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5가지

남편 생각이 바뀌면 가정의 행복이 보인다

등록 2004.09.16 23:01수정 2004.09.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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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9시. 아내는 부엌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도서관에서 먹을 김밥과 간식을 준비하느라고 온갖 수선을 피운다. 다시 찾아 온 작은 행복에 김밥을 만드는 아내의 얼굴 위로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몇 달 전부터 우리 부부는 매주 일요일마다 두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서 가까운 시립도서관으로 가곤 한다. 처음에는 온갖 투정을 부리며 짜증을 많이 냈던 아이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내가 귀찮아 늑장을 부리면 오히려 아이들이 야단법석을 떤다. 우리 가정에 행복의 파랑새가 날아들기 시작한 것은 고지식한 내 생각이 바뀌면서였다.

일 년 전, 아내는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어야 되겠다는 요량으로 아파트 상가 내(內) 세(貰)가 싼 5평 남짓한 가게를 얻어 김치가게를 시작하였다. 결혼을 하면서 집을 장만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낸 것도 원인이겠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이들 앞으로 지출되는 한 달 사교육비 또한 적지 않았다.

아내는 거기에 따른 생계비를 김치가게라도 하면서 조금이나마 덜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남편의 박봉으로 차마 그 큰 몫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을 아내는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맞벌이를 반대해 온 나에게 아내의 주장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왠지 자존심까지 상했다. 아내의 고집이 너무나 완강하여 알아서 하라는 식의 허락을 해 주었으나 어쩌면 아내의 맞벌이를 내심 반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퇴근하여 돌아온 나에게 아내는 느닷없이 긴히 할 얘기가 있다며 나의 팔을 강제로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안방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반항할 여지도 없이 나는 아내의 힘에 맡겨졌다. 아내는 일 년 동안 해왔던 김치 가게를 오늘 그만 두었다며 자신의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내 반응이 시큰둥 하자 아내는 조금 실망스러운 듯 말없이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 어떤 심각한 일에도 눈 하나 끔쩍하지 않는 내 성격 탓에 가끔 아내와 다툰 적도 있었다. 이번 일도 아내는 나름대로 심각한 일이라 여겨졌으리라. 늘 그랬듯이 나는 대수롭지 않게 아내의 일을 받아들였다. 별 일도 아닌데 자신이 괜히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아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의 이런 성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내는 매번 어떤 일이 있으면 꼭 나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나의 고루한 생각으로는 아내이기에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모가 난 성격을 잘 아는 내가 이런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알았어요.”라는 체념의 말을 던지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방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어깨가 축 처져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왠지 마음이 찡했다. “고생했어요”라는 말 한마디만 건네주었어도 아내의 이런 모습에 마음 아파하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침대에 앉아 많은 생각을 하였다. 결혼을 한 지 십 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내는 항상 나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었다. 사실 그런 아내에게 무엇 하나 제대로 해 준 것도 없었다. 매사에 잘못이 있으면 무조건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아내에게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한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그래도 일 년 동안 아내는 김치가게를 하면서 나름대로 시름을 달랬으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김치 가게를 그만둔 아내는 예전처럼 한 가정의 주부로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생활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리라.

우선 내가 달라져야 할 첫 번째는 생각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고지식한 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그 어느 것 하나 달라질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에서의 아내의 입지를 세워주기 위한 방법으로 아내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관심을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해 주었던 스킨십마저 지금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랑, 그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한다. 사랑으로 인해서 모든 것들이 순수해지고 용서가 되는 것만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사랑에 대해서 이론으로 잘 알고 있는 내가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을까?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나만의 자만심을 이제는 버려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어색하고 멋쩍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것이 자연스러워진다면 아내에게는 이해심이 많은 남편으로, 아이들에게는 자상한 아버지로 인지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 끝에 우리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실천해야 할 행복의 조건 5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도 이 약속이 꼭 지켜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많이 담금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는 날아 올 행복의 파랑새를 기다리면서…….

행복 하나, 아이들에게 스킨십을 해준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하루에 한번 아이들에게 포옹을 해 주는 것이다. 그냥 형식적인 포옹이 아니라 진정 느껴지는 그 무언가로 스킨십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마 아이들이 성장해 갈수록 스킨십의 횟수는 줄어들지도 모른다. 또한, 아이들이 갑작스런 나의 스킨십에 당황하는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지만…….

행복 둘,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는다. 저녁 시간 이후에는 되도록 TV시청을 자제하고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다.

행복 셋, 주말에는 등산과 하이킹을 한다. 일주일 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매주 토요일마다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하거나 하이킹을 한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집에서 가까운 시립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고 난 뒤, 각자가 읽은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한다.

행복 넷,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남편이 된다. 지금까지 아내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내는 늘 그것이 불만이었다. 어쩌면 아내는 남편인 내가 자신의 말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 하나에 행복해 할지 모른다.

행복 다섯, 일주일에 한번씩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평소 말하기 힘든 내용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가족 구성원간에 벽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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