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아래, 옥상 위의 투수들

[사진]담배 한대 피고 야구하는 재미 아세요?

등록 2004.10.27 09:30수정 2004.11.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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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건물 안에서 담배를 못 피우는 법이 정해졌죠. 그래서 제가 다니고 있는 <스포츠서울>은 흡연자들을 위해 옥상을 개방했습니다. 20층 꼭대기에 있는 옥상은 무척 넓고 전망도 좋습니다. 위로는 경복궁과 북한산이 보이고 아래엔 남산이 나지막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옆으로는 넓은 세종로를 달리는 차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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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근

이렇게 경치가 좋으니 담배 한대 피우기엔 최고입니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피울 때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사람들은 옥상까지 올라오기가 귀찮은지 많이 올라오지 않네요.

a 메이저리그 취재 삼년이면 커브를 던진다? 박찬호를 2년간 전담 취재했던 '메이저리그 베테랑', 스포츠서울닷컴의 강명호 기자. 보는 만큼 배운다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아주 잘 구사합니다.

메이저리그 취재 삼년이면 커브를 던진다? 박찬호를 2년간 전담 취재했던 '메이저리그 베테랑', 스포츠서울닷컴의 강명호 기자. 보는 만큼 배운다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아주 잘 구사합니다. ⓒ 배우근

저를 비롯한 우리 회사 몇몇 식구들은 옥상에서 담배를 한대 피운 다음 야구를 합니다. 가벼운 캐치볼이 아니라 마운드에 올라선 투수처럼 전력을 다해 던집니다. 옥상의 담벼락은 컨트롤이 되지 않은 공도 막을 만큼 높고 투수와 포수 사이의 거리도 충분해 힘껏 던질 수 있습니다. 20층 높이에서 공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a 가끔 엽기 야구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옥상 야구의 맛이기도 하지요.

가끔 엽기 야구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옥상 야구의 맛이기도 하지요. ⓒ 배우근

이곳에서 담배를 피고 야구를 할 때마다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피우는 담배 한 모금에 시름을 잊고 동료들과 즐기는 공놀이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잊습니다.

a 스포츠신문 유일의 여성 사진기자, 옥상에서도 날다 폼이 예사롭지 않지요? 국내 스포츠신문에서 유일한 여성 사진기자인 김미성 기자. 아줌마 기자다운 힘과 패기로 공을 아주 잘 던집니다.

스포츠신문 유일의 여성 사진기자, 옥상에서도 날다 폼이 예사롭지 않지요? 국내 스포츠신문에서 유일한 여성 사진기자인 김미성 기자. 아줌마 기자다운 힘과 패기로 공을 아주 잘 던집니다. ⓒ 배우근

a 제 폼 어떤가요?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

제 폼 어떤가요?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 ⓒ 배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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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근

우리들이 사용하는 야구 글러브는 광주의 한 가게에서 팔천원에 구입한 것입니다. 비닐로 된 싸구려라 찢어진 부분을 테이프로 붙이기에 바쁩니다. 그래도 공을 던지고 받는 야구선수들은 행복합니다.

a 옥상 위의 야구단

옥상 위의 야구단 ⓒ 배우근

우리들은 살면서 부족함에 허덕이고 불편함에 힘겨워 합니다. 하지만 행복한 삶은 차고 넘치는 것보다는 조금은 부족한 삶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옥상 위의 에이스 투수 배우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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