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어느 것도 잡지 못한 계룡시 축제

민·군 화합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축제

등록 2004.10.04 23:47수정 2004.10.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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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한 개막식 행사. 유명한 뽀빠이 이상룡씨가 사회를 보고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3000여석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500여석도 채우지 못했다.
10월 1일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한 개막식 행사. 유명한 뽀빠이 이상룡씨가 사회를 보고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3000여석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500여석도 채우지 못했다.윤형권
계룡시(시장 최홍묵)가 후원하고 계룡시군문화선양위원회가 주최한 제1회 계룡축제가 4억원이라는 돈을 들였지만 예산만 낭비한 알맹이 없는 축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계룡시는 지난 10월 1일부터 3일까지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국군의 날에 맞춰 '민·군이 하나가 되고, 온 국민이 하나되는 호국 잔치마당'이라는 취지로 계룡축제를 열었다.

그러나 축제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노래 공연과 시범 등 소비성 행사에 치우쳤을 뿐만 아니라 운영이 미숙해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은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국내 축제 전문가인 한 교수는 "본래 축제라고 하는 것은 공연이나 음식 판매 등 소비적인 것을 피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그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고 기업들을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또, 프로그램의 차별화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돈을 쓰게 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산업형 축제가 돼야 합니다. 그러나 요즈음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축제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어서 아쉽습니다. 계룡축제도 예외는 아닙니다"며 계룡축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1일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한 계룡축제 개막식에는 날씨가 흐린 탓도 있지만 주민들과 군가족들의 참여와 관심이 저조해 3000여석의 좌석 중 500여명이 채 안되는 자리만 채워졌다. 또, 축제 프로그램이 개막 축하 공연, 국악공연, 시민의 밤 특별공연 등 공연 위주로 편중되어 본래 '민·군이 하나가 되어'라는 축제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이에 대해 행사 관계자는 "무대에 마련된 좌석에 앉은 사람과 무대 뒤편의 행사장 천막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2000명은 족히 됐다. 행사 전에 날씨가 흐렸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며 참여율이 적은 것을 날씨 탓으로 돌렸다.

내무반과 개인휴대장비 전시(위쪽이 1960년대, 아래가 1980년대 이전)
내무반과 개인휴대장비 전시(위쪽이 1960년대, 아래가 1980년대 이전)윤형권
올해로 개청 1주년을 맞은 계룡시는 육해공 삼군본부인 계룡대가 있으며, 인구 3만1340명에 2004년도 예산이 801억으로 국내에서 시세가 가장 규모가 작은 시다.


계룡시의 인구 구성상 계룡대가 설치되기 전부터 살아온 토착민들과 군 관계자와 군가족들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어 매우 이질적인 정서가 흐르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축제를 통해 토착민들과 군가족들이 함께 어울리며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물과 기업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3일 축제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아이들한테 ‘블랙 이글쇼’라는 에어쇼를 보여 주려고 자동차로 40분 거리에서 달려왔는데 10시에 시작한다는 쇼가 9시 30분경에 시작해 구경을 못했습니다. 그리고 전시한 장갑차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이라서 아이들조차 비웃더라구요. 민간인과 군인들이 공존하고 있는 특이한 지역이라서 뭔가 기대했는데 실망했어요”라며 미숙한 운영과 무성의한 전시물에 대해 지적하며 발길을 돌렸다.


갑자기 일정이 변경되는 등 축제 운영이 미숙한 부분에 대해 계룡축제 관계자는 “에어쇼는 군에서 주관했으며 일정이 변경된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 하지만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축제에서 그나마 특성을 살리려고 애쓴 흔적이 있다면 군부대의 지원으로 열린 헬기전시회 및 모형헬기 날리기 대회를 들 수 있다. 또 색다른 시도를 한 ‘전우여! 계룡에서 만나자’와 ‘그때 그 시절 병영체험’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홍보 부족으로 참여율이 저조했다. 병영 체험도 실제 체험이 아닌 시대별 내무반 모습과 개인 휴대물품을 전시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계룡시는 2007년 국제군문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 18일 3800여만원을 들여 개청 1주년 기념 행사를 치렀으나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저조하다는 지역 언론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 후 다시 보름만에 연 축제마저 미흡하다는 비난 여론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10월 3일 축제장 광장 한가운데 전시된 모형 장갑차. 호기심 많은 아이들마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축제 관계자는 향군 행렬이 사용하고 미쳐 치우지 못한 것이라고 하지만 축제가 끝날 때까지 한자리에 있었다.
10월 3일 축제장 광장 한가운데 전시된 모형 장갑차. 호기심 많은 아이들마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축제 관계자는 향군 행렬이 사용하고 미쳐 치우지 못한 것이라고 하지만 축제가 끝날 때까지 한자리에 있었다.계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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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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