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호' 명시한 정문헌 의원의 소신

남북관계기본법안 발의 정치권 파장..한나라당은 애써 무시

등록 2004.11.03 15:20수정 2004.11.0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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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 고성 양양 출신의 초선인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
강원도 속초 고성 양양 출신의 초선인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엄청난 벽이다."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남북관계기본법안을 심의한 당내 남북관계 및 안보정책특위(위원장 이상득 의원) 회의를 마치고 나와 이같은 일성을 던졌다.

정 의원이 당에 제출한 남북관계기본법안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규정, 북한의 현실적 실체를 인정하면서 북한의 국호를 처음 사용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예고한 법안이었다.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통일 대한민국'을 상정해 남한을 '통일이전의 대한민국'으로 하고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해 그 실체를 인정한다는 것. '통일 이전'이라는 한시적 규정을 둔 것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와의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한나라당내 반발에 대해 정 의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정 의원은 "이미 노태우 정부 때부터 국가연합 단계를 말해왔는데 '연합'이라면 상대의 실체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그 실체를 언명했을 뿐인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법안은 국가보안법 폐지입장인 열린우리당안(임채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북관계발전기본법안)보다 진일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안은 '북한당국'이라 표기하며 국가가 아닌 민족 내 특수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태우, 김영삼정권 남북합의서는 물론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문에서도 북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표기했다"며 "그것을 단지 법안에 반영한 것이기는 해도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의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등 국가보안법 존치의 입장과 보수세력의 반발을 의식, 당론으로 합의 가능한 조항을 삽입하기도 했다. 북한이 동반자이면서도 주적임을 명시해 북의 이중성을 분명히 한 것. 가령 이 법안의 제5조에 명시된 "국가는 북한에 대해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추진함과 동시에 체제 위협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조항을 통해 국가보안법 존치의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개선을 언급하고 대북지원 등에 있어 국회의 사전 동의 등을 명시해 남북교류에 있어 국회의 통제장치를 확대했는데 정 의원은 이같은 조항을 통해 당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열린우리당 '호평'... 한나라당 '무시'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무시하는 분위기다. 임태희 대변인은 "당의 의견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준비한 안인데 이견이 많아 보류된 안"이라며 "당내에서는 민감한 법이니만큼 통제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의원 소신대로 작성한 법안을 사전에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선에서 공개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개인적으로야 의원들이 대한민국을 북한에 파는 조항을 넣더라도 말릴 생각은 없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문헌 의원이 낸 법안은 국보법과도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당 남북관계특위에서 법안을 논의중인데, 그게 나오면 정 의원안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3일 제출될 남북관계기본법안은 새정치수요모임 회원들을 중심으로 현재 20여 의원들의 서명을 받았다. 열린우리당안과의 공청회 일정 등을 이유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시점. 정 의원은 "당론 채택을 위해 더 부딪쳐 보겠다"며 "내용을 가지고 충분히 토론하다 보면 설득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 의원은 또 "남북관계에 있어 보수적인 한나라당이 차제에 이 법안을 통해 남북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유의미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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