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92

숨겨진 비밀 (10)

등록 2004.11.10 00:11수정 2004.11.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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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살이 전각 기둥에 박히는 순간 이상한 액체가 주위로 퍼졌고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어 버렸다. 화살 끝에 강력한 인화성 물질이 담긴 주머니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천의장에서는 일대 소란이 빚어졌다.


환자들을 돌보는 병사(病舍)는 물론 약재창(藥材倉)과 의서를 보관하는 서실에서도 일제히 화마(火魔)가 솟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의생들이나 환자의 보호자들이 머무는 전각,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주방과 해우소에서도 매캐한 연기와 함께 시뻘건 화염이 솟구쳤다. 또한 물건들을 넣어 두는 창고 등 그야말로 모든 건축물에서 일제히 화재가 발생하였다.

당연히 안에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튀어 나왔다.

“으아앗! 불이야! 여기 불이 났다. 모두 나와.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물 가져 와라. 물! 우물은 어디 있어?”
“아앗! 부, 불이야. 빨리 나와서 불을 꺼라. 불이야! 불이야!”
삼경이 다된 깊은 밤, 웬만한 사람은 골아 떨어져 있을 시각이다. 그렇기에 갑작스런 화재는 천의장 내에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허둥지둥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대부분이 의관도 제대도 갖추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였다.


자신이 생활하던 곳이라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훤히 알기에 급한 대로 불길을 잡기 위한 기구를 꺼내 오거나 물을 길어올 수 있지만 대부분이 외인들이었다. 그렇기에 불을 끄라는 소리만 지르며 이리저리 왔다갔다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천의장은 볕이 잘 드는 곳에 위치했다. 따라서 전각의 기둥이나 들보 등은 잘 말라 있었다. 그렇기에 화마의 기세는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우직! 우지직! 뿌지지직! 우르르르릉! 콰아아앙!
타닥! 타닥! 화륵! 화륵! 화르르르륵! 우지지직! 빠지직!
“아앗! 전각이 무너진다. 비켜라!”
우르르르르릉! 콰아아아앙!

맹렬하게 타오르는 화마에 의하여 두개의 전각이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시뻘건 화염이 솟구쳤고, 자욱한 연기는 전후좌우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피어올랐다.

“사라, 사라야. 어디에 있느냐? 누가 사라를 구했거든 어디에 있는지 소리쳐 봐라. 사라야! 사라야!”

지난 밤, 수하들과 향후 일정을 논의하다 잠자리에 들었던 청타족 족장 자하두는 남들보다 늦게 나왔다. 대취하도록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머리가 그을릴 정도로 화염이 충천한 가운데 간신히 피신한 자하두는 자욱한 연기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자 소리쳤다. 누군가 병상에 누워 있던 사라를 구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유라야, 유라야! 사라 어디에 있느냐? 허억!”
우르르르르릉! 콰아아아앙!

곁에 있던 전각이 무너져 내리자 자하두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이때였다.

쇄에에에엑! 퍼억!
“어억! 으으으으윽!”

어디선가 화살 하나가 날아 들어 어깨에 박히자 나지막이 비명을 지른 자하두는 황급히 은신할 곳을 찾았다. 같은 순간, 예리한 소성에 이어 비명이 이어졌다.

쐐에에엑! 쒸이이익! 쓔아앙! 피이잉! 쎄에엥! 고오오!
퍼억! 퍼퍽! 퍼퍼퍼퍽! 퍼어억!

“으악! 케엑! 끄악! 아아악! 켁!”
“헉! 누, 누구냣?”
“적이닷! 모두 피해라. 아아악!”

전각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화살 정도야 능히 피할 수 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수 없다.

모두 것이 시뻘건 화염에 휩싸여 있기에 제아무리 고강한 무공을 지닌 고수라 할지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쇄도하는 화살은 마치 사냥이라도 하는 듯 목표물을 향해 신속 정확하게 날아들고 있었다. 곡사(曲射)가 아닌 직사(直射)라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화광(火光)이 충천한 상태인지라 대낮처럼 환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보이지만 활을 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누군가 암습한다는 것을 깨달은 자하두는 황급히 신형을 낮추며 소리쳤다.

“적이닷! 모두 병장기를 꺼내라.”

하지만 병장기를 떨쳐드는 소리는 거의 없었다. 자면서 병장기를 끌어 안고 자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벌거벗고 잠을 자다 놀라서 튀어나온 사람이 어찌 병장기를 챙겼겠는가! 그렇기에 일부를 제외하곤 적수공권이었다.

사람들은 쇄도하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신형을 뒤집었다. 하여 몇몇 화살은 피했으나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화살을 어찌 다 피한단 말인가!

“아악! 케엑! 끄윽! 아아아악! 허억! 어억!”

화살이 박혔다는 것을 의미하는 비명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가운데 누군가 소리쳤다.

“모두 이쪽으로 오시오.”
티팅! 티팅! 타타탁! 타타타탁!

누군가 병장기로 날아드는 화살을 쳐내는 듯한 소리가 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화염이 충천한 가운데 둥근 원진이 만들어졌다. 청타족 용사들을 둘러싼 여인들의 손에는 장검이 쥐어져 있었다.

이런 원진은 곳곳에 있었다.

다급한 와중이었지만 보타신니와 그녀의 제자들, 그리고 백만근 천애화의 그녀의 시비들은 병장기를 챙겨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밖에도 정의문 소속 제자들 가운데 일부의 손에 병장기가 쥐어져 있었다.

“이런 젠장! 이걸로는… 안 되겠다. 네 검을 줘 봐.”
“예? 속하의 검, 검을…?”

“그래, 임마! 이 도끼는 너무 무거워서 화살들을 떨쳐내는데 그리 효율적이지 못해. 그러니 네놈의 검 좀 빌리자.”
“헉! 안 되는데… 그러면 속하는…”
“시끄러, 내 뒤에 딱 붙어. 그러면 절대 죽지 않을 테니…”

검을 빼앗긴 정의문 제자는 황급히 왕구명의 뒤로 돌아갔다.

“챠아아앗! 청룡검법 제오십사초 유성비탄(遊星飛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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