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법무, 전국 1500여 검사에게 편지

복무기강 확립 위한 편지 발송... 인사체계 개편 등 내용담아

등록 2004.09.20 16:52수정 2004.09.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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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승규 법무장관.

김승규 법무장관. ⓒ 신종철

"검사는 형사실체법과 증거법에 관한 법률지식을 비롯하여 정통적인 수사기법, 법정에서의 증거제출 및 신문기법 뿐만 아니라 정보수집 기법에 대하여도 훌륭한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실력을 겸비하지 못한 검사는 권위의식과 아집에 안주하여 무리한 수사를 할 수밖에 없고, 인품을 갖추지 못한 검사의 수사는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검사는 자신이 처리하는 사건의 수사절차 뿐만 아니라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자세를 견지하여야 합니다. 모름지기 검사라면 자신의 이름으로 기소된 사건은 단 한 건의 무죄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철저한 각오로 직무에 임하여야 할 것입니다."


김승규 법무부장관은 20일 전국 1500여명의 검사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A4용지 6쪽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김 법무장관은 서한 서두에 "장관취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해온 수사관행 혁신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 이 문제에 관한 저의 충심을 여러분에게 전하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됐다"면서 "우리는 내부가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특히 헌법과 법률을 통해 우리에게 수사권한과 수사책임을 함께 부여한 국민의 시각에서 지난 날 검찰의 수사관행이 어떠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김 법무장관은 "우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으며, '철의 성벽에 둘러싸인 권위주의 집단'이라는 혹독한 평가까지 있는 실정"이라며 "국민은 검찰이 진정으로 변하기를 원하고 있고 그에 맞춰 과거의 일부 잘못된 인식과 관행에서 벗어나 수사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완전히 변화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검사, 인간 존중과 배려 마음 항상 간직하고 그 바탕 위에서 수사해야"

본론에 들어가서 김 법무장관은 취임인사를 통해 밝힌 '검사는 실력과 인품을 겸비해 수사에 임하여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법무장관은 "수사가 사회악과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 구체적 대상이 인간일 수밖에 없다면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한다"며 "인간에 대한 존중과 인간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그 바탕 위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존중'을 강조하고 수사대상과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승복을 얻어 낼 수 있는 검찰수사가 이뤄지길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발언이 일선 검사들의 순수한 열정을 폄하하는 의미로 곡해되는 것을 경계했다.


김 법무장관은 "사랑을 앞세우고도 정의는 실현할 수 있고, 인간을 존중하면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철학이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심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면서 "검사들 사이에 무죄에 대한 책임의식이 무디어져 가는 걱정스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적주의·공명심 사로잡혀 증거 및 법리 충실한 검토없이 안이한 판단해선 안돼"

특히 김 법무장관은 "실적주의와 공명심에 사로잡혀 증거 및 법리에 대한 충실한 검토없이 안이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며 "공판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어떤 반론을 제기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견뎌낼 수 있도록 완벽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사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오늘날 우리 검찰에 요구되는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먼저 법무부의 검찰인사 담당인력 보강해서 인사체계를 획기적 개편하겠다. 검찰수사가 적법절차와 정당한 방법에 의해 적정하게 수행됐는지 여부를 사후에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중요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그 사유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 결재과정에서 중관관리자들이 적정한 역할을 수행했는지 여부를 살펴 볼 것이다.

단순 수사실적 평가에 그치지 않고, 수사절차 및 수사결과의 적정성에 대한 질적 분석을 거쳐 수사검사 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들까지 직접 책임지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실력과 인품을 갖춘 검사가 중요 수사부서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

다음으로 법무부에 감찰실을 설치해 직무감찰을 강화함으로써 인간을 배려하는 수사관행이 검찰 내에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할 계획이다."


이처럼 김 법무장관은 인사체계 개편을 통해 일부 잘못된 의식을 가진 검사들의 수사행태로 인해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것을 일소하고, 엄정한 감찰 강화로 검찰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끝으로 김 법무장관은 "(검사들의) 잘잘못을 따지고 질책만 하기보다는 여러분과 더불어 그 힘든 싸움을 함께 하고 돕는 든든한 동반자요, 조력자가 되겠다"며 "이 같은 저의 충심을 신뢰하고 따라준다면 오늘날 우리 검찰이 직면하고 있는 각종 난제와 역경을 얼마든지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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