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축제에 대추가 없다?

3회째를 맞는 연산면 대추축제의 문제점

등록 2004.11.02 01:20수정 2004.11.0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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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나 관람객들이 대부분 주민들로 구성된 노래자랑. 프로그램에는 '관광객 참여행사'라고 되어 있다.
참가자나 관람객들이 대부분 주민들로 구성된 노래자랑. 프로그램에는 '관광객 참여행사'라고 되어 있다.윤형권


국내의 한 축제전문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축제가 1천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의 축제가 소비적일뿐더러 축제의 본질을 살리지 못해 행정기관의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축제를 주관하는 지자체, 기획사 등이 축제의 본질을 잘 모르고 ‘사람만 많이 모으면 성공’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축제의 대부분이 인기가수를 초청한 노래자랑, 장기자랑 등이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의 공통점은 먹고 마시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제에서 나타내려고 하는 주제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또, 행정기관은 축제를 주도하는 게 아니라 도와줄 뿐입니다. 준비과정에서부터 전문가와 주민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것 입니다.

경쟁하듯 남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축제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한번 검토해봐야 할 때 입니다. 특히 지역축제가 지자체 단체장이나 지역유지들의 선거를 의식한 얼굴 알리기와 선심성 축제로 전락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있는 가운데 지난 30일(토) 지역특산물인 대추를 주제로 한 축제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충남 논산시 연산면의 대추축제는 올해로 3회째다. 이 지역은 주민이 약 8천여 명인 농촌이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1970년대까지는 5일장이 크게 형성되었지만 지금은 쇠락해진 상태. 그러나 전국적으로 이곳을 통해 거래되는 대추는 약 60% 정도로 국내최대의 대추집산지이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연산초등학교는 대추상회가 밀집한 장소와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기는 하지만 건물들로 가려져 있어 단절된 상태나 다름없다.

각 리별로 천막을 치고 음식과 술을 푸짐하게 장만했다.
각 리별로 천막을 치고 음식과 술을 푸짐하게 장만했다.윤형권
막걸리는 보이지 않는다. 농촌에서는 맥주를 고급술로 여긴다.
막걸리는 보이지 않는다. 농촌에서는 맥주를 고급술로 여긴다.윤형권



연산대추축제의 주인이며 주제는‘대추’이다. 그러나 축제장에는 대추가 없다.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오후 3시경. 외부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이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고 관객이 된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프로그램을 보면 ‘대추축제’인지 ‘주민화합잔치’인지 구분이 안 된다.

본 행사로 마을별 줄다리기, 2인 3각 달리기, 여자축구-승부차기, 청백 박 터트리기를 했다. 관광객 참여행사로 바구니 대추 많이 넣기, 대추선별포장하기, 현장노래자랑, 대추관련 퀴즈, 부부사랑 풍선 터트리기, 대추빨리먹고 씨발라내기를 했는데 문제는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행사의 참여를 모두 이 지역 주민들만이 참여한 셈이다.

특별행사로 풍물놀이, 사물놀이, 댄스공연, 에어로빅시범이 있었다. 이처럼 행사의 2/3는 여느 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고 대추와 관련된 행사는 1/3도 채 안 된다. 게다가 '대추 빨리 먹고 씨 발라내기', '대추선별포장하기' 등 단조롭고 조잡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김현수(61) 대추 축제 추진위원장은 “지난번 축제보다 지역주민들이 많이 참여해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의 장이 되고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데 의미가 있습니다.”하고 축제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자평을 했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이 많이 참여하기만 하면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축제가 한참 열리고 있을 무렵의 대추상회가 밀집한 거리의  모습. 평소와 같은 한산한 모습이다.
축제가 한참 열리고 있을 무렵의 대추상회가 밀집한 거리의 모습. 평소와 같은 한산한 모습이다.윤형권


주민들이 노래자랑과 술판으로 흥겹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때 11개 대추상회가 밀집한 곳을 찾았다. 이날은 축제날이기도 하지만 5일 만에 한번 서는 장날이기도 했다. 대추를 선별하고 있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을 뿐 거리는 한산했다. 정작 대추가 있는 이곳에서는 대추축제가 열리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하며 현수막 하나 없는 평일과도 같았다.

이번 대추축제는 논산시에서 2천만원을 지원했고 자체 찬조금으로 2천만원을 조달하여 총 4천만원이 투입된 축제라고 한다.

지역의 특산물인 대추를 주제로 한 축제가 제대로 되려면 축제를 외부에 알리는 것과 대추와 관련한 행사를 좀 더 비중 있게 다루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곳에서 25년째 대추상회를 하고 있는 사람에 의하면 “이 지역은 대전시내에서 자동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또, 계절적으로 대추 소비가 많을 때라서 대전 시내에만 홍보를 집중해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며 이번 축제의 문제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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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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