 2004.09.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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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공정거래법 개정안 법안심사를 위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가 열렸으나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방송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나가지 마라, 날치기 하는 것 찍어야 된다"라고 소리치며 공개회의로 할 것을 주장했다.
14일 오후 공정거래법 개정안 법안심사를 위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가 열렸으나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방송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나가지 마라, 날치기 하는 것 찍어야 된다"라고 소리치며 공개회의로 할 것을 주장했다.오마이뉴스 김윤상


"공개로 합시다. 어, 카메라 나가지 말고. 만약에 날치기 통과하면 그 현장을 찍어야지. 그래야 날치기 안 할 것 아닌가. 국민이 지켜보구 있는데."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

"무슨 소위에서 날치기가 있다고 그럽니까.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원래 비공개니까 속기록으로 대신합시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


재계와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상임위 처리를 하루 앞두고, 양당은 14일 오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강행 vs 저지'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15일 정무위원회 위원장(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 직권으로 전체회의가 소집된 것에 대해 "간사 협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강행 처리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은 개정안 심사를 거부하고 퇴장했고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법안심사가 마무리됐다.

이미 개혁의 실효성을 상실한 '누더기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그마저도 '개악'이라고 결사 저지를 벼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말 출자총액제한제도 졸업 기준과 예외조항 개선,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계좌추적권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과 함께 문학진 열린우리당 의원이 제출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현재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다. 문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경품 및 무가지 신고 포상금 50억원을 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를 추적하기 위한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고,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아예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잠식을 막기 위한 대기업 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축소에 대해서도 반대의 입장이 완강하다.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 포상금제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신문시장만을 겨냥한 법"이라며 "언론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 양당 공방... 싸늘한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14일 공정거래법 개정안 법안심사를 위한 소위가 열렸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음날 열린우리당이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소집, 강행처리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항의표시로 법안심사를 거부했다.
14일 공정거래법 개정안 법안심사를 위한 소위가 열렸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음날 열린우리당이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소집, 강행처리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항의표시로 법안심사를 거부했다.오마이뉴스 김윤상
열린우리당의 강행처리 입장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14일 의원총회를 통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힘으로 밀어부친다면 중대한 결심할 수도 있다"며 "힘에는 힘으로 맞설 것인가, 중대한 결정의 기로에 있다"고 실력저지의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같은 한나라당의 '의지'와 달리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누더기 된 공정거래법마저 국회통과를 저지하냐"며 싸늘한 반응이다. 민주노동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벌이는 공방에 대해 "재벌총수 경영권 봐주기 경쟁을 하고 있다"며 양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현행 공정거래법 제10조7항에 의하면,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이 △금융업·보험업을 영위하는 경우 △지주회사인 경우 △회사정리·화의·법정관리중인 경우에는 출자총액제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등 다양한 예외규정을 두어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졸업기준을 완화하고 예외를 더욱 확대하는 등 현행 공정거래법마저 무력화시키는 정부여당의 안은 개악이며, 여기에 한술 더 떠 아예 폐지하자고 반발하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는 반응이다. 참여연대 역시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훼손된 상태라며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더이상 양보할 게 없다"며 15일 열리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정안 처리의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부안이 넘어온지 80여 일이 지났다"며 "법안 처리의 지연은 오히려 경제불안을 가중시킨다"고 강행 이유를 밝혔다.

또한 전 의원은 "참여정부의 시장개혁 로드맵이 제시된 이후 1년 반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며 한나라당과 재계의 공청회 개최 주장에 대해 "시간 끌기 작전"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밀어부치고 있다"며 "법안의 문제점을 보완해 11월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실력저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막을지는 고민중"이라며 "일단 내일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소집 절차를 문제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14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열린우리당은 내부부당거래 추적을 위한 계좌추적권 발동시 공정거래위 전원회의 등의 의결절차를 거치도록 요건을 더욱 강화해 "한발 더 물러섰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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