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76

두 개의 천뢰탄 (4)

등록 2004.10.04 12:46수정 2004.10.04 16:36
0
원고료로 응원
한편, 아들로부터 전후 사정을 보고 받은 화담은 절망하였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왜문을 응징할 방법을 드디어 찾아냈는데 그를 뒷받침할 힘이 전혀 키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 늘 시름에 찬 표정을 지었기에 이마에 주름살이 잔뜩 진 것이다.


낙심한 화담은 당대(當代)에는 방법이 없다 생각하고는 서실에 틀어박혔다. 한심한 세파(世波)를 보고 있느니 차라리 책 속의 진리를 탐구하는 편이 백번 나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화담이 무릎을 치고 서재 밖으로 튀어 나오는 사건이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 그는 다시 왜문으로 향하였고, 수년간의 방랑 끝에 이 지저 동혈을 찾아냈던 것이다.

본시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흐르던 수맥의 통로였던 이곳은 왜문에서도 유명한 온천의 근원이었다. 특히 질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 소문이 나자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하여 마구 퍼낸 결과 일시적으로 수맥이 고갈되면서 지저동혈이 드러난 것이다.

이곳을 샅샅이 뒤진 화담은 다시 선무곡으로 사라졌다.

이후 이회옥을 만났고, 어찌 어찌하여 무림천자성의 지하창고에서 두 개의 상자를 꺼내 왔다. 그것 가운데 하나가 지금 단원들이 운반하고 있는 관처럼 생긴 길쭉한 상자이다.


과거 선무곡의 곡주였던 냉혈철심은 무천서원의 원주인 무궁공자 이위소를 초빙하여 천뢰탄 개발에 힘쓴 바 있다.

그러던 중 무궁공자는 의문의 죽임을 당했고, 냉혈철심은 수하의 손에 시해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수습하겠다고 나섰다가 권력을 움켜쥔 빛나는 대머리 독두환(禿頭煥)은 무림천자성에 자신을 선무곡의 정당한 곡주로 인정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그 대가로 제안한 것이 바로 완성 단계에 있던 천뢰탄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포기였다.

이를 받아 들인 무림천자성은 완성 단계에 있던 천뢰탄들을 완전 분해한 뒤 모든 부품을 수거해 갔다. 혹시라도 재조립을 할까 싶어 아예 발본색원(拔本塞源)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무림천자성은 물론 선무곡까지 발칵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천뢰탄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대적인 수색이 있었지만 끝내 찾지 못하였다. 하여 누구든 그것을 발견하여 보고하면 막대한 포상과 더불어 특진까지 시켜주겠다 하였지만 지금껏 신고된 바 없다. 그렇기에 이 사건은 영구미제사건(永久未濟事件)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데 사라졌다 보고된 천뢰탄은 진짜 없어진 것이 아니다. 완전히 분해된 채 무림천자성의 지하창고로 운반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알려진 것은 지하창고에 워낙 많은 수효의 천뢰탄이 보관되어 있기에 몇 개가 사라지거나 보태져도 티가 나지 않기에 확인할 수 없었던 때문이다.

장부상에서 하나가 누락된 것은 누군가 천뢰탄 하나를 완전하게 빼돌리려는 의도에서 시도된 일이다.

지하창고에 있는 것들은 오각수 도날두의 지휘 아래 재물조사가 실시된다. 치밀한 성품인 그의 이목을 속이려면 장부와 실제가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서류를 조작한 것이다.

하필이면 선무곡에서 회수한 것을 줄여 기록된 것은 다른 것은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림천자성에서 직접 제작한 것들은 제작처에 관련 서류들이 있기 때문에 대조를 해보면 금방 발각된다. 하지만 선무곡에서 회수한 것은 다른 곳에는 관련된 서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조작이 쉬울 뿐만 아니라 발각 우려도 적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재수 없게도 발각되고 말았다.

우연히 선무곡에서 천뢰탄 분해 및 회수 작업에 참여했던 자가 장부를 보는 일이 있었고, 하나가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즉각 보고하였던 것이다.

덕분에 선무곡과 무림천자성에서 야단법석이 벌어진 것이다.

어쨌거나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천뢰탄은 얼마 전 화담의 손에 들어왔다. 그것을 무림천자성 지하창고에서 꺼내 오던 날 그곳에서는 재물조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마땅히 지휘 감독해야 할 오각수 도날두가 하루종일 지하 창고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 싫어 제일호법인 무영혈편 조경지로 하여금 대신 지휘해달라 해놓고는 슬쩍 빠져나갔던 그 날이다.

이것이 보내진 곳은 선무곡이 아닌 왜문이었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제세활빈단원들에 의하여 조립되었고, 이곳 지저동혈로 운반된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