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옷소매를 붙잡는 대포항 저자의 아낙네들박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는데 그새 점심시간이 늦었다. 아내는 우선 요기부터 하자고 속초 들머리 대포항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대포항 횟집 골목에 이르자 갯냄새 물씬한 아낙네들이 나그네를 붙잡는다.
누군가 그랬다. 삶의 의욕을 잃었을 때는 시장으로 가라고. 거기에는 활기 넘치는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광어 한 마리, 오징어 한 마리, 고등어 한 마리를 담은 한 채반이 2만원이라고 했다.
조금 머뭇거리자 잡어 한 마리를 덤으로 더 얹었다. 이곳 생선 값은 날짜와 몰려든 손님에 따라 춤을 춘다. 고등어 회는 처음이지만 그런대로 별미였다. 울산 지방에서는 갈치도 회로 먹는다고 했다. 얼큰한 매운탕에 밥을 한 술 들자 갑자기 행복해진다.
낯선 여행지 노점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먹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아내는 감자시루떡을, 나는 새우튀김을 한 봉지 사들고 차에 올랐다. 이대로 설악산으로 갈까, 아니면 주전골로 갈까? 아내가 내 의사를 묻기에 ‘기사 맘대로’라고 했더니 남설악 오색 주전골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