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거부된 장애학생 인권위 진정

해당학교 교장 "장애아 폄하 발언 없었고, 법 몰라 발생한 일"

등록 2004.11.03 12:15수정 2004.11.0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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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들의 교육권 요구가 전국적으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 S초등학교에서 장애아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절당한 가족과 장애인단체가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이어 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해 귀추가 주목된다.

a 기자회견에서 이한길씨는 S초등학교 교장의 입학거부는 물론이고 장애인에 대한 폄하발언 등 교육자적인 자질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자회견에서 이한길씨는 S초등학교 교장의 입학거부는 물론이고 장애인에 대한 폄하발언 등 교육자적인 자질에 문제를 제기했다. ⓒ 이철용


지난 10월 7일 대전의 장애아동인 이아무개군(7)과 어머니는 입학절차를 밟기 위해 S초등학교의 교장을 방문했다. 장애아동은 입학 전에 교장과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학교측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군의 어머니는 이 자리에서 장애아동에 대한 폄하적인 발언을 들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군의 어머니는 당시 교장이 이군 앞에서 ▲가르쳐 보면 장애아들은 지능과 행동이 떨어진다 ▲우수한 아이들이 오는 학교에 장애아를 받을 수 없다 ▲우리 학교는 바이올린과 태권도를 필수로 해야 하고, 수업중 이동도 많은데 이 아이는 그런 것도 제대로 못하지 않느냐 ▲교사들도 힘들어하고, 다른 부모들도 장애아가 들어오면 싫어한다 ▲우리학교는 건강한 아이를 받는다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와 같은 이유로 이군의 입학이 거절되었다고 밝혔다.

이군은 출생시 인큐베이터에서 산소공급 문제로 현재 좌측에 마비증상이 있는 지체 3급의 장애아동이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이상이 없고 2년간 미국생활에서 지체장애 외에는 전혀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상태이다. 이군의 부모가 S초등학교를 선택한 것은 대전지역에서 좋은 학교로 소문이 나 있고 이군의 강점인 영어실력을 계속 키워줄 수 있는 영어학급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아동 부모, 학교장 장애인 폄하 발언 입학거부 강한 반발
해당 교장, “폄하 발언 하지 않았다…법 규정 몰라 발생한 일” 주장


a 이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는 장애아동들이 입학거부 등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는 장애아동들이 입학거부 등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 이철용

그 후 이군의 아버지 이한길씨는 대전교육청 질의와 학교방문 등을 통해 장애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하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해당 내용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은 사건을 접수하고 S초등학교에 사실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S초등학교의 교감, 교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립학교는 특수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교육부가 돈 한 푼 지원해주지 않는데 입학을 시켜라 마라 할 수 없다 ▲장애아동 들어오면 편의시설 설치해 달라고 할 것인데, 그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교육부에서 돈 따다 줄 거냐 ▲우리학교는 우수한 아이들만 들어오는 학교다, 다른 학부모들이 장애아동들이 들어오면 싫어한다 등 문제성 발언이 줄을 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3일 오전 10시 30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아동 입학거부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과 교육부의 대책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당사자인 이군과 아버지 이한길씨가 함께 했다.

기자회견에서 이한길씨는 “이군이 정신적으로나 일상적인 생활에 문제가 없는데 이런 아이가 장애라는 이유로 입학이 거절되는 상황에서 중증의 장애아동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경을 밝힌 후 국가인권위 진정 이유에 대해 “최소한 법을 준수할 것, 교육자라면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아이들을 동등하게 대해 달라는 것, 이번 기회로 다시는 장애아동들이 교육에서 이런 차별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장애아동의 입학거부는 명백한 차별행위이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심한 모욕감을 준 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 △장애인의 인권, 특히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 무지한 학교장과 교감을 처벌하고 인권교육을 실시하라 △사립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입학거부 등 장애차별에 대해 교육부의 대책 등을 촉구했다.

이 씨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뿐만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에도 서한을 보내 △특수교육진흥법 제 13조 ‘차별의 금지’ 등에서 말하는 ‘각 급 학교’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적용대상 학교의 의미 △특수교육진흥법 제 15조(통합교육)에서 말하는 “일반 학교”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적용대상 학교는 △사립학교에서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하는 경우, 해당 학교장 징계 등 교육부의 제재조치 및 대책 △이번 S초등학교의 경우, 장애아동 입학거부에 대한 교육부의 처리방침은 △각 급 학교의 장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등 5개의 사항을 질의했다.

a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입학거부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입학거부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 이철용


특수교육진흥법 제13조, 15조, 28조, 28조 2항 등에는 초등학교에 입학과정에서 거부와 차별을 받지 않도록 명문화 되어 있다.

이씨는 현재 이군의 문제로 대전에서 일하던 연구소를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직장을 이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해당 학교 교장은 2일 <위드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450명 중 8명의 장애학생이 있고, 이번 사건에 대해 장애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절한 바가 없고 장애아동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이 교장은 특수교육진흥법에서 장애학생의 입학거부와 관련한 조항이 있는지 몰라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이 확인된 만큼 다시는 이런 일에 제발되지 않도록 법규정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임자 처벌 등 근본적 조치 없으면 법적대응 진행할 것

그러나 부모와 장애인 단체에서는 이 교장이 문제가 확대되자 수습을 하기 위해 말을 바꾸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있는 조치가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적인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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