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퍼시픽랜드, 노사분쟁으로 직장폐쇄

노조측 , 노동부에 회사 고발... 회사측 "적법한 조치"

등록 2004.09.22 17:26수정 2004.09.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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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조가 회사 정문에 세운 표지판

노조가 회사 정문에 세운 표지판 ⓒ 퍼시픽랜드 노동조합

제주 최대의 관광지인 서귀포 중문 관광단지 안에 있는 퍼시픽랜드의 노사 분쟁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퍼시픽랜드(대표이사 김정온)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돌고래와 바다사자, 원숭이 놀이 공연을 벌이는 업체로 작년 10월 북한의 계순희 선수가 방문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동물 조련사와 공연 아나운서, 먹이 조리 담당자, 티켓 판매자로 구성된 퍼시픽 노동조합(위원장 양성도)은 지난 6월 15일 기본급 20만원 인상에 관한 교섭을 회사 측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실질적 교섭없이 교섭권한에 대한 시비와 의견차 확인만 이어지자 노조는 7월 27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였다.

대졸 7년차 연봉이 1600만원도 안돼

노동조합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김성훈(33)씨는 올해 입사 7년 차 대졸 사원이다. 수족관 관리를 전담하는 김씨가 받는 연봉은 상여금을 포함하여 1600만원을 넘지 못한다. 98년 입사 당시 초봉은 1050만원에 불과했다.

“노조에서 처음에 20만원 인상을 요구했는데, 회사에서는 인상률이 24%가 넘는다며 터무니없는 요구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인상률이 높은 것은 급여액이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현재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며 노조는 기본급 10만원 인상(약 12%)으로 요구 수준을 낮추었다.


이와 관련 회사 측 교섭 담당자인 허옥석(46) 감사는 “회사가 설립 초기부터 안고 있는 부채 비율이 1000%에 달하는 상황에서 6.5%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 안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평균 7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임금 지불능력에 대한 노조 측의 설명은 다르다. 금융감독원의 전자 공시 시스템 자료에 의할 때 작년 당기순이익이 7억원에 달하며 특히 아크로바틱 쇼를 중단하면서 작년보다 약 1억원 정도 비용이 절감된 상황이라 지불능력은 충분하다고 보는 것.


생리휴가 신청하자 “어디 생리하는지 한 번 보자”

현재 퍼시픽랜드 노사 간에는 임금 문제말고도 노동법상 위법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 찬반투표와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 8월 9일부터 조합원 22명 중 6~12여 명이 집단으로 생리휴가, 연월차 휴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쟁의행위를 벌였다.

그러나 회사 측은 불법노동행위라는 이유로 휴가 사용을 불허하였으며 이에 불응한 여성 조합원들에게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대기발령을 명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생리 휴가를 신청한 여성 조합원에게 “어디 생리하는지 한 번 보자”고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또 조합원 대부분 여성들이기 때문에 남성 관리자들에 의해 공공연한 성희롱과 폭력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한 여성 조합원은 “노조 집회를 하거나, 홍보물을 부착하려고 하면 남자 관리자들이 일부러 가슴을 밀쳐 내거나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기는 식으로 막아버리기 때문에 수치스러워서 제대로 항의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노동조합은 5명의 진술서를 확보하여 노동부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회사측 “직장폐쇄, 최소 대응일 뿐, 법적 하자 없다”

회사 측은 8월 18일 전격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러나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의 직장폐쇄를 방어적 목적으로만 허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퍼시픽랜드의 직장폐쇄를 두고 노사 간에 법적 시비도 일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노조의 조직력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직장폐쇄를 한 것은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판시한 바 있기 때문에 직장폐쇄가 재산권 보호 목적을 넘어서는 경우 임금을 소급 지급해야 함은 물론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할 수도 있다.

회사 측은 쇼를 공연하기 위해서는 조련사, 아나운서, 조명을 포함해 인원이 18명 필요한데 부분 파업으로 극심한 영업 피해를 입었으며 따라서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휴가투쟁을 통한 부분파업 기간에도 공연은 매회 진행되었다"며 "쇼가 실제로 중단된 것은 조명과 음향 담당자가 철수한 20여 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직장폐쇄 직후 노동부에 이를 고발하였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지방노동사무소 김건중 근로감독관은 “현재 노사 양측 조사를 마쳤으며 위법 여부에 대한 의견을 첨부하여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식같은 돌고래 너무 보고 싶어요”

여성 조합원들은 동물 조련과 공연 아나운서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과의 밀착력이 높아 뜻하지 않은 ‘이별’이 속상하기만 하다.

돌고래 7마리를 담당하고 있는 부윤경(23)씨는 “우리 애기들 못 본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며 “특히 6월에 태어난 아기 돌고래가 제일 보고 싶다”며 안타까워 했다.

직장폐쇄 40일을 코앞에 둔 지금도 매회 공연은 진행된다. 하지만 숙련된 조합원 대신 이벤트 회사 직원과 비조합원이 급하게 훈련을 받고 진행하는 것인지라 얼마 전에는 한 관광객이 “쇼가 왜 이러냐”고 항의하면서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주일째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공연장에서 새어나오는 돌고래 합창 소리로 그리움을 달래며 추석 이후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a 직장폐쇄 전 돌고래 쇼 공연 장면

직장폐쇄 전 돌고래 쇼 공연 장면 ⓒ 퍼시픽랜드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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