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박혀있던 비스킷. 소비자는 제조사인 롯데제과측에 "대표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콘플레이크, 라면에 이어 비스킷류 과자에서도 벌레가 나와 가공식품 제조와 유통과정의 위생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거주지를 밝히지 않은 김모(23)씨는 지난 7월 중순, 평소 즐기던 롯데제과의 B비스킷에서 다리까지 선명하게 나온 벌레를 발견했다. 김씨는 "인근 슈퍼마켓에서 비스킷을 사먹다 평소와 다르게 거뭇한 깨가 박혀있는 것 같아 자세히 보니 벌레 발이 보였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직사각형 모양의 비스킷에 박혀 있는 벌레는 유통과정에서 들어갔다기보다는 비스킷을 굽고 나서 시럽을 바르기 전에 들어간 것처럼 벌레에서도 시럽 윤기가 흘렀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대표이사 사과"요구... 롯데 "조사뒤 대책 세우겠다"
해충방제 전문가 이국형씨에 따르면, 김씨가 발견한 이 벌레는 바퀴벌레의 일종인 약 5mm 길이의 '거짓 쌀도둑 거저리'.
김씨는 이 벌레를 확인하자마자 롯데제과 웹사이트 '제품클레임' 란에 관련내용을 밝히고, 엄중 항의하고 "롯데제과 대표이사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롯데제과 고객홍보실 관계자는 사건을 접수한 뒤, 김씨 측에 몇 차례에 걸친 전화와 방문을 통해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김씨는 "대표자 이메일을 알려주면 직접 관련내용을 설명하고 사과를 받은 뒤 문제의 비스킷을 우편으로 보내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롯데제과는 김씨가 뜻을 굽히지 않자 연락을 끊었다. 김씨는 "국내 유명 제과업체의 무성의를 개탄한다"며 "9월 중순 한 인터넷 증권사이트 게시판에 벌레가 든 비스킷 사진과 내용을 올렸다"고 밝혔다.
9월 중순경부터 인터넷상에 문제의 제품이 '벌레 과자'로 회자되자 롯데제과 측은 다시 한번 사건해결을 촉구하면서 김씨와 협상에 나섰다. 롯데제과 측은 "구두사과는 물론 문제의 제품으로 인해 발생한 실제비용과 정보제공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제의 비스킷을 회수해 정확한 조사와 제품분석, 개선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제조상의 문제든 유통상의 문제든, B비스킷에 벌레가 들어간 것은 롯데제과의 책임"이라며 "책임있는 기업이라면 소비자에게 자꾸 면피성 발언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허술한 관리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게 맞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롯데제과 측은 "구체적인 원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의 최고책임자가 무조건 사과할 수는 없다"며 "대표이사의 사과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조현장의 개선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재발방지 노력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롯데제과 측은 "소비자는 계속 제조상의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생산라인 책임자가 판단한 결과 유통의 문제로 보인다"며 "200∼300℃ 정도에서 굽는 이 비스킷의 제조과정을 판단할 때, 고온에서 벌레와 비스킷을 같이 구웠다면 벌레도 형체와 색깔이 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씨는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밝혀야겠지만,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의 대표가 소비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가공식품류의 제품에 벌레가 박혀있는 등 객관적으로 봐서 제조과정의 잘못이라고 판단되면 별도의 수거 검사 없이 확인서를 첨부해 행정처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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