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홈페이지 "지지 철회하고 싶다"

국보법 입장선회에 지지자 '혼란'... 비판 패러디까지 등장

등록 2004.09.20 22:24수정 2004.09.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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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1일 오전 11시40분]

"지지철회 하고 싶다"... 국보법 입장선회에 지지자 '혼란'


국가보안법에 대한 박근혜 대표의 입장선회로 한나라당이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 네티즌도 혼란을 겪고 있다.

박 대표가 20일 오전 상임운영위 회의를 통해 정부참칭 조항과 국보법 명칭 변경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이후 박근혜 대표의 홈페이지와 한나라당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게시판글을 통해 박 대표에 대한 강한 배신감을 노출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박근혜 홈페이지 '나도한마디'에 글을 올린 네티즌 '한국호랑이'는 "저들 열우당과 북한괴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2조항으로 알고있는데 그것을 스스로 삭제할 수 있다? 그럼 앞으로 간첩들이 이 대한민국에서 간판 내걸고 저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이야기 아닙니까?"라며 "박대표를 항상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있었는데 실망을 넘어서 분노가 솟아오르고 있습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다른 네티즌 '지인수'는 "이 나라는 냉전이 끝난 나라가 아닙니다. 지금도 휴전중이란 말입니다"라며 "지지를 철회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네티즌 'innover'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국가보안법에 대하여는 무엇이 핵심이고 문제인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당론을 모아 대응책을 발표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며 "박 대표의 발표는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성급하고 비 민주적이라 본다"고 박 대표의 당 운영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극우성향의 인터넷 매체인 <인터넷 독립신문>은 영화 '바람난 가족' 포스터를 패러디한 '바람난 대표'를 게재하는 등 박 대표의 '외도'를 비판했다. 이 패러디에서 독립신문은 "난 보안법보다 당권이 필요해"라며 박 대표의 정체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 패러디는 배우 문소리의 누드사진에 박 대표의 얼굴을 합성함으로써 논란이 예상된다.



[1신 : 20일 밤 10시 25분]

박근혜 쇼크 후폭풍... "뒤에서 총 쏘는 거냐"
[분석] 국보법 입장 변화로 한나라당 내부 갈등 심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9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가보안법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9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가보안법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폐지냐, 존치냐 평행선을 달리던 정치권의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논란이 박근혜 대표의 입장선회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내 의견이 '대체입법이냐, 형법보완이냐'로 좁혀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 이견 조율은 여당과 협상만큼이나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박 대표가 20일 오전 상임운영위 회의를 통해 정부참칭 조항과 국보법 명칭 변경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보수파 의원들의 모임인 '자유포럼'(간사 이방호 의원)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박 대표 발언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김기춘, 김용갑, 이방호, 이상배, 최병국 등 영남중진이 중심인 자유포럼 소속 18명 의원들은 '국보법 폐지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국보법 존속에 대한 그 동안의 확고한 의지를 의심스럽게 하며 이 나라를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혹평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참칭 조항에 대해 "국보법의 근거가 되는 조항"이라며 "당대표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특히 본회의장에서 손수 제작한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반대' 종이피켓을 들어 1인 깜짝 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김용갑 의원은 "그렇다면 대표직을 걸겠다던 지난 특별기자회견은 뭐냐"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박 대표가 '체제를 지키는 데 지장이 없다면'이라고 전제를 단 것과 관련해서도 "그건 노무현 대통령이 폐지를 주장하며 했던 전제와 다르지 않다"고 따졌다.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은 존재한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국보법 폐지반대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했던 마당에 명칭 변경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말했고, 김영선 최고위원 역시 "정부참칭 조항은 국보법의 존속이유가 되는 조항"이라며 삭제에 반대했다.

원희룡·이규택 "환영" 이한구·김영선 "반대"...지도부도 이견

반면 정부참칭 조항의 삭제와 명칭 변경을 주장해온 원희룡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들은 박 대표의 대표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원희룡 의원은 "박 대표의 발언은 국민들 사이에 다양한 주장이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다양한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수호 비상대책위 위원장을 맡으며 국보법 폐지반대 전면에 나섰던 이규택 의원도 예상과 달리 "국보법과 정부참칭 조항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박 대표의 발언에 적극 환영을 표시했다.

보수파·소장파를 떠나 국가안보의 내용만 갖춰진다면 이름과 특정 조항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상당수다. 공성진 제1정조 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의 이름은 살리되 내용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고, 임태희 대변인은 "가장 중요한 건 국가안보"라며 명칭 변경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 박 대표와 등을 졌던 수도권 비주류측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문수 의원은 박 대표의 발언에 "내부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는 등의 절차상 문제는 있지만 결과(내용)는 바람직하다"며 명칭 변경을 비롯해 불고지죄, 찬양고무 등의 조항에 대해 "상당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참칭 조항 삭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내 이 같은 이견이 존재하는 것을 감안, 김덕룡 원내대표는 '전향적'인 태도와 여당과의 '합의'를 강조하는 수준에서 말을 아꼈다. 김덕룡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대체입법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명칭 변경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개정 폭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태도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체입법의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의 발언으로 일단 국보법 관련 당내 논의는 기존의 '폐지반대'라는 차원을 넘어 개정안의 폭과 대체입법의 가능성을 놓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의 입장이 최종적으로 어떻에 귀결될 지 주목된다. 국가정체성, 국보법 논란에 있어 박 대표를 지지하며 전면에 나섰던 보수측의 비토도 예상된다. 따라서 추석 전 당론결정은 어려워 보인다.

느닷없는 입장선회 배경 뭔가...박 대표측 "꾸준히 유연한 태도였다" 일축

13일 오전 한나라당사에서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국가수호비상대책위원회 현판식을 가진 뒤 박수를 치고 있다.
13일 오전 한나라당사에서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국가수호비상대책위원회 현판식을 가진 뒤 박수를 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의원들은 국보법 관련 박근혜 대표의 태도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눈치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의 폐지발언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직을 걸고 국보법을 지키겠다"며 강경하게 나섰던 바 원내대표단은 지난 국가정체성 전면전 발언과 마찬가지로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입장선회의 배경이 뭐냐는 질문에 박근혜 대표측은 "그렇지 않다"고 일축한 뒤 "국가수호법이든 국가보안법이든 꾸준히 유연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해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 직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참칭 부분은 한편에서는 북한과 교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안보 위협이 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이 정부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또 고무찬양죄를 예로 들며 "‘반국가단체’로 하던 것을 ‘반국가활동’으로 할 수 있다, 불고지죄도 부모를 고발하진 못하는 것 아니냐, 일촌 관계는 풀어주고 나머지는 확실히 죄를 묻는다든지 하자"고 말했다.

사실 국가보안법 명칭에 집착하지 않은 태도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일 국보법 긴급기자회견 당시 박 대표는 대체입법 가능성에 대해 "당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전제로 "국가보안법이라 하든, 국가수호법이라 하든 체제를 굳건히 지키는 법은 꼭 필요하다"고 말해 명칭 변경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아무튼 폐지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박 대표의 입장선회의 속뜻에 관심이 쏠려있다. 국가정체성과 국보법 논쟁으로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한 결과라거나 폐지반대의 수세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또한 소모적인 논쟁으로 민생을 외면한다는 여론악화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용갑 "대표직 걸겠다더니...뒤에서 총 쏘는 거냐"
국보법 입장선회로 '사이 좋던' 보수와 등지는 박 대표

▲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대표에게 `국가보안법폐지 결사반대`가 적힌 피켓을 보여주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나더러 비주류라고 하는데 DR측의 입장에서 그런 거지, 박근혜 대표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봐야겠다. 대표직 걸고 지키겠다더니 장난치는 거냐 뭐냐. 이렇게 되면 어렵다. 아니다…."

20일 오후에 만난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참담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의원실 책상 위에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네티즌 의견들이 복사되어 있었다. '국보법 사수하겠다는 거짓말' '보안법과 박 대표, 그 정체성' '우려되는 마음' 등의 제목을 달고 있었다.

김용갑 의원은 정부참칭 삭제, 명칭 변경 등의 가능성을 시사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며 "그럼 긴급기자회견 왜 했나, 보수층은 막아보겠다고 토요일 대대적인 집회를 했는데 얼마나 허탈한가, 70% 이상이 폐지반대로 힘을 얻어가고 있는데 김 빠지지 않나"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어 김 의원은 "뒤에서 총쏘는 것이냐"며 "그렇게 되면 우리(영남 보수)만 죽는 게 아니다, 자기도 우리도 다 죽는 것이다"라며 극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또 "대표발언이 당론으로 비춰지는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폐지를 선언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당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총선 전후 영남 비주류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온 박 대표는 국가정체성, 국보법 논란을 통해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수구보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부담을 안아왔다. 따라서 박 대표의 입장선회를 기점으로 향후 국보법 최종당론이 한나라당 이념좌표를 설정하는 일종의 분기점이 되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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