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비구니 스님이 경전 토론 중 수줍게 웃고 있다.김남희
석 달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다시 인도로 돌아왔을 때, 나는 바로 맥그로드 간즈로 올라왔다.
그날 아침, 화들짝 놀란 미소로 꼭 안아주고, 짜이(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끓인 인도의 대표적인 차)를 대접해 주시던 단골 구멍가게의 돌마 아줌마.
매일 새벽 남걀 사원을 찾아 오체투지(이마와 양 팔꿈치, 양 무릎의 다섯 군데를 땅에 닿게끔 온 몸을 던지는 티베트식 절) 중인 티베트인들 곁에서 108배를 올릴 때면 말없이 내 무릎 앞에 방석을 놓아주고 가는 사람들.
비구니 사원을 기웃거리다 부엌에 들어섰을 때, 자신이 먹던 밥그릇을 내밀어 나를 공양하던 여스님들.
눈이 마주치면 수줍은 미소를 돌려주고, 금세 친구처럼 인사를 주고받게 되는 거리의 노점상들.
이곳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가며 거리에서 사귄 친구들 때문에 귀가시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만 간다.
정 많고 소박한 사람들이 이방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미소가 바로 맥그로드 간즈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다.
맥그로드 간즈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하다면 무한하고, 빈약하다면 빈약하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무엇을 즐기느냐에 달렸으니까.
몇 가지 모법답안을 제시해 본다면,
선라이즈 카페의 야외 의자에 앉아 이 동네 최고의 짜이를 마시며 지나가는 여행자들과 시시한 이야기들을 주고받기.
숙소 방에서 창가로 의자를 돌려놓고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앞산을 바라보는 일.
‘옴 카페’나 ‘닉스 이탈리안 식당’ 같은 전망 좋은 카페에서 티베트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그리운 이들에게 엽서를 쓰는 일.
몇 안 되는 주점 중의 하나인 맥그로 카페의 옥상에서 애플 와인 마시기.
끝에서 끝까지 30분이면 걸을 수 있는 작은 마을에 3개나 있는 극장(그 중 한 극장은 놀랍게도 스크린이 삼성 프로젝션 TV다)을 기웃거리며 영화 보기.
이런 일들에도 지치면 트리운드(Triund 2827m)로 하루짜리 트레킹을 다녀오거나 박수폭포까지 짧은 산책 다녀오기.
시도 때도 없이 ‘리’에 들러 빼마가 타주는 진한 생강차 한 잔을 놓고 마주앉아 수다 떨기.
진지한 학구파라면 수많은 강좌 - 요가나 명상, 불교 공부는 물론 마사지, 요리, 기 치료, 어학 등 선택의 폭은 깊고도 넓다 - 에 등록해 배우는 즐거움을 맛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